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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백종원 솔루션, 헛헛한 '골목식당'의 손가락질

김종성 입력 2019.02.12. 10:33 수정 2019.02.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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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구조적 문제인 자영업의 위기.. 개인에게 모든 책임 물어선 안 된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똑같은 자영업자도 없다. SBS <골목식당>에는 천태만상의 사장님들이 등장한다. 간혹 장인 정신을 지닌, 감동스러운 사장님들이 발견되기도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사장님들에게는 대체로 '문제'가 있다. 골목의 해결사 백종원은 생동감 넘치는(?) 자영업의 실태를 마주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조차도 때론 절망한다.

이렇듯 솔루션의 대상이 되는 케이스는 다양하지만, 백종원이 제시하는 솔루션의 결론은 한결같다. '메뉴를 줄이라'는 것이다. 사장님의 실력이 출중해도, 실력이 형편 없어도 마찬가지다. 이걸 좀 더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게를 대표할 만한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라. 그 외의 곁가지 메뉴는 과감히 쳐내라. 음식을 조리할 동선을 최소화하라. 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높이고, 대신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내라. 

백종원은 왜 '메뉴를 줄이라'고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의 힘을 타고 손님들이 물밀듯 밀어닥칠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방송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례로 포방터시장의 돈가스집은 방송 직후 몰려든 손님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새벽부터 길게 늘어선 손님 때문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맞았던 것이다. 돈가스집뿐인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식당들이 모두 '손님 찜질'을 제대로 당했다.

"솔직히 무서워서 그래요", 사장님들의 두려움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손님이 적당히 많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그 선을 넘어서면 아무리 숙련된 전문가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백종원은 '메뉴를 줄이라'의 필연성을 회기동 피자집의 '실험'에서 분명히 확인시켜줬다. 분명 피자집 사장님은 누가 봐도 준비된 자영업자였다. 천하의 백종원조차 혀를 내둘렀을 만큼 주방에 숙달돼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밀려드는 손님과 주문을 감당할 수 없었다. 메뉴 16가지는 너무 많았다. 

그런데 정작 사장님들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찌어찌 머리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포방터시장 돈가스집 사장님은 그 수많은 메뉴들을 품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고, 청파동 냉면집 사장님도 갈비탕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았다. 회기동 피자집 사장님도 마찬가지였다. 메뉴에서 파스타를 빼버리면 그만큼 손님들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왜 메뉴를 줄이지 못하는 걸까? 

"저도 진짜로 피자만 해가지고 영업이 잘 되면 좋은데, 솔직히 무서워서 그래요."

이유는 간단하다. 두렵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그 불안감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이 그러하다. 2015년 기준 음식점의 2년 생존율은 42.3%, 5년 생존율은 17.9%%에 불과했다. 2016년 통계도 달라진 게 없었다. '자영업'과 '위기'는 마치 한 단어였던 것처럼 늘 함께 붙어다니는 말이 됐다.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면 '언제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어?'라고 반문하듯, 자영업의 위기 역시 '상수'가 됐다.

2000년 이후 1.4% 증가하는 데 그친 자영업자 소득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기세 좋게 창업을 했어도 2년이 지나면 1/2 이상이 문을 닫고, 5년이 지나면 4/5가 사라진다. 생존율 자체도 턱없이 낮지만, 생존했다고 해서 그들의 처지가 확연히 달라지지도 않는다. 2000년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가계소득과 임금근로자 소득의 경우 각각 연평균 5.6%, 6.7%씩 늘어났지만, 자영업자 소득은 1.4% 증가에 그쳤다. 생존을 신고한 자영업자들도 죽지 못해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자영업자가 감히 메뉴를 줄일 수 있겠는가. 우리가 실력자라고 인정했던 피자집 사장님조차 학기 중 하루 매출이 20만 원이었고, 방학이 되면 그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방송에 출연하기 전달의 순이익이 35만 원 수준이었다. 그에게 메뉴를 줄이라는 백종원의 조언은 마치 손님을 포기하라는 말과 동일어처럼 들렸으리라. 그에겐 방송 메커니즘이 익숙지 않았을 테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창업을 하려면 상권을 보러 가잖아요. 그럴 때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뭔지 알아요? (제가) 논현동에서 장사를 20년 넘게 했었잖아요. 장사를 하다보면 또 새로운 식당이 들어와요. '여기 뭐한데요?'라고 물으면 '부대찌개집 들어온답니다' 이 집 전 집이 부대찌개 하다가 망한 집이야. 그것도 안 알아 본 사람이 되게 많아요."

이쯤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자영업의 위기의) 문제가 뭘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다. 준비 없는 창업, 장사에 대한 무개념, 불성실한 태도, 맛 없는 음식, 불친절한 서비스 등 개인 차원의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실제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안에 창업한 자영업자 가운데 최소 6개월 이상 사업을 준비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국가조차 손 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문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그러나 모든 문제에 한 가지 원인이 존재할 리 없다. 마찬가지로 자영업 위기의 책임도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너도나도 최종 종착역인 자영업에 뛰어드는 통에 '과도한 경쟁'이 발생하고, 살 떨리는 '과도한 임대료'는 임차인들의 피를 바짝바짝 말린다. 허나 이런 문제들은 워낙 거대해 국가조차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물며 예능이랴. 그럴 때 손쉬운 방법은 나약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간혹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빌런'을 찾아내 마녀사냥에 가까운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막상 손가락질의 대열에 합류했다가도 겨우 정신을 차리면 이 손쉬운 손가락질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물론 '자영업을 우습게 보지 마라'는 강력한 경고는 의미있는 것이지만, 자영업의 위기에 '개인의 실패'가 기여한 바가 큰 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를 덮는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일반적인 자영업자에게 백종원의 솔루션, '메뉴를 줄이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18년 경력의 직원을 거쳐, 피자 경력 5년의 사장님조차 두려워하는 일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만들어내는 짧은 꿈과 같은 현실은 판타지에 불과하다. 메뉴를 줄이는 파격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건 방송의 수혜를 입어야만 가능하다. 그리고 자영업의 위기, 그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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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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