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작보고서] 좀비물 신로 개척한 '킹덤', 연기가 옥에 티

2019. 1. 26. 11:15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넷플릭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이 좀비물의 신로를 개척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극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 첫 번째 시즌의 전편이 지난 25일 공개됐다.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킹덤’은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물이라는 소재의 신선함, 이를 보다 다이내믹하게 구현해낸 연출·편집이 장르물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했다는 평이다. 다만 일부 배우가 시대물과 판타지 사이에서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들뜬 연기를 보여준 탓에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새다.

■ 스토리

‘킹덤’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름모를 괴질에 수천 수만 명의 백성이 숨졌다’는 문장에서 출발, 김은희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허구의 이야기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킹덤’에서 ‘이름모를 괴질’은 죽지 않는 병에 걸린 사람들로 묘사된다. 첫 번째 괴질은 임금이었다. 낮에는 죽은 듯 잠을 자고 밤이면 인육을 탐하는 괴물이 된 것이다. 영의정 조학주(류승룡)는 이를 철저히 숨겼다. 중전이 된 딸(김혜준)이 적통 후계자를 낳기 전까지는 임금이 죽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세자 이창(주지훈)이 임금의 비밀을 눈치 챘다. 서자로 태어난 탓에 중전이 아들을 낳으면 자신은 살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이창은 조선의 땅 끝, 동래로 향했다. 극 중 동래는 임금을 모셨던 어의의 고향으로, 이창은 그에게 아버지를 살릴 묘책을 묻고 이를 통해 왕권의 회복을 꿈꿨다. 그러나 정작 동래에서 이창이 마주한 것은 임금과 똑같은 괴물이 된 백성들이었다. 권력자들이 제 배를 채우는 데 급급할 동안 백성들을 덮친 굶주림이 그들을 괴질로 만들었다. 이에 이창은 호위무사 무영(김상호) 의녀 서비(배두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총잡이 영신(김성규)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 옛 스승 안현대감(허준호)과 함께 역병의 창궐을 막고 그 뿌리를 뽑아 백성들을 지키고자 다짐했다.

■ 첫방 업&다운

UP:
좀비물의 재해석이다. ‘킹덤’에서 좀비, 역병에 걸린 괴물들은 단순히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니다. 권력자들의 탐욕에 희생당한 백성들의 서글픈 모습이다. 덕분에 ‘킹덤’은 비단 좀비물 마니아뿐만 아니라 시대극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연출 면에서는 표현의 제약이 비교적 자유로운 플랫폼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흉측하게 망가진 얼굴부터 기괴하게 꺾이는 몸, 낮이면 시체처럼 엉켜 있다가 밤이면 일어나 산 자를 쫓아 잔인하게 물어뜯는 모습까지 역병에 걸린 백성들의 면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좀비물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평가다.

(사진=넷플릭스)

DOWN: 탄탄한 스토리, 영화 같은 연출을 갖춘 ‘킹덤’에서 옥에 티를 꼽는다면 배우들의 연기다. 우선 ‘킹덤’으로 처음 사극에 도전했다는 배두나의 대사 톤이 다소 충격적이다. 드라마에서 정의로운 의녀 서비 역을 맡은 배두나는 시종 사극도 현대극도 아닌 말투로 일관한다. 병든 백성들을 보살필 때 보여주는 따뜻한 눈빛이나 어른들로 인해 희생당한 아이를 안아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서의 감정 연기는 훌륭했으나, 그가 입만 열면 몰입이 깨졌다. 마치 2019년의 배두나가 한복을 입고 콩트를 찍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신예 김혜준의 활약도 아쉽기만 하다. 김혜준이 연기하는 중전은 극 중 세자보다도 나이가 어리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만은 상당한 인물로, 남다른 카리스마가 필요한 캐릭터다. 그러나 ‘킹덤’ 속 김혜준에게서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극에서 중전을 압박하는 인물은 아버지 조학주로, 류승룡이 연기하고 있다. 때문에 류승룡과 붙는 장면이 많은 것도 김혜준에게는 독이 된 모양새다. 류승룡의 깊이 있는 톤과 대비되다 보니 김혜준이 더욱 가볍게 느껴진 것이다. 물론 모든 배우가 어색한 것은 아니다. 류승룡은 명불허전, 등장만으로 화면을 장악했으며 세자 이창 역의 주지훈도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배우는 안현대감 역의 허준호와 영신 역의 김성규였다. 허준호는 ‘킹덤’ 시즌1 중후반부터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회차, 캐릭터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했으며 김성규도 영신이라는 캐릭터의 미스터리함을 특유의 분위기로 배가시키며 그의 정체를 더욱 궁금케 했다.

■ 시청자의 눈

넷플릭스가 선택한 첫 국내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시청자들의 호불호도 극명히 갈리는 상황이다. “잘 만든 좀비물” “극 중 서사가 탄탄하다” “김은희 작가가 오래 공 들인 티가 난다” 등 호평이 있는가 하면 “영화 ‘창궐’의 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으로 지루하다” “시즌1의 끝이 허무하다” 등의 비판도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눈도 서로 다르다. 류승룡·허준호의 명연기에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이나 주지훈·배두나·김혜준에 대해서는 “잘한다” “무난하다” “어색하다” 등 극과 극의 평가들이 공존하고 있다.

■ 흥행 가능성

방송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데다 시청률이나 조회수 집계를 따로 하지 않는 넷플릭스 특성상 ‘킹덤’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지난 25일 오후 5시 ‘킹덤’ 첫 공개를 앞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는 네티즌들이 많았던 것으로 판단컨대 국내 반응은 나쁘지 않다. 관건은 해외 반응이다.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된 ‘킹덤’이다. 과연 미국 드라마 ‘센스8’으로 해외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배두나, 그간의 다작 행보로 글로벌 팬을 확보한 주지훈 등 주연진의 인기 덕을 볼 수 있을지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cultur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