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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재욱 "섹시한 사제? 공간과 조명·카메라 워크의 힘"

2018. 11.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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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로서 성물(聖物)인 묵주가 품절되는 경우를 태어나 처음 봤다.

'묵주 완판남'의 주인공은 최근 종영한 OCN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윤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재욱이다.

김재욱은 "성당이라는 공간과 조명·카메라 워크로 최윤이라는 캐릭터가 풍성하게 만들어졌다"고 공을 돌렸지만, 시청자들이 반한 게 그의 외모만이었다면 단언컨대 '묵주 완판'이라는 이례적인 일은 불가능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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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윤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재욱(사진=매니지먼트숲)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천주교 신자로서 성물(聖物)인 묵주가 품절되는 경우를 태어나 처음 봤다. ‘묵주 완판남’의 주인공은 최근 종영한 OCN ‘손 the guest’에서 구마사제 최윤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재욱이다.

김재욱에게는 나른한 눈빛이나 깎아지른 듯 날카로운 얼굴의 선에서 느껴지는 퇴폐미가 있다. 그 덕분에 무슨 역을 맡아도 김재욱만의 색깔로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심지어 지난해 OCN ‘보이스’에서 연쇄살인마를 연기했을 때는 ‘섹시한 사이코패스’라는 찬사까지 들었다.

그러더니 ‘손 the guest’에서는 사제복마저 패션처럼 소화해내 감탄을 자아냈다. 김재욱은 “성당이라는 공간과 조명·카메라 워크로 최윤이라는 캐릭터가 풍성하게 만들어졌다”고 공을 돌렸지만, 시청자들이 반한 게 그의 외모만이었다면 단언컨대 ‘묵주 완판’이라는 이례적인 일은 불가능했을 터다.

김재욱은 오직 캐릭터에만 집중하는 대신 작품 전체의 세계관에 직접 녹아들고자 했다. 그러자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아도 캐릭터의 감정이 자연스레 표현됐다. 그 결과 어린 시절 가족잃은 아픔으로 유약해진 한 청년 사제가 더는 같은 상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의지를 다지게 되는 변화의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 ‘손 the guest’를 통해 ‘묵주 완판남’ 된 것 알고 있나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묵주를 팔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웃음) 캐릭터와 작품이 사랑받은 덕분이겠죠. 고맙습니다”

▲ ‘섹시한 사제’라는 별명도 얻었어요

“기분 좋아요. 사제복이 잘 어울린다는 말도 좋았는데 사제가 가지면 안 될 매력까지 봐주셨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죠(웃음) 물론 내가 섹시함을 발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장면을 소화한 건 아니었어요. 외로워 보이거나 비밀이 많아 보이도록 연기한 것도 있지만 결국은 카메라에 어떻게 담고 편집하느냐의 문제거든요. 촬영감독님부터 조명감독님까지 이미 작업을 해본 분들이었어요. 제작진이 최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연구를 많이 했고, 덕분에 내가 특별한 액팅을 하지 않아도 공간과 조명, 카메라 워크만으로 최윤을 풍성하게 만든 것 같아요”

▲ 김동욱은 ‘종이인형’이라는 별명을 민다던데요?

“자기는 동그랑땡 같이 생겨서…(웃음) 감독님도 놀리시더라고요. ‘너 종이인형이래!’ 하하. 기분 좋아요. 배우로 일하면서 이렇게 재밌는 별명들이 생긴 게 처음이에요”

'손 the guest' 김재욱 스틸컷(사진=OCN)

▲ 많은 별명을 안겨준 최윤과는 잘 이별했나요?

“빨리 털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이 무겁고 힘들었던 만큼 현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떠들고 장난치면서 분위기를 중화시키려고 했거든요. 동욱이는 10년 전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을 함께 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대해줬고 (정)은채도 잘 받아줬어요. 배우들이 격의없이 친해진다는 게 자칫 집중을 못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데 ‘손 the guest’는 초반부터 현장에서 다 같이 잘 어울렸어요. 즐거운 시간들이 쌓인 덕분에 오히려 최윤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수월해진 것 같습니다”

▲ 최윤을 어떻게 분석했습니까?

“최윤이 가진 매력과 특징도 중요하지만요. 무엇보다 그가 어떤 인물과 부딪히고 또 어떤 세계관 안에 존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기보다 극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최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죠. 극 초반에는 작가님이 캐릭터들의 과거 서사를 탄탄히 그려주셨고 이를 아역 친구들이 잘 소화해줘서 나도 편안히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 구마사제인 최윤은 극중 부마자들과 자주,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역할이었어요

“‘손 the guest’는 부마자를 연기한 배우들의 힘이 컸어요. 극의 중반부까지 부마자들이 다 끌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오히려 우리(주연)는 한 발 빠져야 균형이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들의 힘을 받아서 박일도(극 중 악귀의 이름)를 쫓아갈 수 있었고, ‘손 the guest’의 세계가 더 리얼하게 그려질 수 있었어요. 너무너무 고마워요”

▲ 기억 남는 구마 신을 꼽는다면요?

