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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민남편' 제작진, 왜 한물간 '중년 아저씨 예능'에 집착하나

김교석 입력 2019.02.11. 13:33 수정 2019.02.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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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민남편’, 가족예능이 재미없음에 대한 변명의 명분 되는 건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주말 저녁은 지상파 예능의 간판 프로그램들이 버티는 프라임타임이자 육중한 헤비급 매치였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종영한 이후, 요즘 주말 저녁에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중성의 척도인 시청률이나 화제성, 경향을 이끌어가는 실험성, 팬덤을 구축한 충성도 모든 측면에서 현재 주말 저녁 예능들은 과거의 영광과 거리가 멀다. 어느덧 장수 예능이 된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더 팬> 등의 가창 경연 예능이 주말 저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1박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집사부일체>, <런닝맨>은 저녁 8시대 지상파 드라마와 비슷한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다. 지상파 예능국이 내세우는 대형 예능, 온가족이 즐겨볼 수 있는 가족 엔터테인먼트의 현재다.

MBC 일요일 저녁 예능 <궁민남편>은 지난해 말 시작한 신규 프로그램이지만, 지상파 예능의 올드한 면모를 그대로 담고 있다. ‘궁민남편’은 궁금한 남편들의 일탈이라는 뜻으로 누구누구의 아버지, 누구누구의 남편,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짊어져야만 했던 남편들이 모여 벌이는 일탈을 기획의도로 삼고, 각기 다른 결혼 연차를 자랑하는 연예인 남편들이 일과 육아, 나이 탓에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매주 도전해보는 일종의 체험 예능이다. 그동안 힙합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축구 경기 직관, 백패킹, 차박, 옛 추억을 담은 소울푸드 특집, 낚시, 놀이동산, 자연인 특집, 크리스마스와 새해 함께 보내기, 인스타그램 도전기 등등 아빠라서 평소 하지 못했던 취미나 여행, 아저씨라서 뒤쳐진 요즘 유행을 따라 하는 고군분투가 볼거리다.

그런데 출연진부터 기획의도, 볼거리 모두 기시감이 들 정도로 굉장히 익숙하다. 김용만과 안정환은 중년 아빠들의 일탈여행에서 출발한 <뭉쳐야 뜬다>에 출연한 바 있고, 차인표는 불과 지난해에 사랑꾼 남편을 내세운 아재 예능 <빅피쳐패밀리>에 출연했다. 매번 유행하는 문화나 취미 분야를 엿보듯이 체험하는 중년 아저씨 예능은 <나물 캐는 아저씨>, <아재 독립 만세! 거기서 만나>, <아찔한 캠핑>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흔하게 반복되는 그림이다. 아저씨들이 아이들처럼 장난치고, 우정을 나누며 노는 모습을 전시하는 모습은 이제는 방송가에서 많이 사라진 있는 2000년대 후반식 리얼버라이어티의 흔적이다.

‘좋은 사람들’이 각자 하고 싶었던 것을 함께 하는 까닭에 회가 거듭할수록 오랜 친구처럼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친해지고, 의형제를 맺을 만큼 가까워지는 리얼버라이어티식 세계관을 따른다. 김용만의 말처럼 누구보다 가깝고 친한 ‘형이자 친구이자 동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더 이상 방송에서 말로 하는 친분, 과도한 의미부여에 진정성을 느끼지 못한다. <궁민남편>이 아무리 즐거운 모습, 진지한 모습, 새로운 볼거리를 가져와도 다소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결정적인 이유다.

출연진들의 실제와 방송의 모습, 관계가 얼마나 밀접한지 그 진정성을 느끼도록 설계하는 것이 오늘날 예능의 스토리텔링의 목표라고 볼 때 <궁민남편>은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남편의 일탈이란 정서적 공감대와 매주 새롭게 하는 체험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지지난주 축구영웅 안정환 특집은 더욱 심했다. 2002년 월드컵 추억으로 시작해 40미터 밖에서 시속 40킬로미터로 달리는 차 안에 공을 골인시키기, 35미터 떨어진 농구 골대에 발로 차서 골을 성공시키는 미션을 1시간 동안 봐야 했다. 성공에서 느낄 희열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유튜브가 방송가에도 점령한 시점에 인스타그램 도전기에 나선 지난 주 방송은 출연진만 아저씨가 아니라 시청자도 아저씨 이상의 장년층라고 상정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년남성 예능을 내놓은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궁민남편>은 10년 전 <남자의 자격>의 정서와 포맷, 2016년 즈음 불어 닥친 아재 예능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그 어떤 변주도 없이 캐스팅부터 볼거리, 감정을 끄집어내는 방식까지 예전 방식의 접근과 작법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아재 예능, 중년 남성의 라이프에 포커스를 둔 익숙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면 오늘날 예능의 스토리텔링이나 관찰 예능과 접목시킬 수도 있을 텐데, 권오중의 눈물을 통해 따뜻한 정서를 드러내는 방식까지 너무나 방송제작에 친화적인 방식이다.

오늘날 예능은 시청자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여지와 선택이 가능성을 넓게 펼쳐주는 자유여행에 가깝다. 흔히 말하는 일상성, 공감대 형성이 모두 이와 관련된 이야기다. 그런데 <궁민남편>은 재미와 감동과 볼거리의 신선함까지 모두 준비되어 전해지는 패키지여행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매번 새로운 볼거리를 갖고 오지만 올드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문제는 주말 저녁에 편성하는 대형 예능일수록 온가족 예능이란 태고의 가치를 내세우며 재미없음에 대한 변명의 명분을 갖는다는 데 있다. 이런 점들이 주말 예능이 점차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에 머물며 고인물이 되고, 시니어층에 보다 소구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한 가지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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