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 "제2의 한시현 꼭 있다"

전형화 기자 2018. 12. 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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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지난달 28일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이 흥행궤도에 올랐다. '국가부도의 날'은 4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이번 주중 200만명을 돌파하고 주말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국가부도를 앞두고 위기를 해결하려는 사람, 이용하려는 사람,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사회에 깊은 상처를 안긴 IMF 사태 이후 20년. 영화는 여전히 진행 중인 상처와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며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영화를 둘러싸고 여러 말들도 진행 중이다. 사실과 영화적인 각색을 혼돈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목적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최국희 감독을 만나 '국가부도의 날'에 대해 들었다.이 인터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왜 하게 됐나.

▶제작사인 영화사집에서 연출 제안을 했다. 엄성민 작가가 쓴 시나리오가 워낙 완성도가 높았고 소재적으로도 신선했다. 1976년생인데 나도 IMF 세대로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올랐다. 어려운 소재고 쉽지 않은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잘 만들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가급적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세 축으로 이야기가 구성됐다. 김혜수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이 한 축, 유아인이 맡은 금융맨 윤정학이 한 축, 허준호가 맡은 갑수가 한 축을 이룬다. 한시현과 갑수는 그 시대의 상징성을 담당하지만 윤정학은 영화적인 장치이자 청년세대를 그린 인물이라 캐릭터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정학은 1차원적인 인물이 아니다. 계급 상승의 욕망이 있는 한편 돈 벌었다고 좋아하지 말라고 하는 인물이다. 내가 캐릭터를 애써 만들었다기 보다 유아인이 워낙 잘했다. 비중이 작아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서사가 없는데도 잘 해냈다. 나보다 유아인이 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김혜수는 처음부터 염두에 둔 배우라고 하던데.

▶김혜수 선배는 워낙 사전 준비를 많이 해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리딩만 5번을 했다. 둘이서 톤을 어느 정도로 할지 서로 합의한 뒤에 촬영에 들어갔다. 사전에 분노의 게이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분노가 어느 선을 넘지 말아야지, 관객이 이 캐릭터의 분노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야 이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준호는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이번 영화에선 서민을 대표하는 얼굴로 등장했는데.

▶허준호 선배를 처음 만났을 때 정말 놀란 게 계속 웃는다. 사람이 이 정도로 웃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선하게 계속 웃는다. 알려진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술, 담배도 안하고 늘 성경을 읽는 분이다. 이런 본 모습을 그냥 가져가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허준호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자신도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기에 극 중 갑수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더라. 결과는 본 그대로다.

-조우진이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통상 이런 영화를 만들 땐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이 상황을 대변하도록 한다. 조우진은 그런 점에서 '국가부도의 날'을 대표하는 악역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역시 나라를 위한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인물인데. 그 인물을 악역으로 설정한 이유는.

▶조우진과 나는 이 인물을 악역이라고 이야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시장주의자이자 친미주의자인 자신의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인물로 보이도록 서로 노력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운 여성서사 영화다. 김혜수가 이끄는 팀도 남녀 비율이 같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그때는 더욱 고위 관료직에 여성이 드물었는데. 그렇게 한 까닭은.

▶시나리오부터 그렇게 구성이 돼 있었다. 난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여성 메인 캐릭터가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홀로 맞다며 움직이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다.

-김혜수가 브리핑을 준비하려 할 때 팀원들이 구두와 외투를 준비한다. 여성 상사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드러나는 장면이자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기도 한데. 그 장면이 있었기에 조우진의 여성을 비하하는 장면이 더 도드라지기도 하고.

▶그만큼 팀원들의 호흡이 좋고 오래 준비해 왔다는 걸 보여주려는 장면이었다. 1997년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보다 더 어려운 때였다. 현재와 공감시키려는 의도보다는 그 시대에는 그게 맞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경제스릴러의 외투를 갖고 있지만 한편으론 교육적인 목적성이 강하다. IMF를 겪은 세대에겐 공포와 긴장으로, 모르는 세대에겐 교육적인 의도를 전하려 했는지.

▶그렇다기 보단 드라마에 더 가깝게 연출하려 했다. 위기의 순간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다. 이 영화를 보고 특히 젊은 세대가 갑수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우리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 그런 드라마를 전하고 싶었다.

-통상 영화에서 권력과 재벌, 언론의 유착 관계를 그릴 때 룸싸롱이나 요정에서 여인들과 같이 질펀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그리곤 한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상징일 수도 있고, 상상력의 한계일 수도 있고. 그런데 '국가부도의 날'에선 권력과 재벌이 만나는 장면이 밀실에서 이뤄지긴 하지만 습하진 않다. 사뭇 다르게 연출한 이유는.

