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봄', 시청률에 묻히기 아쉬운 이유 3가지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19. 3. 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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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2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봄이 오나 봄'
MBC '봄이 오나 봄' (사진=방송화면 캡처)
끝까지 유쾌함을 선사한 MBC 수목드라마 '봄이 오나 봄'(연출 김상호·박승우, 극본 이혜선)이 지난 21일 종영했다. 비록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시청자들은 "종영할까 무섭다"며 전전긍긍한 드라마다. 시청률에 묻히기 아쉬운 드라마 '봄이 오나 봄'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MBC '봄이 오나 봄'은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미국 양자역학연구소가 실험 끝에 개발한 약을 먹고 두 주인공, 자신밖에 모르는 앵커 김보미(이유리 분)와 가족에 헌신하는 배우 출신 국회의원 사모님 이봄(엄지원 분)의 '몸'이 바뀌면서 그려지는 판타지 코미디 드라마다.

CJ ENM이 제공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Content Power Index) 조사 결과(3월 11일~17일 집계) (사진=CJ ENM 제공)
◇시청률에 집계되지 않은 시청자들
 
5%를 넘지 않는 저조한 시청률에 시청자들은 "방송국 놈들이 시청률 낮다고 조기종영하면 안 되는데…"라며 걱정했다.
 
낮은 시청률과는 달리 인터넷에는 '봄이 오나 봄' 속 장면들이 이른바 '짤'(짤방의 줄임말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올리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따위를 이르는 말)이 올라오며 누리꾼 사이에 공유됐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현상이다.
 
실제로 CJ ENM이 제공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Content Power Index) 조사 결과(3월 11일~17일 집계) '봄이 오나 봄'은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TOP50' 중 9위, '화제 되는 프로그램 TOP50' 중 4위를 차지했다.

'본방사수'라는 개념이 젊은 층에서는 사실상 의미를 잃고 다시보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을 이용해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시청 패턴의 변화로 시청률에 집계되지 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봄이 오나 봄'이 화제였음을 알 수 있다.

MBC '봄이 오나 봄' (사진=방송화면 캡처)
◇'워맨스' 보여준 여성 투톱 드라마

그렇다면 시청자 사이에서 '봄이 오나 봄'이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극의 설정이 가져오는 코믹한 긴장감과 마지막 회에서는 반드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비튼 결말도 신선하다. 마지막회에서 김보미와 이봄은 각자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약을 먹지만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 몸이 뒤바뀐다.

카메라 앞에 얼굴을 비춰야 하는 김보미와 이봄인 만큼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인 '영혼체인지'가 아닌 '몸체인지'는 치명적이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코믹함을 무겁지 않게 다루면서도 김보미와 이봄이 상처를 회복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은 제법 진지하다.

'몸체인지'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에 설득력을 불어 넣은 두 주인공 이유리와 엄지원의 연기도 드라마가 화제를 얻은 중요한 요인이다. 몸이 바뀐 상황에서 이유리와 엄지원은 서로 다른 각자의 말투, 걸음걸이, 행동 등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마치 처음부터 이유리는 이봄, 엄지원은 김보미였다는 듯이 말이다. 이들의 코믹한 연기 또한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봄이 오나 봄'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브로맨스와 로맨스 중심으로 형성된 드라마 시장에서 간만에 선보인 '워맨스 '(여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이르는 말)가 돋보인 여성 투톱 드라마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흔한 남녀 간의 로맨스도 없다. 누군가에 기대기보다 김보미와 이봄은 부당한 상황에 맞서 주체적으로 싸워나간다. 기존 드라마가 보인 전형성에서 벗어난 모습은 '봄이 오나 봄'이 여성 시청 층에 호응을 얻은 이유다.

MBC '봄이 오나 봄' (사진=방송화면 캡처)
◇현실에 기반한 각종 패러디

이러한 요소 외에도 '봄이 오나 봄'은 현실에 기반한 각종 상황과 사건 등을 패러디해 보여주며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의 주요 사건 중 하나인 'S시티 건설사 사건'은 국회의원과 기업, 언론 간의 유착으로 벌어진 비리 사건이다. 또한 마지막 회에서 김보미는 강남 클럽 환각제 밀거래 사건을 취재한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종 미디어 이슈에 대한 패러디도 돋보였다. '봄이 오나 봄' 속 MBS 방송사 보도국 뉴스 작가의 이름이 '연민정'인데, 연민정이라는 캐릭터는 이유리가 MBC '왔다! 장보리'에서 열연한 악역의 이름이다. 이봄이 본격적으로 복수에 나설 때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했다.

MBS 보도국 '9시 뉴스' 이형석 팀장(이종혁 분)이 노후에 가고 싶은 실버타운의 이름은 '황후의 실버타운'이다. 극 중 김보미가 스케이트장으로 인사발령이 나는 모습은 과거 한학수 PD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이 스케이트장으로 쫓겨난 모습을 연상케 한다.

김보미가 뉴스 아이템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기는 O형 피만 좋아한다는 뉴스 △컴퓨터를 많이 하면 시력이 나빠진다는 뉴스 △단 거를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뉴스 등을 제안하는 게 나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MBC가 뉴스에서 △비오는 날은 소시지빵 △알통 크면 보수?, 보수 진보 체질 따로 있나 등의 가십성 리포트를 한 것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외에도 이형석 팀장이 S시티 비리를 보도하려다 사측에 막혀 퇴사 후 차린 '뉴스격파'는 해직 PD와 기자 등이 만든 '뉴스타파'를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면면은 '봄이 오나 봄'을 낮은 시청률에 묻어두기 아쉽게 하는 요소들이며, 시청자들이 종영을 아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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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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