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왜 끝까지 버티나

김고금평 기자 입력 2019. 4. 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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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부터 영장실질심사까지 '부인'으로 일관한 박유천..증거에도 인정 안하는 '3가지 배경'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사진=뉴시스

톱스타들도 처음엔 부인하다 증거가 나올 땐 인정하고 자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박유천(33)은 달랐다. 그의 마약 투약 혐의가 전 연인 황하나(31)씨의 자백으로 불거졌을 때, 박유천은 진심 어린 고백으로 이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리고 경찰이 마약 양성 판정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들이밀 때도 그는 “마약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필로폰이 체내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상식 밖의 말로 다시 한 번 전면 부인했다.

26일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한결같았다.

‘모두의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태도에 여론은 싸늘했다. 무엇보다 증거 앞에서도 여전히 당당한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박유천과 그의 전 연인의 진실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때만 하더라도,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그의 진정성 있는 고백이 어느 정도 힘을 받는 듯했으나 지금은 그의 모든 말과 표정, 행동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가장 황당했던 순간은 그가 기자회견에선 “절대 (마약을) 하지 않았고 검사도 빨리 받겠다”고 해놓고선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체모 대부분을 제모하고 나타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고, 결국 증거라는 확신에 갇혀 구속이라는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26일 그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은 증거인멸 시도뿐 아니라 마약 판매상에게 돈을 입금한 뒤 물건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영상 증거도 한몫했다. 박유천은 왜,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했을까. 크게 3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생존 본능’이다. 박유천은 지난 2016년 여성 4명에게서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지 훼손이 커 비슷한 부끄러운 사건이 터질 땐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항상 내재한 것으로 보인다.

황씨가 마약 투약을 시인하고 고백했을 때, 박유천은 묵묵부답이나 인정을 통해 뺏길 이미지 훼손보다 완강한 부인으로 남아있는 긍정 이미지를 끝까지 쥐고 가야 한다는 벼랑 끝 전술에 힘을 쏟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이돌 그룹 소속사 A 이사는 “황씨의 실토로 부인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이 우선 작용했을 것이고 검사에 대한 대응전략도 미리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그 대응이 결과적으로는 ‘제모’로 이어진 것인데, 재벌과 연예인 등 마약 사건이 줄지어 터진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 대응이 효과적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약식 검사에는 자신 있었을지 몰라도 세부 검사까지 이어진다는 판단까지는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가요관계자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답변과 태도가 보이긴 하지만, 정말 억울해서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무죄에 대한 두 번째 추론은 ‘공유 범죄에 대한 배신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에서 드러나듯, 공유 범죄가 존재하는 동안 결속력은 단단하지만, 깨질 경우 배반감의 깊이가 예상외로 커져 부정에 대한 의지 역시 강해진다는 설명이다.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가 지난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씨는 박유천 성폭행 논란이 커졌을 때, 연인을 위한 변론에 앞장서는 등 바람막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결별한 이후엔 각자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마약 관련 상황에선 둘이 의기투합하는 장면들이 속속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박유천은 지난 2, 3월 황씨와 필로폰 1.5g을 구매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5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았기 때문.

연인 관계는 끝났지만, 마약 관계는 현재진행 중이었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지닌 공동 범죄에 대한 서로의 면죄부는 어떤 신념보다 강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발설 금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박유천은 배신감에 더 큰 부정으로 일관했을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죄를 공유한 사이는 친밀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건 소위 깨지기 쉬운 관계일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믿음이 깨지면서 유일한 탈출구는 서로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는 ‘형량보다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했다는 점이다. 박유천이 순순히 시인하고 반성했다면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법조계 판단보다, 자신이 일관성 있게 부정함으로써 ‘나는 진실한 사람’으로 각인되는 효과가 더 절실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성폭행 논란에 이어 마약 투약까지 부정 인물로 한 번에 낙인 찍히는 것보다 결백 주장을 통해 최소한의 신뢰를 얻을 여지를 둠으로써 회생의 반등을 노린다는 분석이 그것.

하지만 그럴듯한 분석과 추론을 종합해도 일부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들은 “그래도 이해가 잘 안 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서 물러설 곳 없다는 외통수 전략이 일견 이해가 가지만, 대마초도 아닌 필로폰 양성반응까지 나왔는데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며 “그가 현실 감각이 여전히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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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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