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윤 "스물네살, 제 나이 맞는 역 하고 싶어요" [인터뷰]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9. 12.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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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단오’를 연기한 배우 김혜윤이 지난 28일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사진 sidusHQ

드라마도 강행군, 인터뷰도 강행군이었다.

드라마 종방 후 만난 김혜윤은 목이 잠겨있었다. 총 5일간 하루에 7번의 인터뷰를 소화했으니 쉼없이 달려온 터다. 그러나 눈빛은 초롱초롱 살아있었다. 첫 주연작이었던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로 존재감을 맘껏 발휘했기 때문이다.

■‘단오’가 됐다

‘어하루’는 만화 속 인물들이 자아를 깨닫는다는 설정의 독특한 판타지 드라마다. 시청률에 이어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화제성 지수 1위를 기록하며 젊은층에 사랑을 받았다. 자아를 가진 만화 주인공 ‘단오’역을 하며 원맨쇼를 선보인 김혜윤이었다. 분량도, 대사량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사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설정 자체가 쉽지 않았잖아요. 시청자들께 오해없이 드라마의 배경을 전달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는 만화 속 인물을 연기하는 스테이지, 그 외에 인물의 자아를 보여주는 셰도우 그리고 자아를 잃어버렸을 때의 모습까지 3가지 패턴의 연기를 해내야 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 없이 복잡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다른 인물이라고 여기고 ‘간단하게 가자’ 생각했어요. 잘못하면 이중인격으로 보실 수 있겠더라구요. 다행히 후반부 편집의 힘을 받아서 만화 속일때는 흐리게 효과를 주거나,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는 다른 카메라 필터를 넣어서 차별화를 주셨더라구요. 제가 녹음한 페이지를 넘기는 ‘사각’하는 효과음도 절묘했다고 봐요.”

‘어하루’는 ‘어쩌다 발견한 7월’이라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그는 원작 속 단오와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의 단오를 만들어냈다.

“웹툰 속 은단오는 청순하고 갸날픈 이미지였더라구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께 스테이지와 셰도우를 확연하게 드러낼려면 두 가지 상황 속 단오에 차별점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디렉팅해주셨어요. 나름대로 그 부분에 신경을 써서 ‘단오’를 표현했어요.”

말하는 중간 발랄한 손짓과 표정까지, 김혜윤에게 단오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여전히 단오가 남아있어요. 그래서 저도 몰랐던 애교가 엄청 늘었어요. 메이킹 필름을 보고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요. 무안한 상황이면 애교를 엄청 쓰더라구요. 대본조차 ‘단오가 문을 귀엽고 꽁 닫는다’라고 씌여있으니 늘 수 밖에요. 촬영 끝나고 만난 부모님조차 ‘그만하라’하시면서 제 애교에 당황하셨죠.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서서히 저를 찾아가겠지요.(웃음)”

김혜윤에게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첫 주연작으로 극을 이끌었고 화제성 덕분에 ‘SKY 캐슬’에서 얻지 못한 다양한 팬층도 생겼다.

“드라마가 화제성 1위라는 기사를 봤을 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놀랐어요. 근데 진짜 초등학생 팬들이 많이 생겼어요. 촬영장에서 저를 조용히 보고 계셨던 순수하고 귀여운 눈망울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어하루’가 해외 팬들에게도 반응이 좋다고 해요. SNS 댓글을 봐도 해외 팬들이 생겼구요. 지난 11월 촬영 중간에 인도네시아 팬들에게 전통의상도 선물받았어요.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죠.”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단오’를 연기한 배우 김혜윤이 지난 28일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사진 sidusHQ

■‘예서’ 벗었다

전작인 JTBC ‘SKY 캐슬’은 ‘예서’라는 인생캐릭터를 선물했다. 지난해 최고의 흥행작인 만큼 대중에게는 ‘김혜윤’이라는 본명보다 ‘예서’로 통했다. 드라마 팬들은 ‘어하루’에서도 후반부 자아를 잃은 싸늘해진 단오의 모습을 ‘예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예서’ 캐릭터가 강하다보니 이번 작품에서는 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단오 나름의 매력에 충실했죠. 비슷한 상황도 일부러 다르게 표현했어요. ‘짜증’이라는 감정을 표현할 때는 예서처럼 크게 표출하기보다는 투정과 애교가 섞인 밉지 않은 짜증으로 방향을 설정했어요.”

김혜윤은 실제 15학번으로 지난 2월 건국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했다. 착실한 연기력 만큼이나 학교 생활도 착실하게 마무리를 지은 셈.

“졸업작품으로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며 스릴러 장르 단편 영화를 찍기도 했어요. ‘택배를 가장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로 생활 공포를 살려 연출했죠. 영화 속 캐릭터가 갖고 있는 장치를 좋아해서 ‘휘파람을 부는 범인’으로 설정했어요. 사실 말은 번듯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부족하고 조악한 영화죠. 그래도 큰 경험이 된 것 같아요.”

김혜윤이 출연한 스릴러 영화 ‘미드나이트’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도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고교생 역할만 맡아온 만큼 제 나이의 역할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어요. 이제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예서’나 ‘단오’ 같은 하이틴 역은 지금이니까 할 수 있었던 배역이라 좋았어요. 이제 대학을 졸업한 24살이니까 너무 어려보여 못 했던 성인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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