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향한 정신적 억압 노래한 아티스트.. 강한 여운 남겼다
[오마이뉴스 윤태호 기자]
뛰어난 창작력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은 싱어송라이터 미츠키(Mitski)가 다섯 번째 앨범 <비 더 카우보이(Be the Cowboy)>를 발표했다. 2016년 <푸버티2(Puberty 2)> 이후 2년여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은 투어와 병행하며 조금씩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프로듀서는 누구보다 미츠키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오랜 파트너 패트릭 하이랜드(Patrick Hyland)가 맡았다.
미츠키는 투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본래 자신과는 다른 고독을 탐구했다. 긴 투어 중에 느낀 사회적 고립은 어두컴컴한 무대에서 홀로 외롭게 노래하는 싱어를 떠올리게 했고, 그것이 앨범의 큰 주제가 되었다. 특유의 분위기 연출을 위해 하모니는 최대한 배제했다.
형식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음악 탐험가
▲ 미츠키의 <푸버티 2> |
ⓒ 리플레이뮤직 |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두 장의 앨범의 자체 제작한 미츠키는 졸업 후 <뷰리 미 앳 메이크아웃 크릭(Bury Me At Makeout Creek)>이라는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의 악기와 스튜디오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상황은 더 열악했지만,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완성한 앨범은 롤링 스톤을 비롯한 주요 음악 매체의 찬사를 끌어냈다.
감성적인 기타 사운드가 담긴 후속 앨범 <푸버티2>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생각과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음악들은 주요 매체와 대중은 물론 유명 뮤지션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인종차별, 계급주의, 성 역할 등을 묘사한 '유어 베스트 아메리칸 걸(Your Best American Girl)'은 미츠키가 영웅이라 칭송하는 이기 팝(Iggy Pop)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오랜 팬이었던 픽시스(Pixies)가 오프닝 공연을 제안했을 때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2017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인 <멜로드라마(Melodrama)>의 주인공 로드(Lorde)는 수차례 존경의 뜻을 전하며 북미 투어 오프닝을 부탁했다.
팝 팬들로 가득한 로드의 공연장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츠키가 누군지 조차 모르는 관객들로 가득한 무대는 자신을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대다수의 미국인이 인기 차트 40위권 밖 음악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씁쓸한 현실과도 마주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중 가장 슬프다고 이야기하는 <비 더 카우보이>
▲ 미츠키의 <비 더 카우보이> |
ⓒ 리플레이뮤직 |
소용돌이처럼 격한 감정마저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여성으로서 느낀 정신적 억압을 그린 톱 트랙 '게이시르(Geyser)'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매혹적인 보컬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황량한 내면의 이야기를 밝고 화려한 댄스 팝 사운드로 풀어낸 '노바디(Nobody)'는 올해의 싱글로 선정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크리스토퍼 굿(Christopher Good)이 감독을 맡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20만 이상의 히트를 기록했다. 미츠키는 처음으로 긴 시간을 들여 비디오를 촬영한 덕분에 더 섬세한 결과물이 나왔으며 촬영 내내 머문 캔자스시티와 사랑에 빠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일렉트로 팝을 지향하는 '와이 디든트 유 스톱 미(Why Didn't You Stop Me)'를 비롯하여 '올드 프렌드(Old Friend)', '미 앤 마이 허즈번드(Me And My Husband)', '어 홀스 네임드 콜드 에어(A Horse Named Cold Air)' 등 키보드 비중을 높인 곡들은 한층 다채로워진 음악적 색깔을 과시한다.
사랑, 고통, 정체성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간결하게 풀어낸 앨범은 나이 든 커플에 관한 씁쓸한 기억을 그려낸 감상적인 발라드 '투 슬로우 댄서스(Two Slow Dancers)'로 마침표를 찍는다. 앨범에 실린 14곡 중 3분을 넘기는 것은 2곡뿐이며 1~2분대의 짧은 곡이 대부분이다. 의도적으로 많은 것을 덜어내 군더더기가 없고, 수차례 반복해서 감상해도 흥미롭다. 지난해 로드의 <멜로드라마>가 안긴 신선한 충격이 떠오르는 놀라운 앨범이다.
"앨범을 재미있게 만드는 과정이요? 그런 건 없어요. 힘든 일이니까요. 저는 그것을 재미로 하지 않아요. 대신 깊은 만족감을 느끼죠." ?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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