▶(말없이 빙그레 웃다가) 상위계급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국가부도의 날' 최국희 감독/사진=김휘선 기자

-영화와 실제 IMF 사태의 막전막후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시현이 대안으로 이야기한 일본과 통화스와프는 실제론 일본이 먼저 발을 뺀 상황이었고. IMF로 간다는 발표를 한 당사자도 영화와 실제는 차이가 있는데.

▶영화 안에서 "통화스와프 200억 갖고 어떻게 막냐"는 대사가 나온다. 한시현이 영화 속에서 제안하는 모라토리움도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섣불리 대안을 정답처럼 설명하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있는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IMF 총재 역을 맡은 뱅상 카셀은 어땠나.

▶한국에 도착한 뒤 호텔에서 처음 만났다. 만나자마자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자신은 이 캐릭터를 의사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플레인한 닥터. 병을 고치려 하는 의사. 더 과장하지 않고 추가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석한 게 마음에 들더라. 그대로 가려 했다.

-이 영화는 IMF 협상 과정이 하이라이트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 때문에 그렇게 했겠지만 협상 과정에서 김혜수의 역할을 극적으로 더 키울 수도 있었을텐데. 왜 그리 퇴장을 빨리 시켰나. 퇴장이 빠르다보니 협상의 긴장감이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장치로서 영화에서 기능한다기 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화와 허구로서 각색의 절충도 필요했다.

-에필로그로 허준호와 유아인, 그리고 김혜수의 20년 뒤의 삶을 보여준다. 허준호는 IMF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그리고, 김혜수는 내레이션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용당하지 말라는 걸 경고한다. 반면 유아인의 에필로그는 청년세대에게 그렇게 개인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을 전하려는 것인가. 유아인의 내레이션도 그런 맥을 담았는데.

▶김혜수의 내레이션과 유아인의 내레이션은 다르다. 20년 뒤의 이야기는 다 다를 것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관객의 몫일 것 같다.

-반면 바로 뒤를 잇는 김혜수의 내레이션은 지금 청년세대에 경각심을 준다. 카메오로 한지민이 등장하면서 올해 한국 여성영화 서사의 궤를 잇기도 하고.

▶의도는 심플했다. 제2의 한시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르고 곧고 긍정적인 배우를 찾다보니 한지민을 생각했다. 한지민이 김혜수와 친분이 있어서 흔쾌히 승낙했다. 한지민에게 제2의 한시현처럼 당당함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허준호 에필로그는.

▶IMF 사태는 여러 사람의 기억에 새겨진 파급력 있는 사건이다. 허준호의 모습을 보고 많은 관객들이 부모님이 생각난다고 하더라. 무대인사를 하는데 경호원이 다가와서 자기가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은데 이 영화를 보고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

-엔딩에 자막으로 금모으기 운동에 대해 설명한다. 금모으기는 IMF를 겪은 세대에게 일종의 환상이다. 공동체를 위해 팔을 없는 돈을 모았다는 기억인데 영화에선 그걸 속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금을 모아서 대기업 빚 갚는데 썼다고. 에필로그와 연결된 지점인데.

▶금모으기는 분명 공동체를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었다.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참여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모아서 서민을 위해 썼다디보다는 대기업 부채를 갚는데 쓰인 게 사실이다.

-전작인 '스플릿'은 흥행은 실패했지만 감독의 연출 역량에 대해선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었다. '스플릿'과 '국가부도의 날'은 다른 이야기지만 연출적으로 공통점을 찾자면 짧은 서사에서 캐릭터 구축이 완성도가 있다는 점일텐데.

▶'스플릿'은 흥행은 비록 안됐지만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조바심과 칼을 간다는 심정이 없진 않았다. 캐릭터 구축을 공통점으로 꼽아준다면 감사하다. 굳이 이야기를 붙이자면 배우들과 많이 소통하는 편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배우들의 생각을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점에서 유아인은 '버닝' 이후 곧장 '국가부도의 날'을 촬영해서 초반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던데.

▶바로 촬영에 들어가다보니 배우들 중 유아인과 사전에 이야기를 제일 못 나눴다. 그래서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버닝'은 하루에 한 두 장면 찍었던 현장이지만 '국가부도의 날'은 다르니깐. 유아인이 극 중에서 투자자들을 앞에 두고 브리핑을 하는 장면을 찍기 전에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하루 촬영을 미뤘다. 유아인이 지인들을 불러서 앞에 두고 연습을 많이 하고 왔더라. 배우가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데 더 할 나위가 없었다.

-시나리오에 충실하려 했다는데 그럼 비주얼적인 고민은 어떻게 했나. 글과 영상은 다른 법인데.

▶예컨대 보드에 빨간 펜으로 부도난 기업들을 지우는 장면처럼 한눈에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생각했다.

-차기작은. 통상 감독들은 자신이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에 매진하는데.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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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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