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야키니쿠설 반박 의견에 재반박 "내가 엉터리? 수준 놀라워" [전문]

이호영 2018. 10. 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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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불고기의 어원을 두고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의견이 나오자, 다시금 반박에 나선 것이다.

12일 한 매체는 황교익이 역설한 '불고기 어원론'과 관련, 국문학자들의 자문을 토대로 반박 기사를 보도했다. 최근 황교익은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시음 테스트를 꼬집어 누리꾼과 설전을 벌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황교익이 그간 방송에 출연해 주장했던 음식 관련 발언들을 꼬집었다. 특히 tvN '수요미식회'에서 불고기 어원에 대한 발언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황교익은 한국어의 조어 원칙에서 벗어났으며, 일본어 야키니쿠보다 뒤늦게 등장한 단어이기 때문에 우리가 먹는 간장 양념 쇠고기 구이의 이름 불고기는 일본어 야키니쿠의 번안어라고 주장했다.

이후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황교익은 수차례 '기레기'(기자+쓰레기) '중졸 수준'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반박했다. 이에 한 매체가 국문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기사를 작성한 것. 본문 중 국문학자는 '황교익 씨가 한 이야기는 아주 엉터리'라고 표현했다.

우선 기사에 따르면 "불고기는 일제강점기 시절에야 만들어진 말"이라는 황교익의 주장에 국문학자들은 사전에 나오지 않았을 뿐, 국내에서 1945년 광복 이전 평양(넓게는 평안도) 지역에서만 쓰이던 방언이라고 주장했다. 기록보다 앞서 말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에 '불고기'라는 말이 등장한 정확한 시점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황교익이 1965년 국어학자 김윤경의 인터뷰 중 "처음에는 생소하고 듣기 어색했지만 '벤또' 대신에 '도시락'이, '돔부리' 대신에 '덮밥'이, '야키니쿠' 대신에 '불고기'라는 말이 성공한 것은 얼마나 좋은 예냐"고 말한 것을 근거로 둔 점에 대해 반박했다. 김윤경 선생이 그 비유를 들었던 애초의 취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신조어의 사례라기보다는 그 이전부터 사용해 온 우리말일 수 있다는 것이 국문학자들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기사에서는 국어학계에서 불고기 어원론에 대한 논의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정리했다. 신빙성 있는 확실한 증거 없이 단언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뜻이다.

황교익은 이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 링크와 함께 재반박에 나섰다.

이하 황교익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전문가의 반론이니 내가 토를 달겠다. 그들의 주장은 불고기 어원에 대한 기존의 고찰을 반복할 뿐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미 검토되고 버린 것이다. 내가 왜 버렸는지 딱 하나의 까닭만 설명하겠다.

'불'을 재료라 하였는데, 조리법 또는 도구라고 보는 것이 맞다. 물회에는 물이 재료로 그릇에 들어가고 이를 먹으나, 불고기의 불은 먹지 않는다. 명사로 쓰인 조리법이다. 어떻든, 조리법+재료의 구성으로 된 음식명이 우리말에 일반적이지 않다는 데는 그들도 동의한다. 별스러워도 있기는 있다. 그러니 '불+고기'도 언중이 자연스레 만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불+고기'가 언중의 자연스런 조어 방식이면 (그게 재료이든 조리법이든 뭐든지 간에) '불'을 붙이는 방식의, 그와 유사한 음식명도 존재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면 불로 조리하는 무수한 음식의 이름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불고기 외에 조리법이나 도구로서의 '불'을 붙인 음식명을 우리말에서 발견할 수 없다.

군고구마 대신에 불고구마, 군만두 대신에 불만두, 군옥수수 대신에 불옥수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갈비구이도 불갈비, 삼겹살도 불삼겹살, 고갈비도 불고등어, 가래떡구이도 불떡이라 불리는 경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불+고기'는 언중의 자연스런 언어 생활에서 얻어질 수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고기 등장 이전 혹은 그 즈음에 불고기 외 '불+ㅇㅇ'의 음식명을 발견하였으면 내게 가져와보라. 어원 연구는 아무말 대잔치가 아니다. 1920년대에 문득 등장하는 불고기라는 신조어는 언어학자 정도의 창의적 번안 작업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자님, 고생하셨습니다. 기왕이면 저의 재반론도 기사화하여 불고기 어원 논쟁을 잘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논쟁을 촉발시킨 제게 미리 전화하면 이 정도의 말은 해주었을 것인데, 많이 아쉽습니다.

추기. "엉터리". 명색이 공부하는 사람이 반론을 제기하며 상대에게 하는 말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게 놀랍다. 당신의 인격을 드러내는 말이란 것을 알기 바란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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