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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윤희에게', 너는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입력 2019.11.16. 14:00 수정 2019.11.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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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다양한 ‘윤희에게’…첫사랑 찾아 오타루 간 母女
|사랑 앞에 색안경 끼지 말지어다
|김희애 “진정한 사랑? 결국 사랑은 변해”

[김영재 기자] 어느 날 엄마 윤희(김희애) 앞으로 온 한 통의 편지를 읽게 된 딸 새봄(김소혜). 그 편지는 엄마와 20년 전에 헤어진 첫사랑에게서 온 편지였다. 이에 속 깊은 새봄은 윤희에게 편지의 발신처인 일본 오타루로의 가족 여행을 제안한다.

배우 김희애의 ‘멜로 복귀작’으로 조명받고 있는 영화 ‘윤희에게(감독 임대형)’는 요즘 작품답게 장르가 다채롭다. 멜로드라마는 물론, 버디 무비에 성장 드라마까지 있다. 어쩌면 김희애의 말대로 “무공해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희에게 편지를 보낸 그 첫사랑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관객은 주섬주섬 색안경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윤희의 사랑이 유별난 이유는 그 사랑이 상식에 반(反)해서가 아니다. 억겁이 지나서야 서로의 안부를 묻는 두 연인의 사연이 가슴 아파서다. 시인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가 생각나는 대목으로, 사랑은 어떤 모양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뜨거웠냐로 그 우열이 가려진다고 본작은 말한다. 특히 행복에 “충만했던 시절”과 재회한 윤희를 보면 그가 속죄를 벗어 낸 것에 대한 안도와 함께 첫사랑과 회포를 나눈 데 대한 부러움이 샘솟는다.

옛사랑과의 조우 후 한 뼘 성장한 윤희를 보면 여성의 성장이라는 점에서 문득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떠오른다. 마침 임대형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나카무라 유코(쥰 역)가 대본 이해를 위해 책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비화를 전했다. 다만 주인공이 사회로부터 받은 각종 차별을 통해 여성 주권을 강조하는 작품은 아니다. 야만의 시대가 슬쩍 등장하나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 일종의 장애물에 가깝다. 2018 아시아영화펀드(ACF) 극영화 제작지원작 및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12세 관람가. 105분.


‘윤희에게’ 윤희 役 맡은 김희애 (인터뷰)

분명 제목은 ‘윤희에게’다. 하지만 그 제목은 임대형 감독이 배우 김희애(52)를 떠올리며 쓴 각본에 힘입어 문득 ‘희애에게’가 된다. 감독의 말대로 그에게는 좌중을 휘어잡는 “특별한 존재감과 카리스마”가 있다. 외동딸에게서 뺏은 라이터로 담배를 피우는 엄마가 낯설기보다 오히려 친숙한 이유는 김희애가 윤희를 연기해서다.

하지만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2길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애는 “나와 윤희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며, “지금껏 그 어떤 역도 내 안의 무엇을 끄집어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나를 ‘완전히’ 버려야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는 그의 연기론을 들으니, 윤희가 희애에게 물든 것이 아니라 희애의 공(空)에 윤희가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치우고 치워도 끝이 없는 오타루의 눈. 그리고 그 눈처럼 마를 날 없는 윤희의 눈물. 윤희와 하나된 김희애에게 그는 분명 부둥켜안고픈 위로의 대상이었을 테다.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첫사랑과의 재회 신이 가장 힘들었어요. 꼭 해내야 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집중했는데, 그게 뭐 스킬이 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 사람이 되고 싶었고, 또 그간 감추고 살아온 감정을 터트리는 신이라 ‘아유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 많았죠. 다행히 상대 배우와 교감을 주고받으며 무사히 촬영을 마쳤어요. 너무 좋았어요, 그 순간이.”

―세월에 굴하지 않는 윤희의 사랑이에요. 그 사랑,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글쎄요. 솔직히 그런 게 있을까 싶어요. 진정한 사랑이 과연 있을까요? 제가 좀 부정적인가요? 결국 사랑은 변한다고 생각해요. 해로해서 나중에 죽음까지 같이하는 사랑은 정말 하늘이 내려 주신 운명이고,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나 책을 통해 로망을 꿈꾸고 대리 만족을 하지 않나 싶어요.(웃음) 어렸을 때는 몰랐어요. 살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근데 사랑뿐만 아니라 세상에 영원한 건 없잖아요. 없어요. 없어요.”

―한 아침 뉴스를 봤어요. “대한민국에서 우아함을 담당하고 있는 분”이라며 김희애 씨를 소개하더라고요. SBS ‘주병진쇼’ 93년도 출연분도 봤습니다. 당시 주병진 씨가 친구가 김희애 씨에 관해 내숭 아니냐고 했다며 그 친구 몇 대 때려 줬다고 너스레를 떨더라고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우아’ 혹은 ‘내숭’입니다.

“친정어머니 말씀 중에 ‘얘 너 내숭 좀 떨어라’가 있어요. 앙큼하다? 그것도 좀 필요한 거 같아요. 제가 의외로 수줍음을 타는 편이에요. 낯가리고 내성적이고. 그게 ‘내숭이다’ 또는 ‘건방지다’로 왜곡되지 않았나 싶어요. 최근까지도 ‘아 난 배우야’라는 자의식 대신 ‘왜 저한테 사인을? 왜 제가 제 이름을 써야 하죠?’ 같은 의문을 갖고 살았어요. 지금은 뭐든 자신감 갖고 편하게 하려고 해요. 이 나이에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나 몰라.”

(사진제공: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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