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정준영 사태 점입가경..'띄우기' 나선 예능은 책임 없나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입력 2019. 3. 15. 15:24 수정 2019. 3. 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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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다수 예능서 유능한 청년 사업가 이미지 부각
정준영, 무단 촬영 의혹에도 4개월 만에 '1박 2일' 복귀
"스타들 리얼한 캐릭터 우선하는 예능 트렌드가 '승츠비' 낳아"
"방송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사업 연결..문제 되고 나선 누구도 책임 안 져"
"제작진 검증 소홀로 사실상의 허위 과장 광고한 셈"
"예능서 얘기되는 '야동', 정당한 성인물만 있었을까"
"물의 빚은 연예인 복귀, 남성 카르텔이 반복하는 문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가수 승리와 불법촬영 및 동영상 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승리는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빅뱅의 막내로 '폭로'를 주특기 삼아 각종 예능에 출연해 왔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자신은 이른바 '바지사장'과는 다르다며 진지한 태도를 강조했고, 파티 등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셀럽으로 이미지 메이킹했다.

승리는 그렇게 '개츠비'라는 별명을 갖고 "진정한 셀럽", "이것이 셀러브리티 라이프"라는 호들갑스러운 평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MBC '라디오스타', 2016년 12월 28일), 클럽 사업은 "유흥을 즐기려고 만든 게 아니고 사람을 만나는 장"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SBS '미운 우리 새끼', 2018년 3월 4일), 동료 연예인과 풀 파티 클러빙하는 장면(SBS '미운 우리 새끼', 2018년 5월 27일)을 보여줬다.

또한 한국에 매장이 45개 있고 한 가게당 월 2억 매출을 올린다며 라멘 사업을 언급하고, 일본에서 영어와 일본어로 시장조사를 하는 모습(SBS '미운 우리 새끼', 2018년 7월 22일)도 나갔다. 이후엔 더 거침없었다. '위대한 이 대표 승리의 위대한 일상'이라는 콘셉트 아래 업무 보고받고, 가맹점주 세미나를 하고 클럽 공연을 점검하는 것(MBC '나 혼자 산다', 2018년 12월 28일)을 보여준 프로그램도 있었다.

남자 연예인들이 나오면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야동' 언급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아이콘 멤버가 승리라고 이름이 쓰인 외장하드에 배우별로 정리된 야동이 가득했다고 폭로하자, 승리는 "나는 외장하드로 안 보거든?"(JTBC '아는 형님', 2018년 2월 3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YG전자'는 그 정점이다. 승리뿐 아니라 그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치부'라고 여겨지는 것들까지 희화화했다. '셀프 디스'라는 외피를 썼지만 누구도 기분좋게 웃을 수 없었다. YG 소속 가수들의 약물 논란, 승리의 성 스캔들을 유머로 삼는 것은 기본이다. 잠든 남성을 아이돌 멤버로 착각하고 도촬하는 여성, 외국인 투자자가 몸캠을 요구하자 거부하는 신인 모델에게 "배가 불렀다. 높으신 분이다"라며 몸캠을 강요하는 승리의 모습이 담겨 공개 당시에도 불쾌하다,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준영은 어떨까. Mnet '슈퍼스타K' 시즌 4로 얼굴을 널리 알린 그는 어딘지 '4차원적인 매력'으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게 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누비며 엉뚱함과 기지, 영민한 판단력으로 호평받았다.

2016년 9월, 여성 신체 무단 촬영 혐의로 피소된 정준영은 약 4개월 만인 2017년 1월 15일 KBS2 '1박 2일'에 정식 복귀했다. (사진='1박 2일' 캡처)
'뭐든지 잘하는 특이한 막둥이' 이미지를 가장 공고하게 만들어 준 것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 KBS2 '1박 2일'이었다. 정준영은 2016년 9월 여성의 신체를 무단 촬영한 혐의로 피소됐으나, 검찰이 "해당 여성 의사에 반해 촬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해 약 4개월 만인 이듬해 1월 복귀했다.

'1박 2일'은 정준영이 출연 중단했을 당시, 그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멤버들의 모습, "그 동생"이라고 부르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형들의 부족함을 늘 채워주고 뭐든지 잘했던 그 동생", "그 동생의 큰 그늘", "새해 들어 더욱더 커 보이는 막내의 빈자리" 등의 자막과 자료화면으로 온 힘을 다해 정준영의 복귀를 반겼다. 지나치게 빠른 복귀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무혐의' 처분을 이유로 오래지 않아 잠잠해졌다.

엉뚱하고 독특하고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연예인이라는 포지셔닝 덕에 정준영 역시 자기의 '일탈'에 가까운 언행도 하나의 캐릭터로 소화할 수 있었다. 지코는 정준영이 수많은 지인 연락처를 저장한 '황금폰'이 있다고 밝혔고, 정준영은 지코가 집에 올 때마다 그 폰을 본다고 맞폭로(MBC '라디오스타', 2016년 1월 27일)했다. 웃음 소재로 나왔던 '황금폰'은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 수사에서 중요한 부분이 됐다.

물론 프로그램 제작진에게도 할 말은 있다. 한 지상파 PD는 "현실적으로 제작진이 연예인을 검증하는 건 쉽지 않다"며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나 그의 사업을 지나치게 홍보하는 식으로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상파 PD 역시 "검증이라고 해도 주변 지인을 통해 사람이 어떤지를 묻는 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다 걸러지지는 않는다. 저도 섭외 후 낭패를 본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방송은 승리와 정준영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기여했기에 이 같은 해명으론 부족해 보인다.

