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하를 만나고 싶어요" 남주혁, 눈부신 스물다섯의 이야기[인터뷰S]

김현록 기자 입력 2019. 3. 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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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부시게'의 남주혁. 제공|드라마하우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너도 네가 애틋했으면 좋겠다."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9부. 텅빈 눈으로 샤넬 할머니(정영숙)의 텅빈 빈소를 지키던 준하(남주혁)가 혜자(김혜자)의 한마디에 무너져내렸다. 빈 벽에 기대 숨죽여 울며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담담히 전한 위로가 그토록 사무쳤던 외로운 청년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눈물을 훔쳤더랬다. 그리고 배우 남주혁을 다시 봤더랬다. 스물 다섯, 눈이 부신 청춘.

모델로 출발, 여러 청춘 드라마를 거쳤고, 영화 '안시성'으로 지난해 신인상을 휩쓸었던 그에게도 '눈이 부시게'는 특별하다.

"평범한 공감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마침 '눈이 부시게'라는 대본이 들어왔어요. 제목만 보고도 뭔가 기운이 있었어요."

그 자리에서 대본을 다 읽고, 김석윤 PD를 만나 12부작 내용을 모두 들은 남주혁은 김혜자, 한지민을 비롯한 선배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설렜다. 부담이야 어쩔 수 없었다.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듯 "폐 끼치고 싶지 않았다. 오점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이었다. 행복한 장면도 슬퍼 눈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남주혁은 "감독님의 말씀대로 현장에서 힐링받았다. 준하는 안타까웠지만 저로서는 힐링하며 작품을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가 준하와 똑같은 나이예요. 준하라는 친구의 인생을, 청춘을 생각해 봤어요.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친구잖아요. 하지만 좋은 사람의 말을 듣고 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얘는 포기하지 않을 친구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딘가에 있다면 만나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행복한 순간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상황은 다르지만 힘든 처지의 청춘들이 많잖아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고 길이 순탄지 않고. 하지만 긴 인생을 붙잡고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면 빛을 발할 순간이 오지 않을까. 어느 순간, 포기하지 않은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서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남주혁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농구선수를 꿈꾸다 부상으로 꿈을 접고, 한때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으며, 이제야 연기라는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남주혁은 "저 역시도 언젠가 빛을 발할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던 것 같다. 연기라는 걸 좋아하니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변 사람이 보기엔 빛나는 청춘이구나 하실 수도 있어요. 위치는 다를 수 있지만 저도 똑같은 청춘 한 명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21살에 처음 연기라는 꿈을 가지게 됐어요. 당장 내일 좋은 연기를 펼쳐서 울고 웃고 몰입하게 하는 연기자가 될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10년 계획을 세웠어요. 30살이 됐을 때 나는 그런 배우가 돼야지.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공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야지. 지금도 달려가는 중이에요."

▲ '눈이 부시게'의 남주혁. 제공|드라마하우스

'눈이 부시게'가 뜨거운 호응을 얻는 동안 남주혁을 향한 칭찬도 쏟아졌다. 촬영 때 남주혁을 기분좋게 했던 건 오전 9시에 시작한 촬영을 오후 6시면 꼭 마무리하며 '오늘은 밥 먹어라' 했던 김석윤 PD의 특급 칭찬이었다. 남주혁은 부끄럽다면서도 꿈같은 선배 배우 김혜자와 함께하며 '참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던 촬영장을 조심스럽게 돌이켰다.

"저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꿈같은 순간에 칭찬까지 받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너에 대한 시선이 바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시기도 했어요. 초심 잃지 말고 열심히 해야 성장한다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빨려가는 것 같은 연기를 하시잖아요. 저는 그 앞에서 여기를 하잖아요. 정말 빨려들어가는 것 같아요. 분명히 대사대로 하고 있는 데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그런 순간이 올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 있는데, 제게는 그 때가 그랬어요.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요."

소중한 드라마는 드디어 끝이 났다. 지난 1월 일찌감치 촬영을 마무리하고 가족과 또 할머니와 함께 드라마를 지켜본 남주혁의 기분도 묘하다. 남주혁은 "'안시성' 때 부모님이 영화관에 제 얼굴을 보는 것, 참여했다는 것에 행복해 하셨는데 이번엔 김혜자 선배님과 작품한다는 데 진심으로 행복해 하셨다"며 생각에 잠겼다. 드라마 속 혜자가 '오뎅' 넣은 김치찌게를 끓인 날, 어머니가 바로 그 김치찌게를 만들어 주셨단다.

"할머니께서도 주무셔야 할 시간인데 끝까지 보시고 주무시더라고요. 문득 드는 생각인데 함께 드라마를 보니까 너무 행복했어요. 어떠신지 선뜻 물어보지는 못했어요. 옆에서 보면 할머니가 웃긴 장면은 웃으시고 다른 장면은 또 다르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어요."

남주혁은 "행복한 드라마였다"고 '눈이 부시게'를 돌이켰다. "많이 뿌듯하다. 좋은 작품에 연기로 참여했다는 게 너무 뿌듯하다. 영광이다"라는 말을 하고 또 했다. 결말에 대해선 그저 "해피엔딩에도 종류가 많다. 혜자와 준하,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말을 줄였다.

그의 다음 작품은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이다. 타이틀롤 정유미와 호흡을 맞춘다. '눈이 부시게'와는 전혀 다른 결의 판타지로 시청자와 만나게 될 남주혁은 "공감되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눈이 부시게'를 전혀 다른 드라마처럼 연기했던, 손호준의 영수 같은 빈틈 많고 헐렁한 캐릭터도 환영이라니 지켜볼 일. 준하를 떠나보낸 남주혁의 더 눈부신 시간들을 기대한다.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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