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로가 영국 축구단 구단주가 된 진짜 이유

2019. 9. 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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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김수로(49)는 요즘 배우보다는 구단주라는 말로 더 자주 불리운다. 소문난 축구광인 김수로는 지난해 10월 영국 축구단 13부 리그인 ‘첼시 로버스’을 인수해 영국축구협회에 정식 구단주로 등록됐다. 그는 요즘 영국 축구단 구단주로서, 또 그 축구단 경영 모습을 담는 KBS 2TV 예능프로그램 ‘으라차차 만수로’를 찍기위해 수시로 영국을 오가고 있다. 인터뷰 하는 날도 그는 전날 영국에서 귀국해 시차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왜 그렇게 영국 축구에 집착할까?

“축구장이 4개 이상 되는 스포츠센터가 런던에만 500개가 됩니다. 말이 안되는 거죠. 우리나라의 태권도 도장 개념이라고 보면 돼요. 저는 축구를 배운다기 보다는 영국의 선진 문화, 스포츠를 통해 빚어지는 헌신과 도네이션(기부) 문화를 배우려고 합니다.”

김수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첼시 로버스를 얼마에 인수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영국에는 무려 20개의 축구 리그가 있다.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첼시FC의 인수 금액은 무려 3조7000억 원 정도다. 때문에 영국 축구 리그의 구단주인 맨체스터 시티 FC의 만수르, 첼시 FC의 로만 등은 세계적인 부호들이다.

▶김수로는 왜 영국 축구 13부 리그팀을 인수했을까?

“아마추어팀인 첼시 로버스는 13부 리그팀이라 인수액이 그리 많지 않지만 1년에 운영비가 1억원 정도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2천만~3천만원 들어갔는데 직원들이 생겨 연봉을 주다 보니 늘어놨죠. 그런데 구단을 인수할 때 진짜 중요한 요소는 돈이 아니라 따로 있어요. 구단을 인수할 때 계약서에 지역에 대한 봉사, 예를 들면 멤버들이 일정 기간에 한번씩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무료 축구교실을 열고, 빵을 나눠주고 하는 세세한 내용까지 들어가 있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계약서는 매우 두꺼워요. 한달에 한 번 병원에 가 봉사하는 것 등등... 봉사를 기분파로 하면 안돼요. 우리처럼 정치인들이 보육원을 방문해 사진을 찍는 일회성과는 달라요.”

김수로가 영국 축구 구단을 인수한 것은 한번 튀어보려는 행위가 아니다. 뚜렷한 소신과 목표가 있었다. 그는 행하러 가는 게 아니라 배워러 간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목표도 10부 리그 정도에 오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고 했다. 팀플레이인 축구를 통해 앙상블의 묘미를 배운다.

“저는 공연을 80석에서 시작해 1000석으로 늘어났어요. 행하려고 하는 것과 배우려는 것은 다릅니다. 축구단의 메인스폰서쉽을 달고 지역 봉사 활동을 하러 나가는 게 즐거워요.”

김수로는 한국 어느 지역사회에도 그런 코칭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 것은 같이 해야한다는 논리다.

“맛있는 것은 혼자 먹는 게 아닙니다. 중국 시경(詩經)에 나오는 유유녹명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사슴이 맛있는 풀을 발견하면 ‘유유’하고 소리내 불러 함께 먹는다는 뜻입니다. 혼자 먹어봤자 다 먹지 못하고 썩혀 버리잖아요. 좋은 것은 전파해야죠.”

실제 방송에서도 김수로는 이시영, 박문성, 럭키, 백호 등 구단 이사진들에게 구단의 역할 중 지역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경기장의 스탠드를 탈바꿈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페인트공으로 변신해 경기장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연극학교를 세운 이유도 팀플레이 “공부해서 남주자” “나라의 배우가 되어라”

김수로는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극을 계속 제작하고 있고 음악극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6년전에는 연극학교(더블K연극학교)도 만들었다. 해마다 연극영화 전공 대학생들을 뽑아 무료로 이론과 실전을 익히게 해준다. 지난 8월 31일에도 6기생 19명을 뽑았다. 2달반동안 트레이닝시키는 데 드는 비용만 7천만원 정도다. 유재석도 매년 1천만원씩 기부해준다.

