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② 입이 트인 여자들의 대화법

아이즈 ize 글 김리은 | 디자인 전유림 2019. 7. 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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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김리은 | 디자인 전유림

[포털업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는 직업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다양한 직업인 여성들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배타미, 송가경, 차현을 비롯해 이 드라마 속 여성들은 자신의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한다. 과거 드라마에서 묘사되던 전형적인 여성상을 벗어날 뿐만 아니라, 많아진 숫자만큼 더 다양해진 ‘검블유’ 속 여성들의 대화법을 정리했다.]


배타미, 지금까지 이런 솔직함은 없었다
여성도 친절하지 않거나 목표지향적일 수 있으며, 남성에게 느끼는 성욕을 표현할 수 있다. 배타미(임수정)의 솔직한 화법은 현실적이지만 정작 이전까지 미디어에서는 잘 묘사되지 않았던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유니콘의 검색어 비리를 꼬집는 차현(이다희)에게 “(유니콘의 비리가)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2위를 하고 싶진 않다”라고 반박하고, 바로로 이직한 뒤 자신이 유명 연예인 한민규(변우석)의 스폰서라는 지라시가 퍼지자 “내가 진짜 한민규랑 한번 자보기나 했으면 억울하진 않다”라고 말해 팀원들을 경악하게 한다. 그러나 배타미의 진정한 솔직함은 그가 자신의 이런 면모를 굳이 포장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휘된다. 그는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신의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멋없다”거나 “징그럽다”고 보일 수 있음을 쉽게 인정해버린다. 그러니, 그를 평가하거나 반박하려는 시선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송가경, 합리화의 기술
유니콘 이사 송가경(전혜진)은 ‘검블유’에서 악역을 담당하지만 왠지 모를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그는 배타미와 함께 유니콘의 포털 윤리 강령을 직접 작성할 만큼 신념을 공유했던 사이지만, 친정의 사업이 무너지면서 시댁인 KU 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색어 조작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그는 배타미가 친밀했던 과거에 대한 미련을 드러낼 때마다 “내가 널 이해하는 게 여기서 왜 중요하지?”라며 대화를 차단하고, 배타미가 최소한의 윤리는 지키며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혀도 “그건 네 룰이고 나한텐 강요하지 마. 나한텐 그런 룰 없으니까”라 말하며 선을 긋는다. 그는 남편 오진우(지승현)가 자신에 대한 지라시를 숨기기 위해 배타미에게 피해를 입힌 사실을 알자 “쪽팔리다”라고 느끼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지만, 정작 배타미의 앞에서는 “네가 바로를 위해 일하듯이 나도 유니콘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도 결코 상대에게 표현하지 않고, 불리한 대화로부터 쉽게 자신을 분리하는 송가경의 화법은 근본적으로 악하지 못한 인물이 자존심을 지키며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차현, 분노하는 여성의 언어
차현은 ‘검블유’에서 가장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자신과 달리 윤리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배타미의 의견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지만, 정작 배타미가 약자의 입장에 처할 때마다 그를 위해 가장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강한 정의감을 가진 만큼 차현은 부당한 상황이나 가해자에 대해 거친 언어도 서슴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 ‘장모님이 왜 그럴까’를 볼 때마다 무명배우 설지환(이재욱)이 연기하는 반인륜적인 남성에 대한 욕설을 멈추지 않고, 송가경을 칠 뻔한 자전거 운전자를 향해 “자전거에 머리가 깨져봐야 정신을 차린다”라는 섬뜩한 말을 퍼붓는다. 특히 사내연애를 한 남자친구 표준수(김남희)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눈물을 흘리는 대신 다양한 형태의 비속어로 그에 대한 살의를 표현하며 “내가 진짜 분노조절장애였으면 넌 이미 고인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부당한 상황이더라도 그가 사용하는 비속어 자체가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표준수와 헤어진 뒤 배타미에게 이렇게 털어놓는다. “익숙하니까 복수도 하는 거야. 20대 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어.” 분노를 가감없이 표출하는 차현의 모습 뒤에는 과거 그가 여성으로서 겪어온 현실이 숨어 있다.


