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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조인성 "재벌 2세만 할 순 없어..실패하더라도 도전"

김지혜 기자 입력 2018. 09. 15. 10:55 수정 2018. 09. 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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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영화 '비열한 거리'(2006)를 선택했을 때에도 "이렇게 생긴 깡패가 어딨어?" 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렇다면 '난 재벌 2세만 해야 하나. 이번엔 S기업, 다음엔 L기업 이렇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단 저 스스로부터 편견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벌 2세' 혹은 '백마 탄 왕자' 역할로 자기 복제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고, 도전하다가 실패만 거듭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 해도 후자가 낫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조인성이 고구려 안시성 성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총제작비 220억이 투입된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 제작 스튜디오앤뉴·수작)의 주인공을 맡아 데뷔 이래 가장 큰 도전에 나섰다. 사극 영화에서 한 번도 제대로 다룬 적 없는 미지의 시대인 고구려, 그것도 양만춘이라는 역사서에 흐릿하게 기록된 장수를 살려낸 지난한 여정이었다.

양만춘, 국사책에서 한 번쯤은 본 익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사료는 미비하다. 송준길의 '동춘당선생별집'과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안시성 성주'로만 기록돼있다. 당 태종 이세민의 대군과 맞서 싸울 때 몇 살이었는지, 어떤 외모였는지, 어떤 인물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누구나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자리 잡은 고구려 장수의 이미지와 늘씬한 꽃미남 조인성의 외모는 미스매치다. 게다가 조인성의 목소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극 톤'에도 맞지 않아 보였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미스 캐스팅'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조인성은 기획과 시나리오, 감독, 배우들을 믿고 도전에 나섰다. 이 선택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한국판 '300', '트로이'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안시성'으로 올 추석 관객과 만나는 조인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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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양만춘과의 싱크로율이 괜찮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 본인도 영화를 선택하는 데 고민이 컸을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이나 고사했을 테고.

A. 내가 과연 양만춘 장군과 어울릴까. 장군이라고 하면 '명량' 최민식 선배, '불멸의 이순신' 김명민 선배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그래서 두 번 정도 '안시성' 출연을 거절했다. 세 번째로 제안받았을 때 "나한테 왜 이러시나", "게다가 제작비가 220억이라면서요?"라고 반응했다. 근데 만들려고 하는 제작진의 요는 '새롭게 만들고 싶다'였다. 사극이라고 하면 올드한 느낌이 있는데 왜 젊게 만들지 못하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던 모양이다. 외국 영화 '트로이'를 보면 젊은 장수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왜 그러지 못할까에서 시작한 것 같다. 감독님이 저를 보셨는데 강백호 같은 느낌이 났다고 하시더라. 또한 조인성이라는 인물이 양만춘을 표현하면 굉장히 신선하고 젊은 사극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도 하셨다. 당시 양만춘의 나이가 내 나이 정도였다고 하더라. 새롭게 해보자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Q. 조인성의 양만춘을 만들어간 과정이 궁금하다.

A. 실존 인물이긴 한데 사료가 부족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안시성 성주가 양만춘이었다고 나온 정도가 다다. 자료가 별로 없어 상을 그리기 어려운데 한편으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자유롭겠단 생각도 들더라.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기준점을 둘 데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배우니까 시나리오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콘셉트에 따른 전쟁이 있고, 그 안에서 파생되는 드라마가 있었고 훌륭한 배우들이 있었다. 함께 만들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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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목소리의 경우 확실히 사극 톤이 아니긴 하다. 극 초반 튄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지더라. 사극 톤에 연연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A. 그렇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내 목소리는 이 목소리다. 그러다 보니 분명한 콘셉트가 필요했다. 특히 첫 등장 신이 중요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셔서 알겠지만, 영화의 오프닝을 주필산 전투로 장황하게 연다. 그 뒤 양만춘이 등장하는 흐름이다. 진지한 무드로 가는 초반이라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관객들이 답답해하실 것 같더라. 감독님은 그때부터 조금 풀어진 안시성민들의 모습을 보여주시려고 한 것 같다. 배성우, 박병은, 엄태구 등 나오는 배우들 모두 자유롭게 연기하는 스타일이라 나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

Q. 양만춘이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하는 연설 신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했고, 연기하는데도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첫 연설 신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텐데?

A. 일상생활에서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말투를 쓰지는 않으니 어찌 보면 오글거릴 수 있다. 신경 안 쓰고 했다. 다행히 양만춘의 연설 후 추수지 역의 배성우 형이 "싸우자"로 마무리해주니 훨씬 덜 민망했던 것 같다. 원래 그것도 내 대사였는데 양만춘이 연설 후 바로 그 추임새까지 넣으면 흐름이 이상할 것 같아서 감독님에게 "성우 형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했다. 

Q. 수많은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 극 중의 리더인 동시에 현장에 리더 역할도 해야 했을 것 같다. 촬영이 끝난 후 배우들과 어떻게 팀웍을 다졌는지 궁금하다. 

A. 저희가 콘도 하나를 빌려서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지냈다. 나는 미리 고성에 내려가 있었다. 동네 친한 어부가 생겨서 각종 해산물을 공수해오곤 했다. (남)주혁이가 해외 일정을 다녀오면 비싼 술을 가져오고 그걸 나눠 먹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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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완성된 영화를 보니 조인성의 작품 중 가장 문제작 같다. "이게 조인성이 맞아?"라는 생각이 드는 첫 작품이다 보니. 20년 연기 생활에 전환점이라고 봐도 될까?

