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설·악플..故 구하라는 11년을 견뎠다

박가영 기자 입력 2019. 11. 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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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만 17세에 연예계 데뷔해 11년간 활동..수많은 논란과 악플에 시달려

[편집자주] 온라인 뉴스의 강자 머니투데이가 그 날의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선정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드립니다. 어떤 이슈들이 온라인 세상을 달구고 있는지 [MT이슈+]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설리야, 언니가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고(故) 구하라가 지난 2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28세. 그의 절친 설리가 사망한 지 41일 만이다.

설리 비보 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던 그였다. 약속한 대로 구하라는 SNS(사회연결망서비스)로 자주 소식을 전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최근엔 일본에서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결국 그는 생을 마감했다.

구하라를 떠나보낸 팬들은 슬픔보다 분노에 차 있다. 그의 굴곡졌던 11년간의 연예계 활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고인이 그동안 자극적인 보도와 악성 댓글에 시달려왔던 사실이 재조명되며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녹록지 않았던 11년 연예계 생활…구하라 괴롭힌 구설과 악플들
구하라는 2008년 그룹 카라 멤버로 합류했다. 김성희의 탈퇴 직후 열린 카라의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지 세 달 만에 무대에 섰다. 카라 미니 1집 'Rock U'로 2008년 7월 24일, 당시 만 17세의 나이로 데뷔한 그는 인형 같은 외모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08년 12월 발매한 미니 2집 'Pretty Girl'의 컴백 무대에서 니콜의 발을 밟는 귀여운 실수로 이목을 끌었다. 2009년 방송된 명절 특집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독보적인 육상 실력을 뽐내며 '구사인볼트'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데뷔하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지만, 아픔이 따랐다. 온라인엔 그를 향한 악성 댓글이 넘쳐났다. 2011년 그룹 하이라이트 전 멤버 용준형과 공개열애를 시작하며 악플은 본격화됐다. 당시 구하라의 SNS에는 비방 댓글이 가득했다.

2013년엔 방송 녹화 중 눈물을 흘려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구하라는 MC를 맡은 규현이 "제가 입 열면 구하라 끝난다"라고 말하자 "뭘 끝나냐. 오빠도 당당하지 못하지 않느냐"라고 맞받아치며 물병을 던졌다. 이어 "눈물 나오네 이거. 진짜 화나서…"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 장면이 방송된 직후 구하라는 '분위기 파악 못 한다' '유난이다' '방송이 장난이냐' 등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지난해 7월엔 대마초를 흡연했다는 의혹을 샀다. 구하라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다. 그는 손에 말아 피우는 담배 사진과 함께 "이거 신맛 난다. 맛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해당 게시글의 캡처본이 퍼졌다. 사진 속 담배가 일반 담배와 달라 마약류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구하라는 직접 나서 해명했다. 사진 속 물건은 롤링 타바코로, 신기해서 사진을 찍은 것이라고 전했다. 해명글에는 '관종'(관심에 목매는 사람)이라는 악플이 달렸다.

구하라가 최종범을 폭행했다는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사진=네이버 캡처


구하라를 향한 악플은 지난해 9월 절정에 치달았다. 전 연인 최종범씨가 구하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최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행 피해를 당했다며 자신의 얼굴에 생긴 상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최씨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악플은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구하라 성격 무시무시하다' '질 나쁘다' 등의 댓글이 수두룩했다.

악화하는 여론에 구하라는 결국 치부를 드러내기로 했다. 최씨의 폭행 주장에 '쌍방폭행'이라고만 맞서던 구하라는 최씨로부터 불법촬영믈 유포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구하라가 최씨에게 무릎 꿇고 비는 모습이 담긴 CCTV 캡처본도 공개됐다. 이로 인해 사건은 반전을 맞았지만, 구하라는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구하라 불법촬영물'을 찾는 등 2차 가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예쁘게 봐달라" 악플 고통 호소하던 구하라
악플에 시달리던 구하라는 고통을 숨기지 못했다. 올해만 두 차례 자신의 SNS를 통해 악성 댓글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4월 쌍꺼풀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안검하수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어린 나이 시절 때부터 활동하는 동안 수많은 악플과 심적인 고통으로 많이 상처받았다. 어린 나이에도 안검하수를 하는 덴 다 이유가 있지 않겠냐"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단 한번도 악플에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저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다.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예쁜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구하라는 지난 5월 극단적인 시도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매니저는 자택에 혼자 있던 구하라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자 자택으로 찾아가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구조 당시 구하라의 집 안에는 연기를 피운 흔적이 발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구하라는 지난 6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통해 "앞으로 악플 조치 들어가겠다. 악플 선처 없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제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예쁜 말 고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인, 연예인 그저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 아니다. 그 누구보다 사생활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하고 그 누구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앓고 있다. 얘기해도 알아줄 수 없는 고통"이라며 "표현의 자유지만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라고 덧붙였다.
구하라 비보 전한 외신도 '악성 댓글' 문제로 지적

/사진=머니투데이DB

외신들도 구하라의 비보를 전하며 K팝 스타들이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번 사건은 온라인 악성 댓글에 의한 K팝 스타들의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면서 지난달 14일 세상을 떠난 설리를 언급했다.

위싱턴포스트(WP)는 "구하라는 그의 친구인 K팝 스타 설리가 사망한 지 6주도 채 되지 않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며 "K팝 스타들이 팬들에 의해 엄청난 중압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은)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신건강 지원이 부족하다"며 "2명의 여가수(구하라와 설리)는 연애나 실생활을 통제받았고, 사생활이 대중에 (노출돼) 검증을 받았으며 악의적인 온라인 비평에 시달려야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구하라 측은 유족 뜻에 따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 팬 조문 장소를 마련했다. 25일 오후 3시부터 27일 밤 12시까지 조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발인 등 장례식 모든 절차는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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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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