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콘서트, 이 배우가 전하고픈 말

곽우신,김진선,서정준 입력 2019. 11. 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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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마주하다> 여는 뮤지컬 배우 조정은.. 그가 공감하고 싶은 것들

[오마이뉴스 글·사진:곽우신, 글:김진선, 사진:서정준]

[이전 기사]: 캐릭터에 섬세한 영혼 불어넣는 배우, 조정은이 마주한 것
 
▲ 콘서트를 준비하며 "새로운 걸 추구하느라 의도적으로 한 건 없어요. 제가 의미를 두는 건, 배역으로 관객을 만나는 게 아니라, 배역이란 중간 없이 바로 만나는 거였어요. 그거에 큰 의미를 뒀죠."
ⓒ 서정준
"이제 (단독 콘서트는) 안 할 거니까요. (웃음) 앞으로 할 계획이…. 글쎄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럴 수도 있고. (웃음) 제가 콘서트를 자주하지는 않으니까요. 잘 볼 수 없던 걸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겁니다."
 
이번 콘서트를 꼭 봐야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조정은은 이같이 답했다. 첫 단독 콘서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뮤지컬 배우 조정은에게 <마주하다>는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고,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했다. 1년 이상을 쉬고, 데뷔 17년을 맞은 이 시점, 굳이 콘서트로 관객들을 만나는 이유는 '타이밍'이다. 조정은은 "30대였으면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도 제가 콘서트를 열게 될지 몰랐어요. 제 지인들도 다들 의아해해요. 제가 솔로 무대를 즐겨 하는 편이 아니라, 어떻게 2시간을 채워야 할지도 걱정이에요. 콘서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계획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심지어 '언젠가는 한 번 해야겠다'라는 생각도 한 적 없어요. 다른 분들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많이 갔었고 관객으로, 친분으로 가긴 했지만 콘서트를 보면서 '나도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어요. 두 시간을 자기 혼자 다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관객들과 소통도 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더라고요.
 
저는 게스트 하러 가면 한두 곡 하러 가는데도 굉장히 긴장되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번에 콘서트 제안이 왔을 때 제가 하게 된 건, 딱 저를 정리하는 좋은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 더 일찍 제안이 왔으면 안 한다고 했을 것 같아요. 공연을 오래 쉬었고, 새롭게 시작하는 저 조정은이란 사람이 한 시즌을 마감하고, 새롭게 발을 내딛는, 새롭게 어떤 다음 시즌으로 나아가는 타이밍이었기에 그런 차원에서 콘서트를 하게 됐어요."
 
"알맞은 타이밍에 제안이 들어와서" 9월 중순부터 콘서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른 배우의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한 적은 있지만, 자신이 주인공으로 무대 위에 오르는 단독 콘서트는 처음인 상황. 욕심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서 정리"했고 "즐겁게" 준비했다. 제목을 짓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부분에 조정은 배우의 입김이 닿아 있다.
  
▲ '공감'을 마주하며 “콘서트가 저 혼자만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작품 안에서 성장한 이야기, 질투를 느끼기도 했던 감정 등에 대해 잘 풀어내고 싶어요. 잘 녹여내려고요.”
ⓒ 곽우신
 
"제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원래는 콘서트 제목으로 '공감'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저 자신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생각처럼 잘 안 되면 열을 내기도 하고, 칭찬 받으면 우쭐하기도 하고, 예민한 모습도 보게 되고, 누가 너무 잘하면 질투도 하게 되고, 때로는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유치한 감정을 느낄 때도 있어요. 어떨 때는 자존심이 상해서 이야기도 안 하고 혼자 울 때도 있고요.
 
작품할 때 그런 게 많이 튀어나와요. 그런 모습을 볼 때도 있고. 그 작품들로 인해서 성장하게 된 것도 있고요. 제가 관객들을 배역이 아닌 '저'로 마주한다는 게 저에게는, 조정은이란 사람에게는 크게 용기를 내는 일이에요. 작품이 아니라, 배역이 아니라, 내가 그 분들을 이렇게 마주하는 것. 지금 이 시점에서 20대, 30대 더 내려가서 어렸을 때의 저를 마주하는 것. 그게 참 긴장되더라고요.
 
