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 "사랑하는 이에겐 전부 솔직하게 말할래요"

김지원 입력 2019. 8. 3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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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라디오 DJ가 바뀌던 날 만난 동갑내기와 사랑에 빠지는 현우를 연기한 배우 정해인.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연애를 오랫동안 묵묵히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점은 영화 속 현우(정해인 분)와 비슷하죠.”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으로 여심을 녹인 배우 정해인이 멜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또 한 번 연애세포를 샘솟게 한다.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앨범’의 DJ가 유열로 바뀌던 날 만난 동갑내기의 사랑 이야기다. 멜로 3연타면 지겨워질 법도 한데 정해인이 풀어내는 멜로는 조금씩 다른 맛이 있다. 누나들과는 현실적이고 성숙한 멜로였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동갑내기와의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이다. 영화에서 현우는 과거의 트라우마,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지만 다시 일어서고, 포기했지만 또 다시 용기를 낸다. 정해인이 만든 현우를 보고 있자면 돌고 돌아 이뤄지는 인연이 있다는 운명을, 절망 뒤에는 희망이 있다는 기적을 믿고 싶게 된다.

10. 오래 전 1990년대 사랑 이야기다. 공감할 수 있었나?
정해인: 공감이 안 된 부분은 없었다. 2019년 현재와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94년, 2000년, 2005년… 각 시대 20대 청춘들이 했던 사랑과 지금 청춘들의 사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은 지금이나 그 때나 똑같은 것 같다. 다만 연애를 할 때 그 시대가 좀 더 아날로그적이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더 빨리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서로 연락하기 어려웠던 그 시절이 지금보다 답답할 순 있지만 그래서 더 애절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들이 연락이 끊기게 됐다가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 정말 기뻐하지 않나. 그리고 서정적인 느낌이 가득한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10. 평소에 라디오를 듣나?
정해인: 고등학생 때 야자시간에 많이 들었다. 가장 많이 들었을 때는 군대에서다. 운전병이었는데 차의 CD플레이어가 잘 안 돼서 라디오를 들었다. 사회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가요가 나오면 단절됐던 게 연결되는 기분이어서 좋았다. 라디오는 사연으로 만들어진다는 특수성이 있다. TV와는 다르게 소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 영화도 1994년 유열 선배님이 ‘음악앨범’을 시작할 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현우와 미수(김고은 분)의 이야기가 마치 라디오 사연을 보여주는 것처럼 진행된다. 감독님은 이 영화에 대해 꼭 두 시간짜리 라디오 생방송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10. 현우는 소년원에서 나온 후 미수를 만나 행복해지기도 하고 다시 과거에 발목 잡히기도 한다. 내밀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할 때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정해인: 감추고 싶던 과거를 의도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이 알게 됐을 때 현우의 좌절감은 컸을 것이고,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추고 싶은 부분, 부끄러운 과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 또한 그런 것들이 있다. 그런 부분을 놓고 현장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10. 어떤 이야기였나?
정해인: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 털어놓는 게 맞는 거냐, 말하고 싶지 않은 건 하지 않는 게 나은 거냐에 대해서다. 나는 다 털어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받는 마음의 상처가 더 클 것 같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스틸.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10. 현우가 미수를 쫓아가는 장면은 북촌 일대를 뛰어다니면서 촬영한 것 같더라.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화면에 비치던데 연출을 한 건가, 아니면 자연스럽게 찍힌 건가?
정해인: 모두 보조출연자들이었다. ‘보조출연자 120명’이라고 적힌 걸 봤을 때 부담 됐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스펙터클하고 돈이 많이 들어간 장면이 아닌가 싶다.(웃음) 여러 번 찍으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겠다 싶었는데 그 생각이 금세 사라졌다. 전력질주를 하다 보니 내가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웃음) 마음은 미수를 바짝 쫓아가는데 모니터에서 내가 너무 느리게 보였다. 마음은 급한데 해는 지고 120명은 기다리고 감독님은 시계를 보면서 촬영시간을 체크하고…. 아휴,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10. 키스신에서 등을 살짝 노출하는데 준비를 좀 한 건가? 키스신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정해인: 지금보다 운동을 열심히 할 때였다. 작품 때문에 준비한 것도 있다. 키스신을 찍을 때 현장이 정말 고요했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집중했다. 그래서 더 떨렸다.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영화 시사회에서 그 장면이 나올 때 부끄러워서 눈을 감으니 오히려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배드신이 아니라 분명 키스신인데 너무 야했다. 이게 정지우 감독님의 연출력인가 싶었다.(웃음)

