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스스로 '종교의 늪'에 빠져드는가

이정희 2019. 5. 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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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사이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구해줘2>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2017년 8월 방영된 <구해줘1>은 마지막회에 4.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구해궈1>은 고향을 떠났던 한상환(옥택연 분)이 3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상미(서예지)의 '구해줘'라는 도움에 응답하며 시작되었다.

상미는 정신질환이 있는 어머니, 그리고 사이비 종교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사이비 집단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작은 소도시 무지군에 터를 잡은 사이비 종교 집단 '구선원'은 많은 이들 위에 군림했다. 상미의 간절한 구원 요청에 손을 내민 한상환과 친구들은 종교 집단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해나가야만 했다. 

<구해줘1>은 이단 종교 집단을 소재로 한 드라마였다. 종교의 이름으로 인간들을 장악하고 그들을 마음대로 '조종'하며, 그 위에서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하는 영부 백정기(조성하). 드라마는 자신의 종교적 권위를 이용하여 신자들의 재산을 갈취하고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파렴치범'의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와 같은 소재는 이미 사회적인 여러 실제 사건으로 환기된 바 있었다. 드라마로 찾아온 사이비 종교 집단의 이야기를 다룬 <구해줘1>은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잔혹한 행위들, 그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며 구원을 바라는 신자들의 행동들로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시청자의 호응에 힘입어 2019년 <구해줘 2>로 돌아왔다. 
  
수몰 예정지가 된 월추리 마을, 그곳을 찾은 한 남자 
 
 드라마 <구해줘2>의 한 장면
ⓒ OCN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구해줘2>는 과연 어떤 무시무시한  '사이비 종교'로 시선을 끌 것인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접어두어야 할 듯하다. <구해줘 1>이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잘 알려진 사이비 종교 집단을 배경으로 '사이비 집단'의 악행과 그에 희생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지난 8일 첫 선을 보인 <구해줘2>는 평범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종교 집단의 희생양이 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나선다. 

댐 건설로 인해 수몰 예정지가 된 월추리 마을은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댐 건설 찬성과 반대로 마을 주민들이 나뉘어 하루가 멀다하고 쌈박질에 고성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런 마을에 자신의 자가용을 몰고 나타난 노신사 최경석(천호진 분)을 마을의 청년 병률(성혁 분)은 최 교수라 부르며 반긴다. 

이른바 '법대 교수' 최교수는 병률의 집을 방문한다며 보잘것없는 마을 구멍가게에 들러 잔뜩 물건을 사고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께 드링크제를 돌린다. 그리고 병률의 집에 들른 것도 잠시, 두 편으로 갈라진 마을 주민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말리더니 어느 틈에 수몰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고 도장까지 받기에 이른다. 

마을의 가장 큰 골칫거리를 해결해 준 그에게 마을 사람들은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는 슬쩍슬쩍 법대 교수로서의 지식을 흘리며 수몰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돕고자 한다. 마을 주민들의 입장은커녕 서류조차 제대로 검토할지 의심스러운 공무원에 대응해 한 푼이라도 더 보상금을 받고 싶은 주민들은 당연히 '법적 지식'이 많은 최 교수에게 의지하고, 떠나려는 그에게 빈집까지 제공하며 주저 앉힌다. 심지어 교수 대신 장로로 불리기를 원하는 그가 '개척 교회' 자리를 알아보려 하자, 월추리에 교회를 세우자며 앞장서 독려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조만간 월추리에는 개척교회가 세워질 예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최 교수 아니 최 장로가 나서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수몰 예정지가 될 마을에서 하루하루 걱정과 근심 속에 맘 편할 날이 없는 주민들에게 몇 마디의 진심어린 듯한 위로를 건네고 '전문적 법률 지식'을 살짝 언급했을 뿐인데,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교회를 헌납하도록 만든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 종교의 늪에 빠져드는가 
 
 드라마 <구해줘2>의 한 장면
ⓒ OCN
'인간의 두려움'을 먹고 사는 종교. 원시 시대 가녀린 몸으로 자신보다 힘센 동물들과 거센 자연에 맞서 살아가야 했더 나약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두려운 대상을 '종교' 속으로 불러들였다.

그래서 포악한 동물들이 그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었고, 대번에 그들을 쓸어버릴 자연이 그들이 빌고 기원해야 하는 자연의 신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약함을 '정신적 고양'을 통해 극복하려 했던 '인간 종'의 속성은 <구해줘2> 첫 회는 고스란히 보여줬다.

자기 자신은 자식을 위해 그 무엇도 할 수 없어 서낭당에 빌었던 그 순수하지만 무기력하기만 한 '순정'이 이제 '종교'의 이름으로 발화될 예정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찾아온 '호의'에 '의심' 대신 '무한한 믿음'을 보낸 사람들. 눈을 뜬 상태로 자기 코를 스스로 베어 건네주고 있는 그들은 최 장로가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해줬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수몰 지역 월추리 주민들을 아마도 <구해줘1> 못지 않은 종교적 파탄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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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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