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에 대한 무례함,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무확행'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무확행>의 한 장면 |
ⓒ SBS |
먼저 도착해 있던 3명의 남자는 저마다 얼굴에 '저는 불행합니다'라고 써붙인듯 낯빛이 어둡다. 애써 '어색함'을 연기하는 그들을 지켜보는 게 쉽지 않다. 서장훈(불행 약력 : 2012년 이혼, 지병 : 무릎연골 없음. 결벽증), 이상민(불행 약력 : 2005년 이혼, 70억 빚으로 부도, 지병 : 공황장애, 내장비만, 커피중독), 김준호(불행 약력 : 2018년 이혼, 요식업 및 기획사 사업 실패, 지병 : 당뇨, 구강 악취)가 그 주인공들이다. 정말 칙칙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불행한 거지?' 그들은 자신들의 공통점을 찾는다. 그건 '이혼 경험'이다. 아예 대놓고 '불행 약력'이라 광고한다. 한국 남자들 아니랄까봐 나이순으로 족보를 정리하더니, 그 다음에는 '돌아온 날'을 기준으로 또 하나의 족보를 만든다. 돌싱 5개월차인 김준호는 6년차의 서장훈과 13년차의 이상민에게 바로 깨갱한다. 이상민은 "별 거 없어. 이러다보면 5년 가요. 금방 가, 시간이"라고 조언(?)을 건넨다.
▲ <무확행>의 한 장면 |
ⓒ SBS |
물론 이혼 경력은 결코 흠이 아니다. 과거처럼 쉬쉬하던 시절도 지났다.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불가피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돌싱'이라는 호의적인 신조어도 생겨나지 않았나. 서로 맞지 않는데 괴로워하며 불행히 함께 지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다시 혼자로 돌아가는 선택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면 어찌 그 결정을 매도할 수 있겠는가.
▲ <무확행>의 한 장면 |
ⓒ SBS |
어김없이 <무확행>은 출연자 모두 남성으로만 꾸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예능계의 남성 편중에 대한 비판에 아랑곳 않은 뚝심있는(?) 캐스팅이다.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도 불행하고 이혼도 불행하다면서 꾀죄죄한 자신을 '애잔하다'고 연민할 수 있는 존재들은 대개 남성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철없는' 돌싱남이 아니면 출연하기 어렵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큰 경험을 한 후에도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존재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이건 '미운 우리 새끼'들의 동반 여행 버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말 행복을 찾고 싶다면 카메라 없이 할 일이다. 이런 '짠내'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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