A. 평가해주는 건 관객의 마음이다. 이 작품에 임했던 나는 전환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여러 편의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터닝 포인트라는 마음을 갖고 작품에 임하면 보는 이에게 의도가 들키게 돼 있다. 하나의 작품이지만 중압감은 많이 느끼는 작품이긴 했다.

Q. 언론 시사 이후 반응을 보면서 든 생각은?

A. 솔직히 '천만다행이다', '살았다'는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물론 마지막인 관객의 평가가 남아있다. 가장 중요한 평가가 남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살았다"가 맞는 거 같다. 다음 작품도 할 수 있겠다의 안도감도 들었고. '안시성'은 NEW의 10주년 작품이다 보니 김우택 대표님도 경쟁작 영화 시사회를 다 다니실 정도로 초조해하셨던 것 같다.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모두 산 하나 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Q.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어떤 표현을 했으면 좋겠냐?

A. 어떤 표현보다는 검색창에 양만춘을 검색해줬으면 한다. 내가 연기한 게 완전체는 아니기에 이 작품을 계기로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Q. 한류스타로서 이번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화권 팬들이 의식될 수도 있을 텐데?

A.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을 선택하는 순간 어떤 결과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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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더 킹'부터 '안시성'까지 영화의 재미도 재미지만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을 했다. 대중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겠다는 생각을 하고 결정하기도 하나?

A. 그렇진 않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시나리오가 좋거나 혹은 기획이 좋은 작품인가를 본다. 특히 신인 감독과 할 때는 시나리오를 많이 본다. 유명한 감독은 전작에 대한 확신으로 그분의 터치를 받아볼까 싶기도 하고. '안시성'의 경우 김광식 감독과 장경익 대표(제작자)가 좋기도 했고, 고구려 역사를 다룬다는 게 좀 새로웠다. 요즘 고구려 역사를 다루려는 영화를 기획이 많이 된다는데 그렇다면 '내가 첫 번째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Q. 이번 작품에서 후배 남주혁과 호흡을 맞췄다. 모델 출신 배우라서 그런지 조인성의 그 시절 모습을 보는 것 같더라.

A. 주혁이는 기특하다. 스스로 얼마나 걱정이 많았겠냐. 이번 영화에서 젊은 혈기로 할 수 있는 역할,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때 그랬다. 주혁이 나이가 지금 25살인데 내가 '발리에서 생긴 일'을 찍을 때 24살이었다. 그때 나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연기를 했다. '피아노' 때도 "으아" 하면서 연기했고. 주혁이도 지금 가진 힘으로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Q. 이제 곧 40대에 접어든다. 남자 배우는 40대부터 진가를 발휘한다고들 한다.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있을 것 같다.

A. 그렇다고 하더라. 요즘엔 드라마도 영화도 다양한 나이대의 작품이 기획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젊은 배우들 위주로만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했는데 '미스터 션샤인'만 보더라도 배우 기용의 확장성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배우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 같아 좋다. 또한 정해인, 박서준 같은 젊은 기운이 돋보이는 배우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도경수나 임시완 같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좋은 역량을 보여주면서 자리를 딱 잡아주니 좋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도 나이대에 맞게 다양하게 개발되는 것 같다. 나도 내일모레 마흔이 되지만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아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제 뒤엔 정우성, 이정재 선배가 든든하게 맹활약하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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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클래식'(2003)때 호흡을 맞췄던 조승우가 같은 시기 '명당'을 선보인다. 그가 최근 "조인성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평가했다. 화답을 한다면?

A. 영화와 드라마, 무대를 넘나들고 있지 않나. 조승우 씨처럼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대체 불가의 보석 같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 공력이 부럽다.

Q. 이번 추석 연휴에 '안시성'을 비롯해 '협상', '명당', '물괴' 등이 극장에 동시에 상영된다. 유독 치열한 시기에 개봉하는 각오가 어떤가? 

A. 영화 속 양만춘의 대사를 빌려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는 것은 아니지 않냐.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니 어쩌겠냐, 우리 영화를 위해 싸우자"라고 말하겠다. 하하.

Q. 4편의 영화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후 분위기는 '안시성'이 당나라 대군의 느낌이다라는 반응이다. 그만큼 상업성, 오락성 면에서 제일 세 보인다는 평가다. 

A. 아니다. 다른 투자배급사는 극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우리(NEW)는 고작 다섯 개의 극장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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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간 열심히 활동해왔지만 1년에 한 편씩 작품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대중은 조인성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어 한다.

A.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게 요즘 영화를 보고 있으면 타이틀롤이 아니어도 괜찮겠다 싶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분명하다면 조연도 부담이 없고 좋을 것 같다. 효과적으로 하면 대중에게도 확실하게 인지가 되는 것 같고. 지난해 개봉한 '1987'도 정말 대단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하지 않았나. '더 킹'에 출연한 (정)우성이 형도 저보다 롤은 작았지만 상징적 캐릭터였다. 또 최근엔 '신과함께'에서 염라 언니로 활약한 (이)정재 형도 너무나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어제 '안시성' VIP 시사회에 오셔서 제게 "잘했다"고 칭찬해주시더라.(웃음)

Q. 이제 곧 40대에 접어드는데 30대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질 것 같나?

A.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 30대의 내 모습도 20대 때 내가 그렸던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오히려 저를 오래 봐오신 기자님들이 객관적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어쨌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건 대중이 나를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는 의미 같다. 마흔이 된 내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때도 대중이 공감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위화감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Q. '안시성'은 양만춘의 신념을 보여주는 영화기도 하다. 배우 조인성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일까?

A. 거창한 게 아니라 단순하다. 사기 치지 않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취해서 행패 부리지 않는 거다.

ebada@sbs.co.kr

<사진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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