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프로듀서'?..최종 멤버·순위까지 정한 프로듀스 제작진

이호준 2019. 12. 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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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프로듀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 PD가 미리 뽑힐 멤버와 최종순위까지 만들어놓고 시청자 문자 투표만 받았을 뿐입니다.

음악 방송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시리즈를 조사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론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이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2016년 시즌 1부터 올해 방송된 시즌 4까지 프로그램 조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Mnet의 '프로듀스'시리즈는 국민이 직접 아이돌을 뽑는 형식으로 2016년 시즌 1부터 큰 인기를 끌어 올해 시즌 4까지 매년 이어졌습니다. 프로그램의 시청자 투표에서 최종 멤버로 뽑힌 연습생들은 아이돌그룹 아이오아이와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의 멤버가 됐습니다.

'1차 탈락자 조작'에서 '최종 멤버와 순위 조작'까지

'프로듀스'시리즈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투표 조작이 빈번하고 대담해졌습니다.

첫 조작은 시즌 1 '프로듀스 101'부터였습니다. 연습생 101명에서 61명으로 추리는 1차 선발 과정에서 61위 밖에 있던 연습생 2명을 합격 순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시즌 2 '프로듀스 101 시즌2'엔 최종 아이돌 멤버 결과가 조작됐습니다.

제작진은 최종 멤버 11명을 뽑는 시즌2 최종 생방송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했습니다. 결국, 시청자 투표로는 최종에서 떨어질 연습생 1명이 그룹 '워너원'의 멤버로 활동을 했습니다.

시즌 3 '프로듀스 48'과 시즌 4'프로듀스 X 101'은 아이들그룹 멤버가 아예 시청자 투표 전에 정해졌습니다.

제작진은 방송 전에 최종 멤버와 순위를 정했습니다. 제작진이 미리 정한 순위에 따라 연습생별로 득표 비율 값을 설정하고, 생방송 투표 결과와 곱했습니다.

시청자가 투표한 대로 발표하지 않고 특정한 비율을 곱하다 보니, 순위마다 표 차이가 똑같은 이상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이런 식으로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 전원이 뽑혔고 아이돌그룹이 됐습니다.


조작 이유 '콘셉트에 맞지 않아서' '참신성이 떨어져서'

최종 아이돌그룹 멤버 전원이 조작된 시즌 3과 시즌 4에 대해선 조작 이유가 공소장에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프로듀스'시리즈 제작진들은 시즌 1과 시즌 2에 버금가는 성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 결과, 프로그램 제작진을 넘어 아이돌그룹 제작진처럼 생각하고 투표와 방송을 조작했습니다.

시즌 3의 최종 생방송 온라인 투표 중간 결과, 제작진들이 생각지 못한 멤버가 순위권에 있었습니다. 제작진이 생각한 그룹 멤버의 '콘셉트가 안 맞는다'라고 판단한 연습생을 떨어뜨리기 위해 최종 선발 12명을 미리 정했습니다.

시즌 4에 제작진은 '참신성이 떨어지는' 연습생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프로듀스 방송에 나오기 전 이미 그룹으로 활동한 연습생을 '참신하지 않다'라고 보고 떨어뜨리기 위해 시즌 3처럼 최종 멤버를 미리 정한 겁니다.


회사는 정말 몰랐을까?

공소장을 보면 투표 조작은 김 모 책임 PD와 안 모 PD가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음악 방송채널 Mnet을 소유한 CJ ENM의 사업 관계자들은 '조작된 투표결과를 몰랐다'고 돼 있습니다. 그럼 4년 간 이뤄진 생방송 투표 조작이 두 PD가 저지른 범죄였을까요?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데뷔한 그룹의 활동 수익은 기획사와 함께 CJ ENM이 일정 부분 가져갑니다. 최종 선발돼 데뷔한 아이돌그룹은 실제 연 매출이 수백억 원에 달하고 CJ ENM 사업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프로듀스'시리즈로 만들어진 그룹이 인기를 얻으면 방송사 CJ ENM의 수익도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CJ ENM 관계자는 투표 조작과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보상,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공소장 내용대로 "다른 제작진은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회사의 고위 임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위직 관계 여부를 계속 수사하겠다."라는 입장입니다. 이와 더불어 Mnet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도 투표 조작을 확인하고 수사 중입니다.

국민이 국가대표 아이돌그룹을 만든다는 주제로 큰 인기를 끌었던 '프로듀스' 시리즈, 공소장에는 제작진 입맛대로 투표를 조작했고 시즌이 계속되면서 전체 결과까지 조작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가족과 친구까지 투표를 독려하면서 진짜 프로듀서처럼 연습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보냈던 팬들, '내 손으로 공정하게' 뽑는 절차는 결국 '거들 뿐'이었던 것일까요?

이호준 기자 (hojoon.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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