그때는 참 힘들게 느껴졌던 것들이, 지금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그럴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그때 내가 참 완벽하게 잘한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애를 썼구나.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저를 다시 보게 됐어요. 그런 것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사람, 배우 조정은의 지금까지를 '정리'하는 시간이라, '마주하다'라고 정했어요."
 
조정은이 거쳐온 작품들
  
▲ 작품들을 돌아보며 “지금도 꺼내보기 창피한 작품도 있는데,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정면’으로 마주보게 됐어요. 다시 보니 ‘그렇게 못하진 않았네!’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 부족하다고 느꼈던 제 모습에, ‘나이에 맞게 잘 했구나. 잘했구나’ 싶고요.”
ⓒ 곽우신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 조정은이 거쳐 온 작품은 참 많다. 그가 다작을 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꾸준하게 17년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그 발자국들이 제법 된다. 느리지만 무겁게 걸어온 그 족적의 깊이만큼, 관객은 감동했고 배우는 성장해왔다. 라운드 인터뷰 특성상 한 자리에 모인 여러 기자들이 인상 깊게 본 작품들도 다양했다. 콘서트를 준비하며 조정은이 마주했던 작품을 하나하나 다시 꺼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데만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예컨대, <레미제라블>의 판틴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하고 싶은 역할이고, 다시는 할 수 없지만 <베르테르>의 롯데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또한 2012년 <맨 오브 라만차>를 '아픈 손가락'으로 꼽은 조정은은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영상을) 다시 봤는데, 베스트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돼요. 작품을 통해 많이 성장하기도 했고요. 제가 가진 것과 하고 싶은 것에서 오는 간극에서 오는 생각 같아요. '그땐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라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제게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한 생각이 커요. 정말 축복이라는 생각이에요. 소중한 기회였죠."
 
그래서 그럴까, 그가 인터뷰하는 이 순간을 채우기에 가장 적절한 넘버로도 <맨 오브 라만차>의 곡을 꼽았다.
 
"'둘시네아'요. 알돈자가 돈키호테를 깨우면서 부르는 건데, '당신이 찾아낸 둘시네아'라고요. 관객이 찾아낸 조정은인 셈이에요. 관객들이 절 끄집어 내주는 존재니까요. 그 가사가 생각나요. '맨 오브 라만차' 처음부터, 그 대사를 하기 위해 극을 끌고 가거든요. '내가 이 작품을 이래서 했지'라고 생각을 들게 한 대사기이도 하고요."
  
▲ 차기작을 '그' 작품으로 선택한 이유 "하고 싶어서요. 이제 마지막이니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어요. 이번에 하면 마지막이지 않을까 해요."
ⓒ 서정준
 
반면, 무대에 서면서 가장 기쁘고 좋았던 순간에 대해 조정은은 <드라큘라> 연습실을 꼽았다. 이날 인터뷰 당시에는 조정은 배우의 차기작이 내년 <드라큘라>라고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배우는 웃으며 힌트만 전달했고, 몇몇 기자는 눈치 챘지만 굳이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조정은은 또 자신에게 '해방감'을 준 작품으로 <모래시계>를 꼽았다. 고전이 아닌 현대극의 인물을 입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 안에서 인물에 이입하고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킬 앤 하이드> 속 엠마를 연기했을 때의 고민을 꺼내놓기도 했다.
 
"제가 여자 주인공을 하면서, 너무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저 스스로 한 적은 없어요. 저는 좀 인물이 입체적이었으면 했어요. 드레스를 입는다고 화를 안 내는 건 아닐 테니까요. 뭘 해도 다 너무 선할 것 같고 이런 게, 인간적이지 않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엠마를 할 때도, 지킬 박사를 사랑하는 부잣집의 약혼녀라고 단편적으로 설명되는 것도 사실 싫었어요. 그렇게 특이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여자가 하는 말들 보면, 환경은 부잣집이지만 그 안에서 지킬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저 지고지순하기만 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죠. 제가 역할을 맡아서 할 때는, 이유 없이 그렇게 하는 건 좀 재미없었어요. 이 사람이 그렇게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고, 이 여자가 이렇게 된 데는 뭔가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그가 기다려온 시간
 
