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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박희곤 감독 "7년 만에 만난 조승우, 깊이가 달라져" [DA:인터뷰④]

입력 2018. 09. 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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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이 인터뷰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11년이 걸렸고 박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2년 반의 시간이 흐른 ‘명당’이 드디어 추석 시즌에 관객들을 찾아온다. ‘인사동 스캔들’을 통해 신선한 소재와 반전이 거듭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퍼펙트 게임’에서는 기존 스포츠 영화들이 보여 온 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던 박희곤 감독은 ‘땅’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그는 왜 삶의 터전인 ‘땅’을 소재로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을까.

<이하 박희곤 감독과의 일문일답>

- 제작보고회 때 시나리오의 큰 틀은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고 했다. 연출을 맡고 나서 각색한 부분은 어떤 점인가.

‘명당’의 모티브는 남연군(南延君)의 도굴사건(조선 고종 때인 1868년에 독일인인 오페르트 일당이 남연군의 묘를 도굴하려다 실패한 사건)이었다. ‘2대 천자가 나올 명당’이라는 ‘2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에 아버지 남연군을 묻었다. 그 터를 얻기 위해 흥선군이 가야사를 태웠다는 설도 있다. 신분 상승을 위한 인간의 욕망이 강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시나리오가 탄탄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를 할 수 있게끔 각색을 했다.

- 언론시사회에서 ‘관상’, ‘궁합’과는 달리 ‘명당’은 사람의 선택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라 소재로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땅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풍수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선한 사람이 그 땅을 가졌을 때는 선한 땅이 되고 반대로 악한 자의 땅은 악한 땅이 된다. 그 땅이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마 김좌근(백윤식 분)을 관상 혹은 사주팔자로 본다면 운이 타고난 사람,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될 것이다. 하지만 ‘명당’에서는 소유욕으로 비춰진다. 김좌근 뿐 아니라 흥선군(지성 분)도 마찬가지고 복수를 하려는 초원(문채원 분)도 사람의 관점에 따라 삶의 터전의 모습이 바뀌는 게 흥미로웠다. - 캐스팅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서 ‘관상’이 떠오른다는 말도 있었다.

아마 같은 제작사의 작품인 영향도 없지 않아 있을 것 같다. 굳이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었다. 주인공들의 욕망을 공통분모인 ‘땅’으로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그런 면에서 배우들과 제작진이 의견을 잘 모은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배우 복이 많은 감독인 것 같다. 주변 감독들이 “그 조합은 10년 내에는 못 본다”고 하며 장난기 섞인 말을 하기도 했으니까.

- 의도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나 현시대 과열된 ‘부동산 시장’도 생각이 난다. 만약 100년 후에 ‘명당2’가 나와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100년 전이든 500년 전이든 삶의 터전이 누군가의 욕심으로 죽음의 터가 되고 다수의 불행의 대가가 소수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명당’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간의 욕망’에 초점을 뒀다. 그럼에도 어떠한 관점을 두고 보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극 초반에는 톤이 밝고 가볍다. 공부를 잘 하게 해주는 방향이라든가 장사가 잘 되는 터로 만드는 법 등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시켰다.

초반 가벼운 ‘풍수지리’가 들어가면 관객들이 쉽게 ‘명당’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재상(조승우 분)의 능력을 보여줄 장면도 필요했고. 그래서 거창한 것이 아닌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부터 내보였다. 자녀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향, 부부 금슬이 좋아지는 잠자리 방향, 그리고 백성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풍수지리 등을 모아서 펼쳐보였다. 그런 것에 관한 책이 꽤 있었고 풍수지리학에 권위가 있는 분들의 조언도 많이 들었다.

- 김병기(김성균 분)의 다리 밑에서 기어 다니며 음식을 먹는 흥선군(이하응)의 등장은 기록이 돼 있었던 건가.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젊은 시절 흥선군이 ‘상갓집 개’, ‘잔칫집 개’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고 하더라. 뛰어난 머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조금 생기는 돈으로 호색한 흉내를 내고 다녔고 빚쟁이로도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후에 그의 그런 삶이 살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재평가되기도 했었다. 살아남으니 권력에 탐이 났든지, 권력욕 때문에 살아남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젊은 시절의 흥선군의 모습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선택한 것이다.

- 헌종이 김좌근의 집에서 그에게 존대하는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상상력으로 탄생된 장면이다. 김좌근의 집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기록으로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해 만들었다. 그 장면으로 무너진 조선 왕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 ‘퍼펙트게임’ 이후 조승우와는 7년 만에 재회했다. “깊이가 더 깊어졌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퍼펙트게임’ 이후 7년간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으로 그의 전작을 지켜봤기 때문에 내가 ‘조승우’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명당’으로 내가 몰랐던 조승우와 달라진 조승우를 느끼게 됐다. ‘퍼펙트게임’ 때는 주고받는 대화가 예상이 가능했는데 ‘명당’ 때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배우가 돼 있더라.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 같은 사람이었다. 연기적으로는 내가 몰랐던 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명당’에 나오는 인물들은 박재상으로 연결이 돼 있다. 일종의 접착제 같은 역할인데 상대하는 배우마다 미묘한 차이를 이끌어내면서도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를 포함해 상대배우 그리고 스태프들도 놀랐다. ‘명당’을 지배한 사람은 조승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주연들의 활약도 빛나지만 강태오(원경 역)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주필호 대표의 ‘배우 리스트업’이 상당했다. 이런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하면 하루, 이틀 뒤에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의 프로필을 보여줬다. 그 중에 한 명이 강태오였다. 어설퍼도 좋으니 말 더듬는 연기를 준비해오라고 했다. 쑥스러워할지도 몰라서 따로 불러서 연기를 시켜봤는데 잘 하더라. 현장에서 더 잘 해줬고. 감각이 있는 친구였다.

-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장소’이지 않나. 관객들이 세세하게 관찰하면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장소가 단순히 아름답다고 선택하지 않았다. 초반에 박재상의 내레이션과 함께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자연의 순수한 모습부터 사람들이 사는 곳 그리고 권력의 정점인 인정전으로 흘러간다. 각 캐릭터마다 알맞은 장소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지관 정만인(박충선 분)의 집 한가운데는 큰 나무가 있는데 자연친화적으로 보일지만 건물 안에 가둬둔 것으로 그의 자만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또 김좌근의 방에 있는 자개로 만든 일월오봉도와 그가 입은 빨간색 도포는 왕보다 자신이 더 위라고 생각하는 세도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헌종의 방은 측광을 사용해 그림자를 보이게 하면서 안쪽과 바깥쪽이 다른 색감으로 보이도록 했다. 그의 내면이나 미래가 암울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 외에도 초선이 외길인 돌다리길을 건너는 것도 돌아오지 못할 캐릭터임을 알리고 싶었다.

- 영화가 추석시장으로 진입했다. 부담이 없진 않을 텐데.

시장 자체가 그렇게 만든 것도 있을 거다. 나뿐만 아니라 영화를 만들 때는 누군가를 이기려고 만드는 게 아니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수익이라는 무게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경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추석에 개봉되는 영화가 모든 특색이 다르고 연기가 뛰어난 배우들이 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영화를 보시는 것이 방법도 아닐까. 다 같이 즐기시고 이야기도 나누시는 추석이 되셨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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