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무조건 사과하라?".. 교회 카톡방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들

이학후 입력 2019. 8. 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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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스트레이트> ,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가짜뉴스(Fake news)'란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들을 비판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사전적 의미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 사실이 아닌 거짓된 뉴스'를 뜻한다. 특정한 세력이 이득을 취하고자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인터넷과 SNS를 이용하여 빠르게 확산한다. 사실관계를 가리기도 전에 무분별하게 공유가 되는 바람에 검증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3회에 걸쳐 국내의 가짜뉴스 실태를 집중 추적했다. 지난 5일 방송한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은 설교로 표심을 좌우하고 헌금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행태를 다루었다. 왜 교회 카톡방에서 황당한 가짜뉴스들이 '유통'되는 걸까?
 
▲ <스트레이트>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스트레이트'는 2019년 8월 1일 엄마부대, 엄마방송, 여성정책협의회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주최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기자회견'을 찾았다. 주옥순 엄마부대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무조건 사과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엄마부대의 한 회원은 "이제는 문재인이 대가리를 숙이고 일본에 사죄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됩니다."란 막말까지 쏟아냈다. 심지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대통령을 대신하여 사죄하겠다고 나섰다.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후 '일본은 맞고, 한국은 틀렸다'는 친일 성향의 유튜브 영상이 개신교 교인들의 카톡방을 휩쓸고 있다. 구독자 31만 명인 '팩맨TV'는 수출 규제 품목을 국산화하자는 문재인 정부에 속지 말라는 주장을 펼치며 일본을 찬양한다.

"일본이 유럽이랑 경쟁하고 원천기술 노하우를 쌓아갈 동안 한국은 명나라 형님으로 섬기면서 절만 했잖아. 한국의 근대화는 일제 시대부터 시작됐잖아. 일본 어깨너머로 원숭이 취급받아 가면서 배운 기술들인데 원천기술이 뭐가 있고 노하우가 뭐가 있어. 그나마 일본이 옆에 있고 미국이 뒤에서 받쳐주니까 우리가 지금 이렇게 먹고살 수 있었던 거예요."
 
▲ <스트레이트>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구독자 22만 명인 '지식의 칼'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자발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아무짝에 쓸모없는 짓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이게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이에요. 여러분들이 불매할만한 소비재는 (워낙 비중이 작아서) 보이지도 않아요. 불매운동은 애초에 일본 경제에 어떤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액션이 아니죠. 사실상 그냥 화풀이일 뿐인 겁니다. (중국 관광객이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여행을 안 가봐야 일본 경제에 피해가 별로 없어요."

색깔론, 친미, 친일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활발히 퍼지게끔 유통을 담당한 곳은 다름 아닌 '교회 카톡방'이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소녀상 옆에서 벌어진 친일 기자회견을 공지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올라온 곳 역시 개신교 교인들의 한 카톡방이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이전에 교회 카톡방엔 외신(외국 언론사의 뉴스)이 자주 올라왔다. 외신의 단골은 일본 기사의 번역본이었다. 일본의 극우 매체 '석간 후지' 인터넷판이 올린 '한국은 지금 동아시아의 그리스로 가고 있다'나 '일본이 경제제재를 발동하지 않아도 한국은 스스로 가라앉는다'는 기사는 아무 근거도 없이 한국을 비하하고 있다. 그러나 '외신'이란 이유만으로 공신력 있는 뉴스로 덧칠된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어판도 일본의 극우 매체를 거치면서 외신으로 둔갑하여 교회 카톡방에 뿌려졌다.
 
▲ <스트레이트>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교회'와 '목사' 신분을 정치 활동에 이용하기도 한다. 일부 목사의 정치적 발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중이다. 유튜브 '손정훈 목사 채널'에서 손정훈 목사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서 전쟁에 함께 참여했으니 2차 대전의 전범이라는 희한한 주장을 늘어놓는다. 나아가 일본 정부의 대변인도 차마 말하지 못할 발언까지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포항제철을 세워준 기업이 그 일본 기업이에요. 그것이 한국에 있고 그 재산이 있으니까. 그것을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해서 빼앗아온 거예요. 정말 한국 사람들은 악해도 보통 악한 것이 아닙니다. 반일감정을 계속 부추기고 일으키는 '악함'이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대한민국에 대하여 하나님께서는 과연 어떻게 처리하실 거 같냐?"

예배당에서 일부 목사는 극우 인사 뺨치는 수준으로 일본을 찬양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말하지 않고 대한제국의 멸망은 필연적이었고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가르치고 있다. 사랑침례교회의 정동수 목사의 말이다.

"일본이 멸망시키지 않았어도 멸망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던 그런 나라가 조선입니다. 말로만 일본 싫어한다고 그러고 일본 여행은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많이 가요. 가보세요. 얼마나 나라가 좋은가. 깨끗하고. 그런 거는 배워야 하는 거예요. 국가권력에 순종하는 거는 배워야 하는 거예요."
 
▲ <스트레이트>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이런 비상식적인 일들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을까? '스트레이트'는 교회 안에서 목사와 신도들 사이에 형성된 권력 관계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강하게 신뢰하는 목사들의 정치적인 발언이 어떤 여과도 없이 고스란히 신도들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교인은 말한다.

"우리 교회에 어떤 분이 오셔서 인사하고 그러면 '아, 목사님이 저분을 찍으라는 소린가 보다' (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노골적으로 헌금을 요구하는 목사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전광훈 회장이다. 그는 설교하는 도중에 '문재인 대통령 하야 서명운동'을 위한 헌금을 하라고 신도들에게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여러분 핸드폰으로 계좌번호 쏠 테니까. 한 사람이에요. 한 가정이 아니에요. 한 사람이 한 세트를 책임지고 10만 원. 우리 한 번 헌금합시다."
 
▲ <스트레이트>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교회가 정치에 개입한 역사는 길고 깊다. 지난 해 11월 21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연 '가짜뉴스와 기독교 포럼'에서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손승호 박사는 "기독교발 가짜뉴스의 시초는 1970년대 진보 기독교계를 향한 용공 시비"라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박정희 정권과 한국의 일부 보수 교회 세력이 '반공'을 매개로 결탁하여 진보 기독교계를 빨갱이로 몰아갔던 것이다.
이후에도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끊임없이 정치 활동에 앞장섰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에선 소망교회의 장로였던 이명박 후보가 하나님의 사람이라 연결 지으며 '구국기도회'란 이름 아래 선거 운동을 자행했다. 마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로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자 일부 개신교가 국정원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여론을 조작했는데 여기에도 보수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 <스트레이트> '배은망덕한 한국...친일 선봉에 선 교회'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과거 구국기도회, 철야기도, 기도원 등에서 입과 책으로 퍼지던 가짜뉴스는 오늘날 카톡방과 유튜브를 이용하여 유통되고 있다.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북한을 '악'이라 규정한 후 그런 사탄들과 잘 지내려는 문재인 정권도 악마라고 공격한다. 이들은 핵까지 가진 사탄을 막아줄 유일한 구원자는 미국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홀대를 받다가 급기야 사탄과 앙숙인 일본과도 대립하여 한국을 공산화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색깔론, 친미, 친일을 조장하는 가짜뉴스 삼박자 속에 개신교는 병들고 있다. 일부 교회와 목사들의 머릿속엔 오로지 '기승전 정권교체'로 가득하다. 그래서 친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나라가 망할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하며 정부를 비난한다. 가짜뉴스, 그리고 교회의 위험한 정치개입을 취재한 '스트레이트'는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목사입니까? 정치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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