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때문에 웃기기 힘들다는 심형래, 그의 코미디를 거부한다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개그맨 심형래 |
ⓒ 연합뉴스 |
심형래가 돌아왔다. 영화감독으로의 외유(外遊)를 잠시 미뤄두고, 자신의 주종목이(자 가장 사랑받았)던 코미디로 말이다.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디워>(2007)는 악평에 시달렸고, 관객들도 조롱을 아끼지 않았다. 진중권 교수는 "스토리는 형편없고 CG만 보인다", "애국심 호소 마케팅에 의존한 졸작"이라 깔아뭉개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라스트 갓 파더>(2010)도 혹평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복귀를 금의환향이라 보긴 어렵다. 그런데 심형래는 왜 갑자기 코미디로 돌아오기로 결심했던 걸까? "전국 축제를 돌며 옛 코미디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세대가 많음을 확인했다." 심형래는 과거 잘 나가던 시절의 향수를 느꼈던 모양이다. "이런 분들이 원 없이 웃을 수 있는 쇼를 만들어보고 싶다." 의도는 좋아 보인다. 사람들을 원 없이 웃게 해준다는데 반기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심형래는 '19금 버라이어티 심형래 쇼'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1980년대 주말 저녁에 방송돼 안방에 웃음 폭탄을 안겼던 개그 프로그램 KBS2 <유머 1번지>(1983년~1992년)를 2018년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한다. 그가 추구하는 '웃음'이란 무엇일까?
"웃음이 많으면 경기도 좋아지는 것 같다. 옛날에 우리가 코미디를 할 때는 웃음이 많고 경기도 좋았다. ... 그런데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 등이 나오면서 개그를 하기도 어려워졌다. 개그나 유머를 하려고 해도 서로 경계하고, 무서워하게 됐다. 말을 하나 잘못하면 고소를 하고 사회가 무서워졌다. 살벌해졌다. 그래서 서로 대화가 끊기고 화합이 끊겨서 안타깝다." - '19금 버라이어티 심형래 쇼' 기자간담회
▲ 19금 버라이어티 심형래쇼 포스터 |
ⓒ ㈜에스오디피 |
이 변화를 받아들여 과거에 무분별하게 쓰였던 시대착오적 개그 방식을 바꿔야 마땅한데 "'미투 운동' 등이 나오면서 개그를 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한다는 건 심형래의 성의식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단 그뿐일까? 지난 6월 14일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했던 개그맨 엄용수는 "고추 축제하면 고추로 (출연료를) 받고 딸기 축제를 하면 딸기로 받고 굴비 아가씨 축제를 하면 아가씨로 받는다"는 망언을 개그랍시고 내뱉은 바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엄용수는 "6급 장애인이 된 뒤 교통비 30% 할인 받아 가만히 앉아 1년에 1000만원을 번다"며 활짝 웃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결코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그 발언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엄용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지난 2017년 4월 개그맨 황현희는 흑인으로 분장한 홍현희의 인종차별 개그에 "한심하다"고 일침을 가한 샘 해밍턴을 향해 "단순히 분장한 모습을 흑인비하로 몰아가는 건 영구, 맹구는 자폐아들에 대한 비하로 해석될 수가 있다. 시커먼스도 흑인 비하인 거냐"고 반문했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이제 개그도 달라져야 한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웃음을 찾아내야 한다. 특정한 대상을 비하하거나 희화화하지 않으면 웃기지 못하는 과거의 개그와 결별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개그(유머)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푸념하고 있다. 개그맨 심형래의 복귀가 결코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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