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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황금종려상 영화를 천만 명이 보다니"..'기생충'의 진기록

김지혜 기자 입력 2019.07.22. 10:09 수정 2019.07.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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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고지에 올랐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에서 전한 낭보에 이어 국내에서 거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성과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기생충'은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3만 3,076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1,000만 249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기생충'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최초의 황금종려상 천만 영화' 타이틀까지 얻었다. 이는 두 번은 나오기 어려운 진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1일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월드 프리미어 상영부터 시작된 '기생충'의 진기록 레이스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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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도르'의 탄생"…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100년 사에 길이 남을 성취를 이뤄냈다. 그간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이 칸영화제에 단골손님으로 불리며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그랑프리 수상이었다.

2017년 영화 '옥자'로 경쟁 부문 첫 러브콜을 받았던 봉준호 감독은 2번째 도전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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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쟁 부문은 과거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의 작품이 4편이나 포진돼있어 험난한 여정이 예상됐다. 그러나 '기생충'은 멕시코 거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 그랑프리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올해는 한국 영화 100주 년을 맞은 해. 칸에서 들려온 수상 소식은 한국 영화계 전체의 낭보였다.

이 수상으로 인해 봉준호 감독은 '봉도르'(봉준호+황금종려상을 지칭하는 불어 팔메 도르(Palme d'Or)의 합성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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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황금종려상 천만 영화

'칸영화제 수상작=예술 영화'라는 선입견도 보기 좋게 깼다. 개봉 53일 만에 전국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괴물'(2006)에 이어 봉준호 감독에게 두 번째 천만 영화 타이틀을 안겼다.

지난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일본 '어느 가족'(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자국 흥행도 대단했지만 '기생충'은 이를 능가했다. '어느 가족'은 수상 직후 일본에서 개봉해 45.3억 엔(한화 495억 2,649만 원)의 극장 매출을 올려 2018년 결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기생충'은 '어느 가족'의 두 배에 가까운 851억 6,670만 원의 극장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이후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최고 흥행 성적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국에서도 저예산으로 분류되는 대부분의 황금종려상 수상작과 달리 '기생충'은 제작비 100억 원을 훌쩍 넘긴 대작이다. 기획, 캐스팅, 마케팅 등 영화 제작의 과정 역시 예술 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전 국민의 1/5에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다는 것은 유례없는 진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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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도 열풍…프랑스 최고 흥행

흥행 레이스는 국내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프랑스부터 베트남까지 전 세계적으로 '기생충' 열풍이 일었다. 칸영화제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지난 6월 5일 개봉해 18일 만에 전국 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프랑스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성적이었다.

정서적 공감대가 있는 아시아에서도 뜨겁게 반응했다. 베트남에서는 6월 21일 개봉해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꿰찼을 뿐만 아니라 11일 만에 역대 베트남 개봉 한국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는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흥행 1위를 달성했으며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역대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 1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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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26번 째이자 2019년 네 번째 천만 영화

'기생충'의 천만 관객 돌파는 역대 26번째 기록이다. 2019년에만 국한한다면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에 이어 네 번째다. 올 상반기 극장가는 유례없는 활황세를 보이며 상반기에만 천만 영화 네 편이 나오는 기현상을 보였다.

특히 '기생충'의 신바람 흥행은 극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5월은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 비수기로 분류되는 시즌이다. 황금종려상 낭보가 전해지자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이는 관객 수로 즉각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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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담론도 흥행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되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회 양극화라는 소재를 봉준호 감독만의 블랙 코미디로 담아내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국내 관객들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봉준호 감독의 최고작'이라는 호평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는 불호평도 적잖았다. 또한 빈자와 부자에 대한 묘사에 대해 핍진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그러나 호불호를 떠나 영화 한 편을 두고 이토록 다채로운 담론이 오갔던 영화는 근래 없었다.

지난 5월 칸에서부터 시작된 '기생충' 열풍은 관객과 만나 신드롬이 됐다. 2019년 나아가 21세기 한국 영화사를 정리할 때 반드시 거론될 기록적인 여정이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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