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돌풍, '3無·3有' 전략 통했다

이해리 기자 입력 2019.08.06. 06:57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죽음으로 희생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은 재난영화의 단골 설정이지만 '엑시트'는 다른 길을 걷는다.

연출자 이상근 감독은 "재난상황 자체보다 인물들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생존 방식에 포커스를 맞춘 방식이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오랜 기간 취준생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은 신인감독의 '패기'가 '엑시트'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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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쥐어짜는 ‘신파’, 희생 강요하는 ‘죽음’, 상황 꼬이게 만드는 ‘민폐 캐릭터’ 없이 흥행하고 있는 영화 ‘엑시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비장함 속 빵 터지는 웃음 신선 20대가 겪는 현실 그리며 공감 이상근 감독 경험 투영 입체적

조정석·임윤아 주연 영화 ‘엑시트’가 여름 시즌 첫 흥행작에 등극했다. 7월31일 개봉해 첫 주말이 지난 5일 오전 누적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진이 택한 ‘3無(무)·3有(유)’ 전략의 성과로 읽힌다. ‘엑시트’(제작 외유내강)에 없는 세 가지, 동시에 ‘엑시트’에 있는 세 가지를 통해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확산되는 입소문, 때마침 맞물린 휴가철,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까지 더해져 빠르게 관객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 ‘3無’…신파·죽음·민폐

‘엑시트’는 어머니 칠순잔치에서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목숨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기지와 용기로 극복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가족이 나오는 재난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코드는 억지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의 설정. 하지만 ‘엑시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 누군가의 ‘죽음’도 없다. 죽음으로 희생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은 재난영화의 단골 설정이지만 ‘엑시트’는 다른 길을 걷는다. 죽음 대신 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인간애에 주목한다.

연출자 이상근 감독은 “재난상황 자체보다 인물들이 어떻게 생존하는지 생존 방식에 포커스를 맞춘 방식이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갈등과 긴장 유발을 위해 재난영화가 손쉽게 쓰는 ‘민폐’ 캐릭터도 없다. 각자 위치에서 능력껏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을 뿐이다. 조정석과 임윤아의 극중 이름인 ‘용남’, ‘정의주’에서도 이런 지향이 엿보인다. 관객은 ‘용기 있는 남자’, ‘정의로운 주인공’을 축약한 이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영화 ‘엑시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3有’…코미디·현실·패기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인해 벌어지는 재난상황을 그린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재난”을 위한 설정이다. 기존 재난영화가 스펙터클한 비주얼에 공을 들인 반면 ‘엑시트’는 처절한 생존기를 ‘코미디’로 버무린다. 비장함 가운데 터지는 웃음이 최대 강점이다.

백수 취급받는 취준생(취업준비생), 직장상사의 갑질로 스트레스 받는 주인공들의 처지는 현재 20대 등 청년세대가 겪는 ‘현실’을 반영한 듯한 인상을 준다. “지진과 쓰나미만 재난이 아니라, 지금 우리 상황이 재난이야!”라는 극중 대사도 이를 상징한다.

꿈을 향한 청춘의 ‘짠내’ 나는 분투를 재난영화에 녹인 설정은 이상근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올해 41세인 감독은 2004년 첫 단편영화를 내놓은 뒤 상업영화 연출부 등을 거친 끝에 15년 만에 데뷔했다. 오랜 기간 취준생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은 신인감독의 ‘패기’가 ‘엑시트’를 탄생시켰다.

감독은 “대부분 창작자가 주인공에 자신을 투영하고 녹여낸다”며 “감독이 되기까지 힘들었던 일들을 에피소드 삼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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