◇ 승츠비 캐릭터 낳고 키웠으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이가온 TV평론가는 "승츠비 캐릭터는 2016년 '라스'에서 시작됐다. 지드래곤이 승리 주최 파티를 소개했는데 산타 복장을 한 외국인 여성들을 배경으로 찍은 승리 사진이 공개됐다. 그걸 보고 MC들은 '진정한 셀럽'이라고 치켜세웠다.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고 오히려 그걸 승리 캐릭터로 승화시키면서 '문제'가 아니라 '매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는 그런 승츠비 캐릭터를 우상화한 셈이다. 가장 문제인 것은 'YG전자'다. 이른바 '몸캠' 강요 장면도 나오고, 승리가 후배 가수에게 약, 대마초, 스캔들을 조심하란 조언도 한다. 대본이 있는 시트콤이라는 걸 방패막이로 성적인 문제를 예능 소재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평론가는 "'YG전자'가 작년 10월에 공개됐는데 '나 혼자 산다'는 그 후인 12월에 승리를 두 번째로 초대해 출연시켰다. 'YG전자'를 보고도 별 문제의식 없이 승리 캐릭터를 방송에 내보낸 것"이라며 "결국 '스타들의 리얼한 캐릭터'를 최우선시하는 예능 트렌드가 승츠비 캐릭터를 낳고 키우고 우상화까지 시킨 것이다. 따라서 예능도 이번 승리 사건에서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MBC '라디오스타'는 사업으로 얻은 부를 바탕으로 파티를 즐기는 그를 '개츠비'에 빗댔고, 이렇게 생긴 '승츠비' 캐릭터를 '미운 우리 새끼'와 '나 혼자 산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사진=각 방송 캡처)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도 "승리가 어떤 사업에 도전한다, 까지는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업에서 승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이고, 문제 있는 사업은 아닌지 검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생 끝에, 젊은 나이에 사업체를 일궈 화려한 부를 과시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서사에서 오는 재미만 소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승리가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는 건조한 사실이 아니라, '승리가 사업체를 갖고 있어 멋지다'는 서술로 가려면 최소한의 검증은 필요로 했는데, 그 부분을 제작진이 소홀히 해서 사실상의 허위 과장 광고를 해 준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방송사는 '선의'라고 할 수 있어도, 출연자가 방송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사업을 늘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많다고 본다.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생긴 이미지를 자기 사업으로 연결하고, 그 사업은 또 다시 방송을 타며 더 널리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 '야동'도 '황금폰'도 예능에선 그저 '유머'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을 수집하거나 관람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보거나 하나의 취미인 양 소비하는 것. 예능에 나오는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승리의 '야동 외장하드'도, 당시엔 그 실체가 불분명했지만 현재는 정준영의 불법촬영 동영상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폰'도 한바탕 웃고 넘기는 소재로 쓰였다.

이승한 평론가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성의 대상화와 착취'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방송은 '야동'이란 단어로 포르노와 불법촬영물을 싸잡아서 가벼운 농담의 소재로 활용하고 바람둥이, 작업꾼 같은 캐릭터를 용인해 남자들 사이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그걸 잘하는 사람이 잘 나가는 사람인 것처럼 언급한다. 이런 경향이 더 강해진 건 예능이 남초판이 되면서 더 심해졌다"고 바라봤다.

이 평론가는 "여성 멤버가 같은 성비로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라도 말하기 힘든 이슈를 '남자들끼리의 진솔한 대화'라는 식으로 포장해 입에 올린다. 그게 하나의 웃음코드인 양 소비되기 시작하자, 이제 그런 걸 웃어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유달리 예민한 사람처럼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비방송인들이 사석에서 나눠도 문제가 생길 대화들을, 방송인들이 방송에서 나누는 게 공공연히 전파를 타니 그게 표준이고 정상적인 대화인 것 같은 착시를 유발한다. 그럼 (시청자들도) '방송에도 그런 얘기 나오던데 우리가 하면 뭐 어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면서 "방송이 앞장서서 남성 호모 소셜(homosocial) 이너서클의 대화 방식과 시각을 인증해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2월 3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 나온 승리와 2016년 1월 27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나온 정준영 (사진=각 방송 캡처)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 사무국장은 "이미 너무나 많이 지적해 온 문제인데도 여전히 반복된다"며 "예능 프로에서 '야동'이라고 얘기되는 영상은 과연 합법적인 성인물만 있었을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얘기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여기에 대한 문제제기가 그간에도 있었고, 지금은 그게 더 주목받아 변화로 나아가는 시점에 와 있다"며 "음란물 관람을 웃음의 소재로 끄집어내 왔는데 절대 웃기지 않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렇게 크게 나오고, 미투 운동(#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일)이 이렇게나 오래 이어지는데도, 성폭력 사건, 불법촬영물 등을 희화화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그런 '감수성 없음'에 관해 명백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순택 활동가는 승리가 '짠내투어'(2018년 8월 18일 방송)에서 구구단 세정에게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술을 따르라고 해 방송통신심위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 경고(벌점 2점)를 받은 사안을 언급하며 방송사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했다. 해당 내용은 방송사 자체 심의에서도 지적돼 온 부분인데 그대로 나갔고, 결국 방심위에게 징계를 받았다.

권 활동가는 "방송사 내부의 인권·젠더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물의를 빚을 내용을 거르지 않고 웃음 포인트로 쓰고,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는 형님'은 모든 패널이 다 남성이다 보니, 승리 편을 포함해 '야동' 이야기를 더 자연스럽게 농담처럼 얘기한다"며 "부적절한 내용도 남성 문화의 하나라는 식으로 자주 내보내는 것이 문제다. 비판이 이어지는데도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건 방송사가 게을러서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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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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