초록색 옷 입고 나타난 산타의 한마디, 흥미로운데?

이학후 입력 2019. 12.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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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랑스식 크리스마스 소동극, 영화 <산타 앤 컴퍼니>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 <산타 앤 컴퍼니> 영화 포스터
ⓒ 위드 라이언 픽쳐스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어느 날.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열심히 준비하던 9만2000명의 요정 모두가 갑자기 쓰러진다. 유일한 치료제는 비타민C 뿐이다. 크리스마스 때 말곤 인간 세계에 가본 적이 없던 산타클로스(알랭 샤바 분)는 비타민 C를 구하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다.
파리에 도착한 산타클로스는 약국에서 다짜고짜 비타민 C 9만2000개를 내놓으라며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서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산타클로스는 마음씨 좋은 변호사 토마스(피오 마르마이 분)를 만난다.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알게 된 토마스와 아내 아멜리(골쉬프테 파라하니 분)는 전 세계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자 산타클로스를 돕는다.
 
▲ <산타 앤 컴퍼니> 영화의 한 장면
ⓒ 위드 라이언 픽쳐스
크리스마스 또는 산타클로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는 무수히 많다. 심지어 산타클로스가 살인마로 등장하는 호러 영화까지 있을 정도다. 프랑스 영화 <산타 앤 컴퍼니>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쓰러진 9만2000명의 요정들을 구하기 위해 인간 세상에 내려간 산타클로스가 펼치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영화의 메가폰은 배우 겸 감독 알랭 샤바가 잡았다. <타인의 취향>(1999), <수면의 과학>(2006),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2006), <박물관이 살아있다 2>(2009) 등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배우로 활약하는 알랭 샤바는 연출 능력도 익히 알려졌다. 연출 데뷔작 <디디에>(1997)로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신인 감독상을 받았고, <아스테릭스 2-미션 클레오파트라>(2002)는 프랑스에서 1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1위에 올랐다. 2600만 유로가 투입된 대작 <산타 앤 컴퍼니>에서 알랭 샤바는 감독뿐만 아니라 주연, 각본까지 도맡았다.

<산타 앤 컴퍼니>는 알랭 샤바가 2015년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다가 떠오른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채운 거리와 분위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나타나서 이 모습을 발견하면 어떨까?"란 상상을 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산타클로스가 현대 사회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사람들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다룬 이야기로 발전했다.
 
▲ <산타 앤 컴퍼니> 영화의 한 장면
ⓒ 위드 라이언 픽쳐스
 
알랭 샤바는 고전적인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완전히 비틀어버렸다. <산타 앤 컴퍼니> 속 산타클로스는 항상 크리스마스이브에 지붕으로만 다녔기 때문에 사람들을 낯설어한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선물을 주려는 따뜻함도 가졌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고지식함도 지녔다.

산타클로스는 아이들이 잠든 밤에만 본 까닭에 울고 소리 지르며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한다. 어린이들을 이해하지 못 하던 산타클로스는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간다. 영화는 인종갈등으로 몸살을 겪는 프랑스 사회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자는 메시지를 산타클로스와 아이들의 형태로 전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장면들도 있다. <산타 앤 컴퍼니> 속 산타클로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빨간색이 아닌 초록색 차림으로 등장한다. 왜 초록색 산타복을 입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산타클로스는 콜라 광고 때문에 빨간색 산타복이란 고정관념이 생겼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미국의 코카콜라가 겨울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콜라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산타클로스의 이미지에 입힌 일화는 유명하다. 초록색과 빨간색은 다름을 인정하자는 목소리인 동시에 상업주의에 찌들어 크리스마스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현실을 비판하는 설정이다.
 
▲ <산타 앤 컴퍼니> 영화의 한 장면
ⓒ 위드 라이언 픽쳐스
영화는 첫 장면에서 CG로 만든 산타마을의 거대 선물 공장을 보여준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9만2000명의 요정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광경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산타클로스는 요정들에게 노는 걸 줄이고 일을 더 하라고 호통을 친다. 반면에 요정은 만드는 재미를 중요하게 여긴다. 생산성에만 집중하다 정작 놓치는 것이 무언지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영화 중간엔 토마스와 아멜리는 생산, 소비, 화폐의 개념을 모르는 산타클로스에게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얕은 수준이나 사회에 만연한 배금주의를 풍자하고 있다.

영화 제목 <산타 앤 컴퍼니>(프랑스 원제 역시 '산타 앤 컴퍼니'이고 영어 제목은 '크리스마스 앤 컴퍼니')는 산타클로스가 운영하는 거대 선물 공장을 의미한다. 또한,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산타클로스와 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를 함께 놓은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잃어버린 가치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려는 의도가 제목에 숨겨져 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은 프랑스 스타일의 요란법석 소동극으로 재미있게 포장되었다. 전 연령층이 다 같이 즐기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엔딩크레디트 중간에 댄스 장면이 나오고 끝나곤 쿠키 영상도 있으니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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