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퍼스트' 독특한 내부문화, 毒됐나?[YG위기진단①]

이지석 2019. 3.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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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빅뱅은 철저한 계급사회입니다.”, “저는 귀족과 친한 서민? 서민이지만 귀족과 친해서 귀족이 뭘 잘 줘요.”, “귀족인 형들과 막내 사이를 잇는 중간급요. 그게 저에요.”

이 ‘문제’의 발언들은 빅뱅 대성이 지난 2016년 빅뱅 10주년 영화 ‘메이드’ 프로그램북을 통해 전한 이야기다. 단순한 농담으로만 치부할 순 없는 내용이다. YG엔터테인먼트 내부 분위기를 잘 드러낸 설명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YG에 몸담았거나 옆에서 지켜봐온 이들은 YG 내부 분위기가 대성이 말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YG가 다른 기획사와 다른 점은 아티스트의 서열이 스태프보다 확실히 위라는 점이다. 아티스트 중에서도 비중이 높은 이들의 서열은 더 위다. 아티스트를 존중하는 회사 분위기가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지만 인성, 사생활 문제 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최근 K팝 씬의 분위기에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YG 소속 아티스트가 각종 사회문제에 연루된 건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빅뱅 지드래곤, 탑 승리를 비롯해 박봄 등이 지난 수년여간 이슈의 중심이 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YG 입장에선 억울하게 느껴질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 의지가 없거나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의미다. YG만의 독특한 문화 환경이 이런 문제를 키웠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YG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됐거나 옆에서 지켜봤던 이들의 이야기, 지적을 통해 현 YG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아티스트 최우선’, 견제할 스태프가 없다

YG와 연관된 일을 했던 A씨는 “양현석 회장 본인이 연예인 출신이라 그런지 아티스트에 모든 회사 운영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티스트가 주축이다. 아티스트의 개인적 취향, 본인의 의사가 철저하게 존중되는 시스템이다. 다른 기획사보다 그런 경향성이 심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B씨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티스트가 ‘갑’, 기획사가 ‘을’이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스태프들이 아티스트에게 꼼짝못하는 분위기”라고 표현했다.

C씨는 “아티스트의 자율성, 창의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나 아티스트의 사생활, 인성 문제에서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아이돌 시스템에서는 날이 갈수록 사생활 관리, 인성 문제가 중요해지는데 YG는 아티스트와 최소한 동등한 위치에서 이를 관리해야 할 스태프에게 회사 차원에서 힘을 주지 않는다. 아티스트가 사건 사고에 노출되면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도 아티스트의 인기가 많을 경우 스태프보다 ‘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른바 ‘컨트롤’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YG는 그런 아티스트의 숫자가 다른 기획사보다 훨씬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는 “연예인은 자신의 분야에서 일반인이 지니지 못한 재능이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일반인과 비교해 사회생활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옳은 건 아니다. 그런데 YG에서 성공을 거둔 몇몇 팀의 경우 견제 없이 거의 의견이 100% 반영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YG, 왜 ‘인성교육’ 간과했나?

YG가 아티스트의 ‘인성교육’을 간과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B씨는 “YG에는 인성교육이랄 게 딱히 없다. 회사 안에 명확한 ‘룰’이 있고, 선을 넘어가면 명확하게 처벌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인기 많은 아티스트의 말이 법인 경우가 많다. 내부 관계자들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YG의 이런 시스템은 요즘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 특히 인기 우선, 아티스트 우선인 YG의 시스템은 연습생 때부터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아티스트의 흥행성, 잠재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인성, 사생활에 문제가 생기면 과감하게 계약해지 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시스템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최근 가요기획사들은 연습생 혹은 아티스트의 사생활 관리, 인성 교육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는 분위기다. 이런 전체적인 흐름에서 YG는 ‘외딴섬’이 되어가고 있다.

◇YG, ‘성공’에 취해 ‘시스템 정비’ 간과했나?

빅뱅 지드래곤은 지난 2011년 10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다. 2011년 5월 일본 공연 중 모 클럽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은 입증됐지만 지드래곤은 “술에 취해 대마초를 담배로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검찰이 “초범이며 깊이 반성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지드래곤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자숙’은 없었다. 지드래곤은 2012년 2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방송 컴백에 성공했다. 대마초 사건의 장본인이었지만 활동 공백은 거의 없었다.

빅뱅은 맏형 탑이 의무경찰 근무 중 대마초 흡연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된 직후였던 2017년 말에도 탑을 제외한 4명이 일본 투어를 강행했다. 팀 차원의 자숙은 없었다.

이처럼 YG는 아티스트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될 때 ‘자숙’보다는 정상적인 활동을 강행하는, 이른바 ‘정면돌파’를 시도한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보고 있다.

A는 “표절 논란, 의상논란, 욕설논란, 마약 논란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일어날 때 YG의 기본적인 태도는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와 상관없이 상업적 성공이 계속 이어지니 시스템 재정비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관계자 D는 “가요계 3대 기획사라고 불릴 정도의 회사라면 문제를 일으키는 게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K팝 전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한류’에도 치명타다”라며 “당연히 아티스트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계속 지적되는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은 건 분명 YG의 잘못이다. YG가 콘텐츠를 잘 만드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진영의 JYP가 최근 승승장구하는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분위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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