“우리 때는 전국에 연극영화과가 7개 정도였는데 150개로 늘어났어요. 이제 제2의 이병헌, 조진웅, 유해진이 안나와요. 꽃미남과로 가는 거죠. 연극인이 없이 좋은 배우가 나올까요. 연극은 계속 망해가고 있어요. 갈수록 좋은 연극을 못하게 되고, 신인이 나올 수 없는 구조죠. 지원이 없으면 연극이 상업적인 방향으로만 발전하게 되어요. 연극 시장이 1천억에서 8천억 규모로 확대됐지만 뮤지컬 시장이 비대해졌고, 연극은 오히려 안좋아요.”

이 말에서 그가 왜 연극학교를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얼마전 뽑은 6기생들에게 쓴 편지를 보면 그의 연극학교에 대한 정신자세가 더욱 잘 나타난다. 웬만한 강연 내용보다 더 훌륭하다.

“우리 연극학교는 나라의 배우가 되기를 목표로 성장을 꿈꿉니다. 누가 물어요~ 나라의 배우가 되는 게 어떤 거죠? 그럼 전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나라의 배우란 개인을 생각하기보다 팀을 생각하고 주변을 생각하고 희생하고 배려심이 많으며 성공하여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사회를 위하여 도네이션하는 법을 배우며 연기의 기술을 예술로 승화시켜 큰 사랑을 받을 때도 지금의 도네이션 습관으로 멋지게 나라를 위해 크게 쓰임 받고 많은 곳에 기부할 줄 아는 그런 배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옛날엔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공부시킬때 공부해서 남주냐? 라고 하며 공부를 시켰어요.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만 습관적으로 알게되죠. 하지만 이제는 ‘공부해서 남주자’로 바꿔야 합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처음부터 나 혼자가 아니고 팀임을 알게 되고, 나의 좋은 공부를 꼭 터득하여 남에게 줄 수 있는 나라의 배우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어느새 여러분들의 자리가 남들이 존중하고 존경받는 곳에 있을 거에요. 확신합니다.”

▶“스타가 아니라 좋은 리더를 길러내는 게 목표”

김수로가 영국 축구단을 인수하고, 연극학교를 세워 운영하는 것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돈은 못먹고 힘이 든다. 그는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힘들때, 보람 있는 일과 가치 있는 일을 안하면 스트레스로 팍 쓰러지더군요. 지구는 나혼자 사는 게 아니잖아요. 저를 런던까지 편하게 데려다주는 비행기와 아늑한 숙소, 잘 조성된 축구장, 이런 것들이 혼자 만들어진 게 아니죠. 여행을 통해 제가 느낀 것은 내가 나를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그 보람을 찾으려면 후학을 도와주면 된다고 봐요. 그 보람이 날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죠.”

김수로는 지난 20년동안, 영화 45편을 찍었다. 잘 나갈 때는 부와 명예를 좇았다. 어느 순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를 자문해봤다. ‘나’만 위해 일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 그러던 차에 연극을 도와주는 사람이 없음을 알게됐다. 그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영국의 왕립연극원(RADA) 같은 연극학교를 만들어 ‘국가대표 연극배우’를 키우려고 한다. 그래서 단체복에 태극기를 단다.

“스타를 만들어내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할 것이고, 저는 좋은 리더를 만들고 싶어요. 스타는 피고 지지만, 리더는 지지 않죠. 스타는 사랑밖에 준 게 없지만, 리더는 훨씬 많은 영향을 주게되죠. 연극학교와 첼시 로버스를 통해 좋은 리더를 발굴하고 싶어요. 영국의 좋은 배우 리더는 공연을 열면 한 코너는 서민들이 볼 수 있게 우리 돈으로 2만원 정도로 입장료를 낮게 책정해요. 저도 좋은 배우를 길러내는 게 목표가 아니고, 좋은 리더를 길러내는 게 목표에요. 연극학교 학생이 모두가 다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 해도, 아버지의 작은 가게에서 일해도 좋은 리더는 될 수 있기를 바래요. 1기부터 3기까지는 제 힘으로 연극학교를 운영했어요. 김민종과 강성진 등 절친들이 도와줘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저의 취지에 동감하고 도와주시고 있습니다.”

