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나인'을 잊은 YG 양현석에게 미래는 없다 [ST포커스]

윤혜영 2018. 10.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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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믹스나인'을 잊은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에게 미래는 없다.

YG엔터테인먼트가 11월 16일 첫 방송을 목표로 한 YG 신인 남자그룹 선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동안 숱하게 이어져왔던 관련 프로그램 론칭설에 "논의 중"이라고 선을 그어왔던 YG가 양현석의 입을 통해 제대로 공식화한 셈이다.

양현석은 2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같이 알리면서 "프로그램 제목은 'YG보석함'이다. 'YG보석함'은 YG 소속가수들은 보석함에 갇혀 잘 안 나온다는 팬들의 불만에서 자주 거론돼온 별칭으로써 네거티브한 용어다. 방송에서는 YG의 남자 연습생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다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YG의 최근 행보가 스스로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YG는 데뷔 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소송까지 휘말리며 역대 최악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린 '믹스나인'을 제작했다. 종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비슷한 카드를 또 꺼내놓으니 대중의 불신이 치솟을 밖에.

YG는 당시 프로그램이 예상외로 대참패하자 당초 내세운 계약안인 '4개월+해외공연'을 뒤집고 '3년'이란 새로운 조건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속사 간 이익이 엇갈리며 의견 조율에 실패, '믹스나인' 우승조의 데뷔는 지난 5월 최종 무산됐다. 대중과의 약속을 저버린 YG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아냥은 물론 "연습생의 간절한 꿈을 빌미로 장사를 했다"는 쓴소리를 들었고, 양현석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프로그램에서 1위로 선발된 우진영이 소속된 회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가 대형기획사의 갑질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YG는 국내 최대 로펌으로 손꼽히는 김앤장을 변호사로 선임, 해피페이스에 강하게 맞대응했다.

그런데 양현석은 'YG보석함' 론칭을 알리면서 "총 8년간 오디션 프로 심사위원을 참여해오면서 꿈을 좇는 수천, 수만의 참가자 들을 만났던 일은 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됐다"고 했다. 눈앞의 손익을 앞세우며 연습생들의 피, 땀, 눈물을 저버린 무책임한 '갑질'에 소송에 소송으로 받아친 오만한 행태를 자행한 장본인이 "추억"이라며 웃어넘기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무례하고 뻔뻔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로 인해 촉발된 추잡한 일련의 과정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꿈을 짓밟힌 데 이어 소송으로 대형 기획사, 로펌과 맞서 싸워야 한다. 꿈을 찾으려 지원한 '믹스나인'을 통해 자본 없는 세상은 더없이 혹독할 따름이라는 처절한 가르침을 큰 돈을 지불해가며 배우고 있는 중일 터다.

더불어 양현석은 '믹스나인' 등 오디션 프로그램을 추억으로 치부하면서 "저는 이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YG 일에만 집중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마치 대중이 '믹스나인' 사태로 YG가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 론칭하는 걸 비난하더라도 이번엔 타사를 상대로 한 것이 아닌 'YG 자체 일이니 괜찮다'는 정당성을 얻으려는 식의 전개로 느껴질 여지가 있다.

물론 그 역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YG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이 자주 밀리면서 그의 말마따나 '보석함' 속에 수납한다는 비아냥에 수년간 시달려왔다. 최근 들어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이 활발히 활동했지만 사실상 특정 몇 팀에게 집중된 경향이 없지 않았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 가관이다. SBS 'K팝스타' 시즌 4 우승자 출신 케이티김은 YG에서 3년간 데뷔하지 못하다 YG에서 독립한 임직원이 차린 신생기획사에서 데뷔해 잡음이 일었고, 2NE1 출신 씨엘(CL) 역시 자신의 앨범 발매에 소홀히 하고 있는 소속사를 저격해 논란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2년 넘게 휴식 중인 이하이나 악동뮤지션 이수현도 꾸준히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개점 후 휴업 중인 YG 아티스트는 이밖에도 여럿 된다. "자사 가수에나 신경 쓰라"는 댓글이 폭주하는 중이다.

덧붙이자면 '보석함'은 양현석이 말했듯 부정적인 용어다. 다시금 '직구'로 표현하면 "소속 가수나 챙기라"는 뜻이다. 새로 가수를 만들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수를 만든다고 거기에 집중한다면 밀려 있는 가수들은 또 뒷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팬들 마음이다. 비난의 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도리어 이를 비웃듯 예능에 끼워맞춰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그 아이러니한 발상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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