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욕먹는 이유.. '아는 와이프'의 시대착오적 발상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주혁아, 아니다... 내가 요새 좀 그렇네. 얻다 아들 뺏긴 것 같고.."
명절에도 잘 내려오지 않아 얼굴을 잊어버리겠다는 엄마의 한마디.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들의 마음이 편할 리 않다. 얼마 후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서울에 들른 부모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은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저희 집에서 하루 주무실 거죠?"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 말을 꺼낸다. 저거, 위험한데... 불안감이 엄습한다.
딱 보기에도 눈치가 없어 보이는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이를 말리는 엄마에게 "며느리한테 밥상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며?"라고 쐐기를 박는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빛이 애잔하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당당하게 집안으로 들어간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앞에 선하다.
▲ <아는 와이프>의 한 장면 |
ⓒ tvN |
이쯤되면 내가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tvN <아는 와이프>인지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인지 헷갈린다. 어느 쪽이든 간에 이럴 때는 남편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차주혁(지성)은 엄마와 (두번째) 아내 이혜원(강한나) 사이에서 그 어떤 중재도 없이 방관만 하고 있다. 직장에서는 그리 오지랖을 떨던 남자가 왜 집안의 갈등 상황에선 저리도 소극적이 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아는 와이프>의 한 장면 |
ⓒ tvN |
<아는 와이프>는 '한번의 선택으로 달라진 현재를 살게 된 운명적인 러브스토리'를 그리겠다고 하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그 진의가 헷갈린다. 드라마는 철저히 차주혁(=남편)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에게 서우진(한지만)과의 결혼 생활은 지옥과 같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웃음은 점차 사라졌고, 아등바등 살아가기에 급급했다. 꽃다웠던 아내는 어디로 가고 억척스러운 아내만 곁에 남았다.
▲ <아는 와이프>의 한 장면 |
ⓒ tvN |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행복감이 오래 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아는 와이프>는 주혁과 우진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려야 하므로 어떻게든 '갈등'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방안이 이혜원을 나쁜 며느리로 만드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아들을 빼앗아버린 며느리, 살림에 꽝인 며느리, 시부모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못된 며느리 말이다.
혜원을 나쁜 며느리로 몰아가고자 했던 <아는 와이프>의 의도와 달리 시청자들은 좋은 것만 취하려 드는 차주혁에게 비난의 화살을 보내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는 차주혁이 얼마나 이기적인 남편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리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시댁에 싹싹하게 잘 하는 며느리가 아니면 낙제점을 주는 그의 구시대적 발상은 구려도 너무 구리다.
▲ <아는 와이프>의 한 장면 |
ⓒ tvN |
결국 (어떤 방식이 됐든) 주혁은 우진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들은 달라진 미래에서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이니 말이다. 그런데 주혁이 다시 우진을 선택(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다른 여자랑 살아보니 결국 시댁에 싹싹한 현모양처가 최고더라'라는 것이라면 정말 실망하게 될 것 같다. 그건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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