▶여행광 김수로는 여행도 단체로 간다

김수로는 여행광이다. 작품을 하면서 생긴 스트레스는 여행을 통해서만 풀린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거의 다 가봤다. 그동안 가 본 나라만도 25개국이 넘는다.

“저는 외국에 나가는 방송이면 웬만하면 하려고 합니다. 무전여행 프로그램 ‘오지의 마법사’와 대한민국의 우수한 제품을 가지고 해외 소비자를 찾아가 영업하는 ‘히트맨2’를 재미있게 찍었습니다. ‘뭉쳐야 뜬다’는 왜 나에게 제의가 안왔을까요 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여행을 혼자 가느냐고 물었다. ‘유유녹명 정신’에 입각해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간다고 했다. 여러 명이 가서 혼자 시간을 갖는단다. 김수로는 축구와 연극의 공통점은 팀플레이라고 했다. 무조건 앙상블이란다. 단체 활동을 통해 좋은 리더의 모습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똑똑한 사람을 많이 길러냈지만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일하죠. 요즘처럼 나라가 어려울때 좋은 재주를 활용해 거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사람은 없잖아요. 잘 나가는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헌신해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기부도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하는 거에요. 돈을 벌어서 기부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리더가 있으면 사람들은 따라갈 수 있거든요. 영국은 스포츠, 밴드 음악, 연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김수로는 자폐증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마크 해던의 성장소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한국 판권을 사와 무대에 올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연극은 영국에서는 로렌스 올리비에상 6관왕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국은 지체장애인을 사회의 일원으로 봅니다. 우리는 좀 불쌍하게 보지만, 영국은 멋있게 살게 해줍니다. 이 연극도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지만,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게 해주는 게 감동적입니다.”

김수로는 그동안 코미디물을 많이 하다 보니, 예능이나 코미디 위주로 섭외가 들어왔다. 그마저도 45세가 넘어서면서 뜸해졌다. 그가 연극학교를 만들었지만, 연극무대에도 직접 서는 것은 계속 배우로도 활동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는 기다리지 않고 제가 해버려요. 그동안 쓰임을 쭉 받아오다 안된다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건 슬퍼요. 계속 만들어서 콜이 들어오게 하면 되잖아요.”

김수로는 주위에서 “왜 건물을 안사”라고 하는데, 건물을 사면 안주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안주하는 삶은 살고싶지 않단다. 간혹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많은 식솔이 있고 한 번 하면 끝을 맺는 성격이라 계속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씨를 뿌려 놓으면 누군가 이어받을 거라는 말도 했다. 마지막으로 20년 후에는 무얼하고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제작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배우 김수로가 걸어온 길

 ▶ 1970년 5월 경기도 출생

 ▶ 학력

 ▷ 서울예전 연극과 졸업

 ▷ 동국대학교 연극학 학사

 ▶ 영화

 ▷ 2012 점쟁이들

 ▷ 2006 흡혈형사 나도열

 ▷ 1999 주유소 습격사건

 ▶ 드라마

 ▷ 2016 SBS 돌아와요 아저씨

 ▷ 2012 SBS 신사의 품격

 ▷ 2010 KBS 공부의 신

 ▶연극/뮤지컬

 ▷ 2019 시련

 ▷ 2018 돌아온다

 ▷ 2009 밑바닥에서

 ▶ 예능

 ▷ 2019 KBS 으라차차 만수로

 ▷ 2017 MBC 오지의 마법사

 ▷ 2014 Mnet 댄싱9

 ▶ 수상내역

 ▷ 2013 MBC 방송연예대상 남자 최우수상

 ▷ 2012 SBS 연기대상 주말연속극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 2010 K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남자 우수연기상

 ▷2008 SBS 방송연예대상 TV스타상

▶2018년 10월 영국 축구단 13부 리그 ‘첼시 로버스’ 구단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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