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생충' 박소담 "봉준호 감독=봉테일, 확신 갖고 연기했다"

양소영 2019. 6. 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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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담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기정 역을 열연하며 빛나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박소담(28)은 ‘기생충’을 만나 행복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봉준호 감독과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마지막까지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박소담은 지난달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에서 기택(송강호 분)의 딸 기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기생충’에 대해 “우리 삶을 담고 있는 영화”라며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수많은 감정이 있지 않나. 그런 순간들을 담아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 역시 131분 동안 놀라웠다. 감독님이 영화를 본 후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잘 담아주셨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박소담은 영화 ‘옥자’(2017)로 봉준호 감독과 처음 만났다며 “봉준호 감독님이 ‘옥자’의 미자를 찾고 있을 때 내게 연락을 줬다. 실제로 감독님을 만났는데, 내가 옥자를 하기엔 나이가 많았던 거다. 미자는 안 되겠다고 하시더라. 그날 감독님과 한 시간 반 동안 일상적인 편한 대화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옥자’ 출연은 자연스럽게 무산됐지만, 박소담은 ‘기생충’의 기정으로 봉준호 감독과 결국 인연을 맺게 됐다.

박소담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읽고 기정이를 빨리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은 처음 ‘기생충’ 출연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당시 기획사도 없을 때였다. 처음엔 다른 분이 연락을 줘서 믿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연락이 와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면서 송강호 선배님 딸 역할이고, 가족 이야기라고 하더라. 얼마든지 거절해도 된다고 했다. 난 거절할 생각이 1도 없었다.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후 두 달간 연락이 없어 불안했다. 감독님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했더니, 시나리오 쓰느라 바빴다고 하시면서 ‘뭘 걱정했냐’고 말하더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박소담은 ‘기생충’ 대본을 읽고 난 후 기정이를 빨리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대사가 잘 붙었다”고 밝힌 그는 디테일한 연출과 설정 등으로 ‘봉테일’이라는 별명을 지닌 봉준호 감독과 작업에 대해 “시나리오에 정말 다 쓰여 있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연기하기 좋았다고 말씀하는 것 같다. 정말 시나리오 읽고 캐릭터 하나하나 기억에 남더라. 글 안에 기정이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님은 기정이는 이래야 한다는 말씀은 절대 안 했어요. 다만 기정이와 기우(최우식 분)의 대화에서 누가 위인지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은 있어요. 그런 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야기해주셨어요. 넌 기정이니까 편하게 하라고 하셨고요. 송강호 선배님도 넌 기정이라고 재미있게 해보자고 말씀하셨죠. 대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좋은 사람들과 같이 연기하는 기대감이 컸어요. 다들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 대해주셨고, 뭘 해도 받아주니까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죠.(웃음)”

박소담은 '기생충'의 배우들과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고 밝혔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은 누구보다 당차고 계획적인 막내 기정이를 연기하면서 때로는 외롭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특히 물이 역류할 때 변기 위에서 찍은 신은 여러 복잡한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정의 심정이 와닿더라. 혼자 다른 곳에 있는 충숙(장혜진 분) 엄마도 생각나고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기생충’ 촬영 현장은 너무 즐거웠단다. 박소담은 “선배님들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니까 너무 행운아구나 싶었다”며 “정말 행복했다. 작년에 촬영하면서 지금까지 그렇다. 다들 현장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그 순간들이 계속되길 바랐다”며 미소 지었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 이후 쏟아진 뜨거운 관심에 공백기를 가졌고, 이후 '기생충'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제공|CJ엔터테인먼트

박소담은 “봉준호 감독님은 존재 자체가 거대하다. 그런 감독님의 디테일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편하게 많은 걸 케어하면서 스태프를 챙기고 연기를 봐줬다. 배우의 의견도 들어주면서, 감독님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해줬다. 그래서 확신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고, 진짜 ‘봉테일’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2015)로 충무로 신데렐라가 됐지만, 이후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는 박소담. 1년의 공백기를 보내기도 한 그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을 만나 ‘행복’을 느끼고 슬럼프도 벗어날 수 있었다며 미소지었다.

“‘검은 사제들’은 일상적인 연기는 아니었어요. 그런 모습과 연기를 어떻게 받아줄지 걱정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너무 좋게 봐줘서 부담되기도 했어요. 그런 관심이 감사하면서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준비가 안 된 상태였기도 하고요. 지금은 너무 감사하죠. 그런 것들을 쉬면서 깨달았고, 그래서 ‘기생충’을 즐길 수 있었죠. 봉준호 감독님과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이렇게 계속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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