 
▲ 세트리스트에 넣을 가요를 정하며 “어렸을 때도 조용한 편이라, 음악도 잔잔한 분위기를 좋아했어요. ‘중학생이 이런 노래를 좋아했나’ 싶어요. (웃음) 가요를 들으면 사랑 얘기가 떠오르잖아요.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관객들도 각자,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 곽우신
 
많은 관객이 배우 조정은을 사랑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섬세하고 단단한 연기, 대체불가한 그만의 색깔…. 조정은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들 덕분이라고 하지만, 알 사람은 안다. 배우 조정은이 작품 속 인물을 잘 만난 게 아니라, 작품 속 인물이 배우 조정은 덕분에 더 살아났다는 것을.
 
"팬 분들과 생일 때 간단하게 식사하기도 하는데, 아마 저의 실생활 알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거 같아요. 무대 위 역할과 저를 겹쳐서 봐주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역할이 주는 힘이 클 거 같아요.
 
특히 여성 팬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을 안 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일단 제가 표정 관리를 잘 못해요. 화 나면 화가 얼굴에 다 드러나는 편이고요. 필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여자는 여자 보면 알잖아요. 여자분들이 더 편하고, 저도. (웃음)"
 
지난해 <닥터 지바고>와 '2018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이후 작품 활동 없이 온전히 2019년을 보낸 조정은. 내년 <드라큘라>로 다시 관객을 만나고, 그 후에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무대 위에서 관객과 마주하고 소통할 그. 그에게는 자신의 느린 보폭에 발맞추어 옆에서 같이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무척 소중하다.
 
"저를 기다려주신다는 것 자체에 감사드려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지 잘 몰랐어요. 계획하고 의도적으로 쉬어야겠다고 한 건 아니고, 작품을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많든 적든, 제가 나오는 작품을 기다려주신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하죠.
저도 사실 작품을 기다려 왔어요. 그래도 '너무 안 했으니까 해야지' 혹은 '불안하니까 그래도 해야 되는 것 아니야?' 이런 이유 때문에는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말 '이 작품 해야겠다'는 이유로 하어서 길어졌던 것 같고. 그럼에도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작품으로 팬 분들 만날 시간을 정말 기다렸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 콘서트 이전까지 한 것 그리고 이후의 계획 “지인 출연하는 공연도 보러가고. 최재웅 보러 <시라노>도 봤어요. 콘서트 마치면 줄줄이 작품 보러 갈 생각이에요. 매주 화요일마다 찬양도 가고 운동도 꼭 가요. 노래 레슨도 받고요. 유리병을 좋아하는데, 꼭지를 빼야 하는데, 철물점에 가니까 주인 아저씨께서 빼주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어요.”
ⓒ 곽우신
 
이제 배우 조정은이 팬들과 마주할 시간이 왔다. 조정은 콘서트 <마주하다>는 19일,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다. 게스트로는 19일 이혜경·최현주·김준수, 20일에는 강필석·박은태는 스페셜 게스트로 출동하여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배우로서 인물의 옷을 입고 관객의 마음을 치유하고, 때로는 울고 웃게 하던 그가 자신의 맨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그건 관객을 치유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배우 조정은 또한 치유받는 시간이 될 것이다.
 
"콘서트가 저에게도 '힐링'이 될 거 같아요. 꺼내보고 싶지 않은 작품을 끝내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마음속 방 한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있겠죠. 작품에 대해 자신있게 말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자꾸만 '죄송'한 생각만 들고, 저도 모르게 '안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자꾸만 그렇게만 보이고요. 콘서트를 통해 객관적으로 제 작품을 보고 스스로에게 '애썼다'라고 해주고 싶어요. 저와 같은 마음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아주고도 싶고요."
 
▲ 뮤지컬 배우 조정은 콘서트 <마주하다> 포스터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좋은 '타이밍'을 맞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그. 그가 걸어온 길을 마주하고, 그를 응원하는 팬을 마주하고, 그 자신을 마주했던 시간. 그 고민의 결과물이 19일과 20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진다. 콘서트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배우 조정은의 작품 활동은 '시즌2'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컴퍼니 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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