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진출' 방송인 겸 배우 임성민 "열혈 오디션 中..단편영화·광고 찍었어요" [인터뷰]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9. 8.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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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뉴욕 체류하며 제 2의 꿈에 도전하는 방송인 겸 배우 임성민.

배우 겸 방송인 임성민의 ‘미국 진출’은 꿈을 향한 도전보다는 극한 ‘생존기’에 가깝다.

지난해 10월 임성민은 스포츠경향을 통해 미국 드라마, 영화 전문 매니지먼트사와 계약 소식을 전하며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1년이 흐른 현재 그가 뉴욕 생활을 전해왔다. 누구나 꿈꾼다는 ‘100세 시대 제 2의 도약’이라지만 그의 도전은 나이와 언어, 정서를 뛰어넘어야 하는 고됨의 연속이다.

임성민이 출연한 미국 단편 영화 ‘Balloon(풍선)’의 한 장면.

■좌중우돌 ‘배우’ 도전기

임성민과 미국인 남편 마이클 엉거씨는 현재 별거 아닌 별거 중이다. 국내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마이클 씨는 이곳에, 임성민은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 후 오디션 소화를 위해 뉴욕서 체류 중이다. 현재는 학교 방학을 맞은 남편이 뉴욕으로 왔다.

“지난해 11월부터 뉴욕에 정착했어요. 그동안 ‘Balloon(풍선)’이라는 단편 영화와 식품 광고 한 편을 찍었어요. 그리고 계속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미국 오디션은 서류 심사를 거친 다음에 볼 수 있는 거라 그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회며 완벽한 준비를 요해요. 이번에는 떨어지더라도 다음 번 눈도장이 찍히는 거죠. 하나라도 소홀할 수 없어요.”

그는 국내에선 이름을 알려진 유명 방송인 겸 배우지만 미국에서는 완벽치 않은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배우에 불과하다.

“외국 액센트가 강한 영어로 미국에서 밑바닥부터 올라가 경쟁하려니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한국 출신이거나 이민자 설정의 인물을 뽑는 오디션을 주로 보고 있어요. 여기 제작진들은 제가 지적인 느낌이 있다며 과학자, 의사 같은 전문직 역할을 원하는데 문제는 그런 대사들은 너무 어려워요.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영단어를 일상적으로 구사해야 하니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한국 나이 50세. 그는 늦게 온 줄은 알았지만 ‘정말 늦은 거였다’며 헛웃음을 짓는다.

“영어 연기는 듣기, 쓰기, 읽기 같은 영어 공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었어요. 온전히 내 것이 돼야 하잖아요? 제가 대학도 재수하고 아나운서도 삼수를 했기 때문에 책상에 진득하게 앉아 암기하는 건 자신이 있었는데 서너 시간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너무 아파요. 오랜 시간 공부하면 그 다음날 일어나지를 못할 정도로 체력이 안 되서 속상해요. 제 마음이 나이 든 몸을 인정하기 힘들었어요.”

임성민의 미국 에이전시 그룹‘보히미아’ 동료들과 함께.

■홀로 서기, 포기는 없다

임성민은 낯선 환경 적응으로 생긴 긴장감, 정서적 불안으로 한때는 심리 상담가의 손길도 받았다.

“오디션을 앞두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떨었던 것 같아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고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닌 거에요. 일상 생활에서도 우울하고 비관적인 것도 아닌데 어리벙벙한 상태가 지속됐죠. 상담가는 ‘남편하고 떨어져 있어서 그럴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 자리에서는 ‘아니예요’라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10년간 함께한 남편에게 저도 모르게 의지하고 있었나봐요. 남편은 제 일생에 정말 좋은 친구에요. 떨어져 지내다보니 ‘배우자가 먼저 떠나면 남은 사람은 참 힘들겠구나’라는 간접체험까지 하고 있어요.”

외로움은 물론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돈을 못 벌고 있는 것도 참 힘들더라구요. 큰 돈을 벌어놓은 것도 아니고 여기서 계속 쓰기만 하니 그 역시 부담이 되구요. 앞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해요. 제가 잘 하는 건 한국어뿐이니 한인 관련 행사 진행이나 한국어 강사를 알아보고 있어요.”

홀로 서기지만 막막한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인종의 배우 출연을 선호하는 요즘 헐리우드 분위기 속에서 그에게 기회는 열렸다. 또 도움을 주는 에이전시가 있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영어 연기 선생님도 찾았다.

“지금이 미국 진출에 좋은 타이밍인 건 분명해요. 대신 제가 조금 늦게 태어날 걸 그랬어요(웃음). 최근에는 영어 발음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분께 용기를 많이 얻고 있어요. 이 선생님은 ‘킹스맨’의 줄리안 무어, ‘해리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콘스탄스 우를 가르친 분이기도 해요. 영어 발음 뿐 아니라 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고 계세요. 저도 방향을 잡은 이상 좌절은 있어도 포기는 없어요. 갈 때까지 가보는 거죠뭐.”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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