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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카데미상 한국 출품작 '밀실·주먹구구' 선정

심우삼 기자 입력 2018. 10. 28. 18:21 수정 2018. 10. 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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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의 한 부문인 외국어영화상에 출품할 국내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이 밀실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4∼201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심사 회의록과 점수평가표'를 분석한 결과, 영화진흥위원회가 구성한 심사위원회는 비공개 회의에서 출품작을 미리 선정한 뒤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졸속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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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 비공개 회의에서 출품작 미리 정하고 채점
사진=신화뉴시스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의 한 부문인 외국어영화상에 출품할 국내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이 밀실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정황이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14∼201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작 심사 회의록과 점수평가표’를 분석한 결과, 영화진흥위원회가 구성한 심사위원회는 비공개 회의에서 출품작을 미리 선정한 뒤 점수를 매기는 식으로 졸속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그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의 비토(5명 중 3명)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아가씨’는 1차 미국 현지 심사에서 10개 후보작 중 1위를 차지했으나 2차 국내 심사에서 6위로 미끄러져 탈락했다.

국내 심사위원들이 평가한 ‘아가씨’의 연출역량 점수는 30점 만점에 19.8점으로 전체 6위였다. 평단에서 대체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천상륙작전’과 동일한 점수를 ‘아가씨’에게 준 심사위원도 있었다. ‘아가씨’가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과 미국 19개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국내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심사 당시 A심사위원은 ‘아가씨’에 대해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개인적 취향을 강조했다. B심사위원은 별 근거 없이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 ‘아가씨’를 제외하고 싶다”고 했고, C심사위원도 “나 역시 좋게 본 작품이 아니다”고 동조했다. 당시 박 감독은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에 포함된 탓에 아카데미 출품작 선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출품작을 미리 선정한 뒤 형식적으로 점수평가를 하는 것도 문제다. 거의 매년 심사위원장이 “○○○을 대표작으로 뽑는데 대부분 동의하신 것 같다. 그럼 심사표에 각자 점수를 매겨주기 바란다”고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2016년 심사에서 출품작으로 미리 내정된 ‘밀정’은 후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미완성 편집본이 제출됐지만 가장 높은 연출점수를 받았다.

이러다보니 일부 심사위원들이 심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심사에서 한 심사위원은 “그동안 출품작 결정에 있어 납득이 안 가는 작품들이 있었다. 정치적인 고려나 경향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도 한 심사위원이 “감독 입장에서 봤을 때 선정작 중 의아한 작품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194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외국어영화상이 신설된 이래 한국은 5개의 본 후보는커녕 9개의 예비후보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내 심사가 우수 작품들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모든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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