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트와이스, 톱 걸그룹은 이렇게 아티스트가 된다

이재훈 2019. 8. 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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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이돌 그룹의 인기 지속성은, 정답이 없는 난제다. 수많은 아이돌이 명멸하는 이유다. 해법은 있다. 보이그룹 중에 ‘방탄소년단’(BTS)이 보기라면, 걸그룹 중에서는 ‘트와이스’가 예다.

트와이스는 ‘걸그룹 장인’으로 통하는 프로듀서 박진영(47)이 크리에티티브 총괄 책임자(CCO)를 맡고 있는 ‘걸그룹 명가’ JYP엔터테인먼트가 2015년 내놓은 걸그룹이다.

‘트와이스’는 JYP의 기존 색깔을 벗어나 주목 받았다. 2000년대 후반을 풍미한 톱그룹 ‘원더걸스’의 복고도, 데뷔곡 ‘배드 걸 굿 걸’로 단숨에 정상에 오른 걸그룹 ‘미쓰에이’이 애크러배틱한 포퍼먼스와도 궤를 달리했다.

4년차를 맞은 올해 자타공인, 명실상부 톱 K팝 걸그룹이다.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이 팀은 최근 북아메리카에서 투어를 돌아 4만1000명을 끌어 모았다.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거둔 쾌거다.

일각에서는 트와이스가 변곡점을 맞았다고 본다. 멤버들이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나(22)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쉬고 있다. 지효(22)은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23)과 열애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모모(23)는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36)과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중에 노출된, 아이돌이라면 으레 거쳐 거쳐야 할 성장통이다. 본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약간의 흔들림 또는 연착륙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대기권 같은 것이다.

데뷔 초창기 트와이스는 데뷔곡 ‘우아하게’에 집약돼 있는, 컬러팝을 내세웠다. 밝고 경쾌하며 에너제틱하고 구김살 없는 음악 색깔이 멤버들에게 그대로 묻어났다.

‘틴팝(teen pop)’의 대표주자였다. 10대를 타깃으로 한 음악으로 1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별칭도 귀염성이 강조된 ‘트둥이들’이었다.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라는 수식에서 보듯, 아홉 멤버들의 외모에도 방점이 찍혔다.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발매한 미니 7집 ‘팬시 유’부터였다.

트와이스의 대표 히트곡을 탄생시킨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이 작곡과 작사를 맡은 타이틀곡 ‘팬시 유’는 이전 곡들과 달랐다. 트렌디한 감성과 우아한 플루트 사운드가 조화된 ‘멜로우 무드 팝’ 댄스곡이다.

노랫말 분위기와 무대 정서도 바뀌었다. “누가 먼저 좋아하면 어때”, “지금 너에게로 갈래” 등의 노랫말과 함께 그동안 발랄한 트와이스에서 볼 수 없었던 도발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특기할 만하다. 일사분란했지만 상큼했던 안무도 파워풀한 군무로 변신했다. ‘걸크러시의 끝판왕’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트와이스마저 섹시함으로!”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섹시는 트와이스의 돌파구가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만 해도 평타를 칠 그룹이다. 하지만 그 지점에만 서 있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자 도전이다.

트와이스 콘서트만 찾아가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5월 ‘아이돌 콘서트의 성지’로 통하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트와이스 멤버들은 섹시함의 절정을 보여줬다. 붉은 옷을 입고 관능적인 몸짓을 선보인 ‘스트로베리’, 사나·다현·쯔위 유닛의 비욘세 ‘댄스 포 유’ 댄스 커버 무대가 그랬다.

그런데 전류는 관객들의 몸이 아닌 마음에서 나왔다. 트와이스 세계의 자전축은 변한다. 그렇게 성숙하고 발전한다.

트와이스는 아이돌 산업이 절정인 현시점, 대형 매니지먼트사와 대중의 욕망에 의해 발현됐는지도 모른다. 대중이 좋아하고 원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모두 쓸어 담은 대표적인 아이콘으로서다. 열애 스캔들에 들썩이는 것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이 단지 ‘연예’로 소비되는 시대는 끝났다. 문화적인 것을 넘어 긍정의 메시지를 넘어 사회적인 영향력을 전한다. 한 때 아이돌 앞에 ‘아티스트’라는 수식을 붙이는 것을 꺼려했는데, 이제 자연스러워진 이유다.

대중이 트와이스에게 너무 안정된 이미지를 강조하면, 그만큼 더욱 활동반경이 좁아지고 표현의 자유, 메시지의 깊이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제 트와이스 아홉 멤버들은 꿈(fantasy)을 꿈(vision)으로 치환해내려고 있다. 자신들의 세계관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외향과 음악 스타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에도 작사는 했지만 노랫말에도 본격적으로 본인들의 생각을 담기 시작했다. 최근 앨범 ‘팬시 유’의 가사만 톺아봐도 수긍할 수 있다.

영국 팝스타 찰리 XCX(27)가 작곡과 편곡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던 ‘걸스 라이크 어스’에서 지효는 ‘개개인이 꾸는 꿈들에 좌절의 순간이 찾아올 때,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부딪혀보자’는 내용의 가사를 붙였다.

지효는 “꿈에 도전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스물세살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채영은 ‘딸기’를 좋아해서 ‘스트로베리’라는 제목의 가사를 썼다. 하지만 단순히 과일 딸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채영은 “딸기가 아무리 맛있게 가공이 되고 딸기 본연의 맛은 따라갈 수 없어요. 있는 그대로 모습을 예뻐해 달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트와이스 멤버들이 기획과 디자인에 힘을 실은 ‘카카오프렌즈 트와이스 에디션’도 나온다. 트와이스와 카카오의 캐릭터 ‘카카오프렌즈’가 협업했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상품 기획과 디자인 과정에 참여했다.

방탄소년단이 제작에 참여한 캐릭터 상품 ‘BT21’과 비슷한 사례다. 방탄소년단은 BT21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일상으로까지 확대, 공감대 폭을 넓혔다. 이번 카카오프렌드 트와이스 에디션도 10월 중 트래블, 리빙, 뷰티 카테고리를 내놓는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일상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생각하는지 공감할 수 있다.

일본 도쿄에서 만났던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 비즈니스 센터장은 트와이스가 일본 10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특기했다. “일본 10대들이 어른을 흉내내고 싶을 때 따라하는 것이 트와이스”라고 했다. 트와이스 따라하기가 자신들 사이에서 어른스러움을 표출하는 방식이 됐다는 얘기다.

성장하기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이테를 매일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아이돌들에게는 그 과정이 더 잔인할 수 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은 피할 수 없는데, 밤의 꿈속에 그 따가움에 견딜 수 있는 꿈과 내공은 만들어갈 수 있다. 트와이스는 그렇게 삶의 낮과 밤을 아는 아티스트가 된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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