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연기력' 조승우에게도 흑역사가? 영화에서 못 볼 뻔

손화신 입력 2018. 9. 14. 20:09 수정 2018. 9. 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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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명당> 박재상 역의 배우 조승우, 그의 인생 터닝포인트는?

[오마이뉴스 손화신 기자]

연기 잘하는 배우로 조승우를 꼽을 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제 조승우 하면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그가 이번엔 정통사극으로 돌아왔다.

조승우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명당>에서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맡았다. 그의 인터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기본에 충실할 것... 땅이든 연기든
▲ 조승우 영화 <명당>의 배우 조승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명당>을 선택한 이유는.
"요즘 퓨전사극이 많은데 <명당>은 정통 사극이더라. 오리지널로 다가가는 게 새롭게 느껴졌다."

-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는.
"제 대사 중에 '천대 만대에 걸쳐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걸 위해서 그 앞에 아비도 없고 자식도 없는 게 어찌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사람 묻는 땅 아니고 사람 살리는 땅을 찾을 거야'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 시장 상인들에게 죽은 시장 살리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도 좋았다. 그 중 '이런 길을 누가 걷고 싶겠나. 길부터 닦게나'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바로 '기본'에 대한 이야기다. 기본부터 다지라는 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 그렇다면 연기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기가 추구하는 게 분명히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을 통해서 배우로서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건지가 있어야 한다. 작품과 관객 사이를 잘 연결시켜줄 수 있는지가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기본 같다. 연기하는 데 있어선 개인적으로는, 내가 배우로서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배우를 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연기할 때 디테일이 좋더라.
"제 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민망하지만, 디테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디테일을 일부러 찾아서 연기하는 건 연기를 위한 연기다. 연기 같지 않은 연기가 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저 사람이 지금 연기를 하는지 그냥 말을 하는지 구분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역할을 체내화해야 한다."

- 또 연기에서 중요한 건?
"저에게 있어선 상대 배우가 정말 중요하다. 그들과의 호흡이 없다면 백날 욕심부려봤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을 보면 제가 상대 배우 복이 진짜 많았던 것 같다. 제 생각에 가장 안 좋은 스타일은 나 혼자 계산하고 나 혼자 표현해서 나만 돋보이려고 하는 거다. 그러면 작품이 산으로 간다. 주변 배우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드라마 <라이프>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조승우 영화 <명당>의 배우 조승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드라마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이프>를 선택한 이유는.
"이수연 작가님은 다른 작가분들에 비해 많은 대본을 주는 편이라서 그걸 보고 작품을 어느 정도 판단하고서 출연을 선택할 수 있다. 좋은 작품이라서 선택했다. 이수연 작가님은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 같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요즘 '돌려막기' 식으로 소재만 조금 바꾸고 형식만 조금 바꿔서 나오는 작품이 많은데 이수연 작가님 작품은 <비밀의 숲>과 <라이프> 모두 시스템에 관해서 깊게 파헤치고 집요하게 다룬다. 그런 점이 매력 있었다."

- 이번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
"2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지킬 앤 하이드>를 15년 했는데 아직 못 보신 분이 주변에 많더라. 한 편으로는 '내가 후배들 앞길 막는 거 아닌가', '내가 초연했다고 이거 내 거야 하고 계속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닌가' 하고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못 봤는데 다시 공연해줘서 너무 고맙다'는 이야기를 주변으로부터 들었을 때 하길 잘 했다 싶었다."

- 무대, 영화, 드라마. 각기 다른 세 매체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저는 데뷔는 영화로 했지만 전공은 연극이었다. 저는 무대배우였다. 무대배우인데 영화도 하고 드라마도 하는 셈이다. 세 장르 모두 저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고 도전의식도 준다. 다 장점들이 있지만 제가 가장 편한 곳은 무대다. 하지만 무대에서 채워지지 않는 내추럴한 연기를 영화와 드라마에서 배울 수 있다. 무대와 카메라 앞의 연기가 서로 도와주면서 지금 저라는 배우를 만들어준 것 같다."

조승우 인생의 터닝포인트 작품
▲ 조승우 영화 <명당>의 배우 조승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조승우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은.
"<와니와 준하>라는 작품이다. 영화 <춘향뎐>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 후로는 섭외도 안 들어오고 작품을 할 수가 없었다. 이후 다시 대학로 소극장으로 돌아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며 그쪽으로 꿈을 이뤘다. 그래서 영화는 다시 안 할 생각이었고 나는 뮤지컬만 하겠다 생각했다. 그때 <와니와 준하>의 김용균 감독님이 김희선씨 동생 역을 제안하셨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제작사에서 나를 싫어하더라. 만화 주인공 같은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안 되나보다 했는데 감독님이 다시 연락 해주셔서 또 오디션을 봤다. 그후 내막을 보니 제작사 사람들이 다 반대했는데 감독님이 이 배우 아니면 안 되겠다고 우겼다더라. 그 영화를 찍으면서 현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잊을 수 없다. 원래 주연이 아닌 조연 배우들의 의자는 없는데, 감독님이 자기 의자를 주면서 여기 앉아서 모니터링을 하라고 하셨다. 그때의 그 따뜻함은... 제게 너무 큰 감동이었다."

- 감독님이 왜 그랬을까.
"그걸 안 물어봤다. 다음에 감독님 인터뷰 하게 되면 좀 물어 봐 달라."

가슴 터질 것 같은 작품 만나고 싶다
▲ 조승우 영화 <명당>의 배우 조승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본인의 예전 작품을 잘 보는지.
"진짜 못 본다. 옛날 것을 잘 못 보겠다. 아껴두고 나중에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중에 가정이 생기고 내가 나의 아이를 갖게 됐을 때 아이한테 '아빠가 예전에 이런 거 했었어' 하고 나이에 따라 관람 등급에 따라 보여줄 것 같다."

- 조승우의 연기 2막은 시작됐나.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작품을 못 찾겠다. 하는 작품마다 도전의식은 생기지만, 내 가슴이 설레서 미칠 것 같은 작품은 못 찾겠다.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니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끊임없이 작품을 해왔고 캐릭터들을 맡아 와서 그런 것 같다. '내 삶은 어디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인간 조승우로 살아온 것보다 캐릭터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긴데 이게 큰 이유 같다.

배우라면 다 겪을 것이다. 자기와 캐릭터 사이의 괴리감 말이다. 그래서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은 한 작품이 끝나면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하지 않나. 저는 작품이 끝나면 캐릭터를 잘 보내는 편이지만, 늘 저 자신이 바로 서야지 한다고 생각한다. 제 2막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것 같다.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설레는 작품과 역할을 맡을 때가 오겠지."
    
▲ 조승우 영화 <명당>의 배우 조승우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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