“한 분 꼽기는 어렵지만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있어요. 전배수(김영수 역) 선배와 촬영한 첫 구마 신이요. 하루 종일 그 신만 찍었거든요. (구마의식에 대한) 상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더욱 긴장했고 공도 많이 들였죠. 부마자가 물을 뿜어내는 장비도 그때 처음 설치해보는 거라서 시행착오가 있었고요. 그런 만큼 첫 구마의식을 치른 다음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이 잡혔습니다”

(사진=매니지먼트숲)

▲ 부마자 정서윤 역을 맡은 아역배우 허율과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율이와 연기한 장면 전부 너무 좋았어요. 좋은 배우의 자격을 가진 친구예요. 율이가 계속 연기를 한다면 나이들었을 때의 연기도 보고 싶을 만큼요. 극 중 서윤을 구마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어요. 최윤이 이때 눈물을 흘릴지 아닐지 생각해 본 적 없었거든요. 그런데 율이 연기를 보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홍선 PD님도 좋다고 해주셨어요.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으로 내가 맡은 인물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는 순간이요”

▲ 최종회 김동욱과의 수중 구마 장면도 강렬했는데요

“화평(김동욱)이와 최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게 부딪히며 서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장면이잖아요. ‘손 the guest’가 오직 이 장면을 위해 달렸다는 생각도 들었죠. 당시에 배우와 스태프 모두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극한에 달했을 때였어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현장에 갔어요. 그동안 내 안에 최윤의 시간이 오롯이 쌓였으니 따로 계산하거나 디자인하는 게 의미가 없었어요. 실제로 그냥 나오는대로 연기했고 NG 없이 한 번에 OK를 받았습니다”

▲ 결말은 마음에 들었나요?

“일단 화평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너무 강렬하잖아요. 머리카락 기르고 눈알 한쪽 그렇게 되고(최종회 엔딩에서 화평은 흰색 의안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거기에 묵주는 힙합퍼처럼 목에 걸고… 극 중에서는 최윤과 길영(정은채)이 화평이를 보고 애틋한 표정을 지어야 했어요. 그래서 실제로는 동욱이를 보지 않고 촬영했죠(웃음) 결말은 마음에 듭니다. 누군가 죽을 수도 있었는데 결국 세 명 다 살았잖아요. 열린 결말이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알아요. 나는 그보다 ‘손 the guest’의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박일도’는 악의 상징이잖아요. 악은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드라마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악한 마음의 틈이 악령을 초대한다는 이론을 갖고 있는데, 이게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개인이 아니라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비상식적인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요즘, ‘손 the guest’가 문제제기까지는 아니어도 오컬트라는 장르를 통해 관련된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요”

▲ 구마사제 연기를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요?

“종교는 없는데 성당을 다녔어요. 천주교인으로서의 태도나 성당에서 사제의 행동 방식 등을 공부하려고요. 동네 성당부터 유명한 성당까지 신부님들을 만나서 인터뷰도 하고요. 거기서부터 시작했어요. 이후에는 PD님과 제작사에서 준비해준 방대한 자료를 참고했고, PD님과 함께 실제 활동하는 구마사제를 만나려고 필리핀에도 갔어요. 거기서 길이 많이 보였어요. 구마의식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최윤을 어떻게 연구할지 도움을 많이 얻었습니다”

▲ 실제 구마사제와의 만남 이후 구체적으로 무엇을 느꼈습니까?

“구마의식이 생각보다 정적이에요.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정신력의 싸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시청자들로 하여금 몰입하고 긴장하게 만들지 고민해야 했죠. 자칫 오버액팅이 될 수도 있고 연기가 모자라면 긴장감이 사라지잖아요. 그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제작진의 도움이 컸습니다. 배우의 집중력과 연기력만큼 화면에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한데 구마의식 장면에서는 특히 모든 스태프가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사진=매니지먼트숲)

▲ ‘보이스’(2017)부터 ‘손 the guest’까지 호흡을 맞춘 김홍선 PD는 김재욱이라는 배우를 화면에 어떻게 담아야할지 잘 아는 연출자인듯 합니다

“최고예요. 배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배우의 특징과 성향을 파악해서 연출가로서 최대한의 것을 끌어내고자 하고, 또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나와 잘 맞아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나에게 많은 권한을 주시기도 했고요. 대단한 분이죠. PD님이 다음 작품은 멜로 할테니 또 같이 하자는데, 봐야죠. ‘보이스’ 끝나고도 멜로 한다더니 ‘블랙’ 찍으셨거든요(웃음)”

▲ 상반기에는 음악극 ‘아마데우스’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습니다

“그 전작인 SBS ‘사랑의 온도’가 끝나고 쉬고 싶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이지나 연출가에게서 ‘아마데우스’를 제안받았죠. ‘사랑의 온도’가 끝나고 마음 속에 응어리라고 해야할까 고민이 남았던 때라 난관을 타파하기 위해 ‘아마데우스’를 선택했습니다”

▲ 응어리의 정체는 무엇이었나요?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고요. ‘사랑의 온도’가 끝나고 인물을 잘 매듭지었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극 중 박정우라는 캐릭터가 겪는 변화를 내 생각만큼 만족스럽게 표현하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이었죠”

▲ ‘아마데우스’에서 연기한 모차르트는 변화가 아주 극적인 캐릭터였죠

“그래서 죽을 뻔했어요. 신이 내린 기분이었어요(웃음) 매일 똑같은 신을 수십수백번 연습하는 어려움과 편집이라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 무대 위의 모든 것을 배우가 책임져야 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설렘이 더 컸어요.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은 시기였는데 처음 도전하는 일에 몸을 내던져 보니까 연기를 막 시작했을 때처럼 좋더라고요.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과 연기에서 보고 배운 것도 많아요. 관객들과의 호흡이나 이로 인해 달라지는 감정들을 느낀 것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 배우로서 거의 쉼없이 달려왔는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배우마다 자기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택을 하건 그게 그 사람의 길인 거죠. 정답은 없습니다. 나 역시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한 두 개 빼고는? 하하. 언제로 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고요.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지금의 김재욱이 만들어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기에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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