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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곡 없는 톱가수 송가인, 어떻게 봐야 할까

최영균 입력 2019.11.08. 13:33 수정 2019.11.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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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제이플라 통해 본 커버의 전성시대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톱가수로 인정받으려면 오리지널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 대중음악계에 오랫동안 당연시되던 철칙이다. 최초 가창자로 메가 히트 친 곡을 보유해야 대중들로부터 최고의 가수로 여겨지고 인기와 부를 누리게 된다는 관점이 상식으로 통용됐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중에는 이 원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우들이 꽤 있었다. 비주얼과 예능 활동을 통해 데뷔 직후 큰 인기를 먼저 얻었지만 히트곡이 아직 애매해서 문제였다. 정상의 지위를 대중들로부터 확고부동하게 공인받지 못했기에 타율 높은 프로듀서들을 오가며 빅히트곡을 갖추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모든 상식은 영원하지 않다. 압도적인 차트 1위곡도 없고, 빅히트했다고 대중들의 합의가 이뤄지는 오리지널 곡이 뚜렷하지 않지만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는 가수들이 생겨나고 있다. 팬덤도 거대하고 수입에 있어서도 멀티 히트 가수 부럽지 않다. 다른 가수의 곡을 부르는 커버 활동으로 말이다.

커버는 기존 주류 가수들에게는 홍보 수단 정도로 쓰여 왔다. 인기 가수들은 신곡을 내놓기 전 혹은 휴식기에 커버 곡을 발표해 음악적 역량을 드러내고 대중 관심의 불길을 유지하는 연료로도 사용했다. 신인 가수들도 커버 곡을 SNS 세상에 던져 관심이 쏠리면 기존 발표곡을 차트에서 역주행시키는 도우미 역할로 쓰기도 했다.

하지만 TV조선 예능 <미스트롯> 출신 송가인을 필두로 한 트로트 가수들, 유튜브 1300만 구독자의 제이플라로 대표되는 커버 유튜버들은 커버를 주력 활동으로 스타가 됐다. 물론 송가인은 11월초 신곡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곡들은 아직 차트나 대중의 인식 기준으로 빅히트했다고 하기에는 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이 신곡들이 앞으로 대히트곡이 될 수도 있다. 트로트는 인기곡이 되기까지 주류 장르 곡들에 비해 시간이 훨씬 더 걸리니까. 하지만 송가인은 신곡들의 결과와는 별개로 이미 커버 활동만으로도 여느 톱가수가 부럽지 않을 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트로트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트로트는 원곡 가수가 세상을 뜬 한참 후에도 노래가 사랑받는 경우가 많을 만큼 인기 지속성이 길다. 원곡 가수는 없어도 듣고 싶어하는 청중은 많다 보니 타 장르에 비해 커버가 훨씬 활발하고 자연스럽다. KBS <가요무대> 등 TV 프로그램과 공연, 행사 등 활동 전반에서 트로트는 커버 비율이 굉장히 높다.

제이플라도 오리지널 곡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사랑하는 그의 곡은 거의 대부분 커버라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커버 가수는 수익이 대부분 원저작자에게로 가지만 제이플라는 반주를 자신이 편곡해 광고 수익 일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액수가 연간 2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가인 역시 인기는 물론 행사 출연 몸값 기준으로도 이미 톱가수의 지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1000~1500만원 정도인 트로트 기존 인기가수들보다 훨씬 높은 몸값이 시장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최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트로트 가수로는 드물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팬덤이 강력히 형성돼 있기도 하다.

송가인과 제이플라의 음악적 능력으로 따지면 뜨거운 인기의 주인이 될 자격은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송가인은 판소리와 민요를 바탕으로 정통 트로트를 탄탄하게 구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곡도 훌륭히 소화해낸다. 빼어난 감정 표현 능력과 가창력을 갖고 있다. 제이플라도 남다른 음색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팝음악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내는 음악적 내공을 갖추고 있다.

커버의 강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히트곡에 부여되던 높은 가치는 ‘음악=소유’ 개념이 강하던 LP와 CD 시대를 끝으로 조금씩 축소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전에는 어떤 가수의 음악을 구매할 때 신곡은 가수 정체성의 일부로 작동하면서 소유의 가치를 높였고 이 곡이 히트까지 할 경우 가치의 극대화는 완성됐다.

하지만 유튜브를 필두로 SNS로 인해 심화 중인 스트리밍의 시대는 좀 다르다. 음악을 그저 소비하고 흘려보내는 스트리밍에서는 리스너의 취향 충족만 잘되면, 그리고 많은 사람이 같이 듣고 있다는 것 정도만 확인되면 충분하다. 다른 사람의 곡을 불러 사랑받기가 훨씬 용이해진 것이다.

제이플라의 팝이든 송가인의 트로트든 장르불문하고 음악을 SNS를 통해 감상하는 상황과 커버 활성화는 서로 맞물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로트는 커버에 우호적인데다 SNS를 통한 음악 소비까지 활발해 커버 스타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 최적화돼 있다. 트로트는 그간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공연과 방송 영상을 제공하고 중장년층이 적극 소비하면서 축적돼온 성장동력이 존재했다.

상식이 달라지면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커버를 통해 톱가수가 먼저 되고 히트곡이 나중에 나오는 경우를 만나게 될 듯 싶다. 통념이 변하면 없던 일이 생기기도 한다. 커버 곡으로만 앨범이 발표되고 이 곡들이 차트에서 줄세우기 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SNS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KBS, TV조선, 포켓돌스튜디오, 제이플라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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