10.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 이어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연이어 멜로를 보여주면서도 지겹다는 느낌이 아니라 증폭된다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멜로 DNA를 타고 났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정해인: 그건 아니다.(웃음) 남녀노소 불문하고 연기할 때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먼저 다다가길 어려워하는 성격인데 그래도 용기 내서 먼저 배려하고 존중해주면 상대도 그렇게 하더라. 그래서 더 좋은 케미가 나오는 것 같다. 선배들과 연기할 때 선배니까 당연히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어려워만 한다면 작품을 할 수 없다. 어려움을 존중으로 방향을 틀면 좀 더 편해진다.

10. 김고은과는 존중과 배려가 가득했나?
정해인: 낯설고 어색한 현장에 적응할 때 정지우 감독과 이미 돈독한 사이인 고은 씨가 많이 도와줬다.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인 데다 연기만 잘해서 될 일도 아니다.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같이 하는 공동 예술이기 때문에 결국 부딪혀야 한다.

영화에서 현우는 내내 티셔츠에 청바지, 단출한 차림이다. “현우에게 필요한 ‘강력한 한두 개’에 미수, 카메라, 옷이 포함되죠.”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10. 영화에서 현우는 많은 게 필요치 않다고 한다. 강력한 한두 개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당신에게 강력한 한두 개가 있다면?
정해인: 내 연기를 봐주는 분들이다. 내가 하는 일은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일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만큼 정신적으로 불온전할 때도 많다. 그때마다 나를 다잡아주고 힘을 주는 게 팬들이다. 팬들이 늘어날수록 내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 그들은 내게 자존감도 높여준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많은 힘을 받고 있다. 부모님과 친동생…. 남동생이 1명 있는데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10. 어떤 동생인가?
정해인: 7살 터울인데 예전에는 마냥 애 같았다. 이제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얘기하다 보면 동생이지만 남자로 느껴진다. 내 고민도 들어주고 힘도 불어넣어주고 쓴소리도 한다.

10. 어떤 쓴소리를 해주던가?
정해인: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된다고 하더라.(웃음) 동생이 내가 나온 기사를 다 찾아본다. 나도 기사를 찾아보고 선플, 악플 다 본다.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질타까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게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흔들리기도 하겠지만 흔들리기만 하면 이 일을 건강하게 계속하진 못할 것이다. 나는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건강하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정해인은 “누군가와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한번 정을 맺은 사람과는 오래 간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10. 꿈이라….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정해인: 첫 번째가 건강. 그러려면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팬들에게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라는 것.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는 것 같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내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최근 좀 아팠는데 좋아하는 음식도 주변 사람들도 연기도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차 회복이 되면서 다시 주위를 볼 수 있게 됐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10. 다음 작품은 채수빈과 호흡을 맞추게 된 드라마 ‘반의 반’이다. 이번에도 멜로인데 부담감은?
정해인: 로맨스라서가 아니라 새로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 (영화 ‘시동’도 이미 촬영을 마쳤지 않나?) 드라마보다 ‘시동’이 먼저 선보이게 되니 정확히는 영화가 차기작이라 할 수 있겠다. 내년 설 연휴가 될 것 같다. ‘시동’도 최선을 다해 만든 소중한 작품이다. ‘유열의 음악앨범’의 현우와 나이는 10대 후반으로 비슷하지만 180도 다른 캐릭터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센 캐릭터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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