장희은, 권력에 살고 죽는 말하기
KU그룹 회장이자 송가경의 시어머니인 장희은(예수정) 회장은 말을 통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증명한다. 그가 가장 자주 험한 말을 퍼붓는 대상은 주로 며느리 송가경이다. 부모님의 사업이 실패해 자신에게 절대적 ‘을’일 수밖에 없는 그에게 장 회장은 “가경아, 넌 왜 자아가 있니?”라 묻거나 “넌 내가 일 시키면 죽으래도 죽을 건가”라 이야기하며 치욕감을 준다. 가끔 치는 호통은 보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할 정도다. 그러나 장 회장은 정작 유니콘 대표 나인경(유서진)이 자신에게 송가경을 험담하자 “내 며느리가 너 무시하면 왜 안되는데? 넌 주제 파악부터 해”라며 면박을 주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국회의원들에게 “오빠”라 부르며 애교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말하기는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는 약하게, 약한 이에게는 강하다는 점에서 일관적이다. 만약 송가경이 KU그룹보다 큰 권력을 쥔 인물이었다면, 그에게 살갑게 대하는 장 회장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그의 화법을 결정하는 기준은 단 하나, 권력뿐이다.


나인경, 웃는 얼굴로 침 뱉기
유니콘 대표 나인경은 웃는 얼굴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데 탁월하다. 그는 사사건건 의견이 부딪히는 송가경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견제하지만,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호의를 가장해 그의 기분을 긁는다. “니네 집 망한 이후로 넌 시댁의 개”라는 말을 마치 농담처럼 말하며 송가경의 어깨를 툭툭 치거나, 유흥업소 출신 연예인과 관련된 지라시의 주인공이 송가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유흥업소로 불러 “네가 이런 데 좋아하잖아. 찌라시에 돌 정도로”라 비꼬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정작 송가경이 “가게 급이 떨어져서 못 놀겠다”라며 자신을 경멸하고 유흥업소를 나가버리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고 울분을 삼키기도 한다. 이전과 달리 장 회장에게 이혼을 선언하거나 나 대표에게 “제가 요즘 그 자리(대표직)가 필요해지려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강해진 송가경을 상대하려면, 이제 나 대표에게도 ‘웃는 얼굴로 침 뱉기’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조아라, 이 시대에 필요한 팩트 폭격기
해맑은 얼굴과 친절한 말투. 하지만 정작 바로에서 ‘엘리’로 불리는 조아라(오아연)는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돌려 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유니콘 사내 카페에서 일하던 그는 본부장인 배타미가 유니콘의 개편 페이지에 대해 의견을 구하자, “준비한 티 내려다가 아무도 안 보겠다”라면서 ‘팩트 폭력’을 시전했다. 정작 자신은 이런 화법에 대해 “저 자꾸 이런 식으로 말해서 면접 떨어지는 걸까요?”라며 걱정하지만, 배타미는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게 문제를 짚는 그의 화법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바로로 이직할 때 그를 데려간다. 특히 조아라의 직설적인 대화법이 힘을 발휘하는 건 무례한 사람들을 대할 때다. 그는 사내 카페에서 일하던 당시 반말로 주문을 하는 중년 남성들에게 똑같이 반말을 사용하며 그들의 행동을 교정하고, 바로에 입사한 첫날 자신의 학력을 묻는 동료에게 “이 회사는 보통 학연으로 인재등용이 이뤄지나 보죠?”라고 응수해 사과를 받아낸다. 여성 연예인이 단지 친절하게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는 시대에, 그의 직설적인 화법은 왜 여성이 반드시 친절하게 말할 필요가 없는지를 보여준다.


홍유진, 최소 언어의 최대 효용
“한국어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쉬운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것뿐이지 화난 건 아니에요.” 배타미가 바로에 이직했을 때 홍유진(하승리)은 ‘제니’라는 사내 닉네임을 밝히면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업무를 위한 발언 이외에 불필요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배타미가 검색어 조작으로 피해를 본 상황에서도 민홍주(권해효) 대표로부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 주특기인 해킹을 활용해 범인의 신상정보를 찾아서 배타미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줄 수 없다고 하잖아요. 우리라도 우리를 지켜야죠.” 그는 짧은 대화로도 개인의 권리가 소중하다는 자신의 신념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우리’라는 한 마디 말만으로도 배타미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드러낸다. 불필요한 말 없이도 업무를 유능하게 처리하되, 적재적소의 언어로 팀원에 대한 의리를 보여주는 홍유진은 ‘최소 언어의 최대 효용’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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