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태극전사', BTS에 지워진 병역 의무 [가요공감]

김지하 기자 2019. 6. 10.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이쯤 되면 문화계 국가대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일 새로운 기록들로 국내외 음약 시장을 흔들고 있다. 기획사 매출을 제외,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5조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이는 스포츠, 문화예술계를 통틀어 유례없는 수치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타 국가대표들과는 달리, 이르면 내년부터라도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멤버 수가 일곱으로 짧지 않은 활동 공백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단순 경력 단절을 넘어, 경제적 손실과 문화 흐름 단절을 우려하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이 속한 대중문화계에는 병역 특례를 위한 제도조차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활약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다. 한창 주가를 올릴 시기 ‘입대’라는 벽에 부딪히는 남자 가수, 배우 등을 보유한 회사들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0년에는 관련 법안 발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케이팝 최초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며 군 면제 관련 의견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이 면제되자, 대중문화에서 국위를 선양한 이들에게도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에도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시상식에서 한국 그룹 최초 수상이라는 성과를 내며 병역 특례에 대한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손흥민‧조성진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안 되는 ‘군 면제’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지난 1973년 3월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병무청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사실상 군 면제를 의미한다.

제도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갑론을박이 있었다. 체육의 경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아안게임, 아시아선수권 3위 이상과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 선수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며, 사실상 정부의 ‘보여주기 식 제도’라는 인식을 줬다.

2002 한일월드컵,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진출만으로 병역혜택을 받자 본격적으로 형평성 논란이 나왔다. 이에 지난 2008년부터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로 한정해 선발 기준을 강화한 상태지만, 종목별 편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은 여전한 상태다.

문화예술계는 클래식음악, 무용 등의 경우 국제규모 음악경연대회 2회 이상 우승 또는 준우승 등에게 혜택을 줬다.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경우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들 역시 인정을 받았다.

이 역시도 형평성 논란이 일자 편입이 인정되는 대회 수를 축소, 2015년 1월 기준 48개 대회 119개 부문에서의 수상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 됐건 이들에게는 기회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진과 동갑인 1992년생 손흥민은 병역 혜택을 받은 후 몸값을 끌어올렸고, 피아니스트 조성진 역시 혜택을 받은 후 장기적인 해외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반면 대중문화계는 철저하게 외면 받아왔다.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차트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해외 시장에서 막대한 흥행 수익을 내도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 실정이다.

공연예술고 등 대중문화에 특화된 고등학교가 생기고 대학 내 실용음악과와 연기과 등이 주가를 올리며 문화의 한 장르가 된 지 오래지만, 대중문화는 여전히 주류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납득할만한 기록들을 써내며, 대중문화계 종사자들 역시 체육·예술 요원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 됐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등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통해 해당 의견들이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에 하태경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해 7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단순히 케이팝을 넘어 비보이, 게임, 영화 등 진화한 한류 문화의 장르에 맞춰 병역 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경력단절, 경제손실 중요하지만…명확한 기준 필요

한창 기량을 뽐낼 20대 운동선수, 무용가, 아이돌에게 입대로 인한 ‘경력 단절’은 분명 치명상이다. 야구나 축구 등 일부 종목은 병역 의무를 함께할 수 있는 구단을 따로 운영 중이지만 혜택은 일부에게만 주어지기 때문, 군 입대를 사실상 현역 은퇴로 보는 경우가 많다. 무용 등 대중 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병역 의무를 마친 후 복귀해도 감각 자체를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중문화계에 속한 한류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이르면 10대부터 시작, 20대에 꽃을 피우는 아이돌들에게 20대에 찾아오는 2년의 공백은 기량과 감성 면에서 그리 효율적인 상황이 아니다. 아이돌을 비롯, 남자 연예인들이 서른 즈음이 돼 군 복무를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한류를 이끄는 해외 스케줄 소화에 제약이 크다. 멀리는 3년까지 내다보며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입대 시점이 오면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해진다. 만만치 않은 손실이 생기는 셈이다. 여기에 연예인들은 최근 연예병사 제도가 사라지면서 재능이나 특기를 이어갈 창구마저 잃었다.

물론 병역특례에 대중문화를 고려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들도 있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국제 대회에서 수상을 하는 것과 연예 기획사에서 자사의 이익을 위해 만든 아이돌 그룹, 배우가 성적을 내는 것은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이유에서다.

빌보드와 유튜브 등이 세계적 권위를 지닌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인증한 플랫폼은 아니다.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 따른다. 이들은 대중문화인들을 위해 제도를 수정하더라도 대중이 납득할만한 근거가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수의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은 “아이돌이나 배우 모두 군 입대에 의한 경력단절로 입는 손실이 적지 않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대중문화 역시 체육·예술과 같은 잣대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도 부여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탄소년단 등의 한류스타가 이미 국위 선양에 있어서 그 어떤 스포츠 스타, 예술인 못지않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위상이 높아진 장르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대접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군대|방탄소년단|아이돌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