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1%대 시청률.. 지상파 뉴스의 추락

이해인 기자 2018. 8. 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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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 성향 사장 취임후 앵커·기자 물갈이.. 구성원들 위기감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대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97%를 찍었다. 주말 뉴스 시청률이 평일 시청률에 비해 낮은 것이 일반적이긴 하나 지난 1년간(2017년 6월~2018년 6월) 월평균 주말 시청률은 3.33~5.9%를 오갔다. MBC 공정방송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60년 역사의 MBC가 최악의 사태를 맞으면서 침몰하고 있다"며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무능한 경영진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한때 뉴스 시청률 30%(2012년 8월)를 넘나들던 공영방송 KBS도 비슷한 상황이다. KBS 1TV 9시뉴스의 시청률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달 12%대로 내려왔다. KBS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게시판)에는 "마지막 보루인 뉴스 시청률마저 무너지면 KBS는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상파 뉴스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두 차례 앵커 교체에도 시청률 곤두박질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승호 MBC 사장은 같은 달 뉴스데스크 앵커를 박성호·손정은 앵커로 전격 교체했다. 두 앵커는 방송 첫날 "반성과 사과로 다시 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시청률은 기존 5%대에서 3%대로 추락했다. 앵커 교체에도 시청률 회복 기미가 보이질 않자 MBC는 7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다시 남녀 앵커를 왕종명·이재은으로 바꾸고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라는 시청자 참여형 코너까지 신설했다. 하지만 MBC 뉴스데스크의 7월 평균 시청률(주말 제외)은 3.39%로 2017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MBC 관계자는 "지난달 개편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여름에 보통 시청률이 조금씩 빠진다"고도 했다.


KBS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양승동 사장이 취임한 뒤 KBS 뉴스9는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뉴스9의 평일 시청률이 평균 12.3%에 그치는 등 올해 상반기(1~6월) 평균 시청률은 13%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과 비교해 3.5%포인트 급락했다.

양승동 KBS 사장 역시 취임 일성으로 "취재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인적 쇄신을 통해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뒤 뉴스9 진행자를 김철민·김솔희 앵커로 바꿨다. 하지만 시청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2.94%를 기록하며 12%대로 내려앉은 뉴스9 시청률은 5월 12.6%, 6월에는 11.9%까지 떨어졌다. KBS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라 올드 미디어가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편파 보도가 시청률 하락 진짜 원인"

그러나 KBS 공영노조는 지난 5월 11일 'KBS 뉴스9 시청률 대폭락 원인을 책임져라'는 성명을 내고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권력을 미화하고 선전하는 데 앞장설 때부터 시청률 하락은 예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KBS는 주중 시청률 역대 최저 수준인 10.5%(5월 10일)를 기록하면서 '뉴스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KBS 뉴스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도 '특정 정당을 홍보하는 등 편파 보도가 지나치다' '정권에 아부하는 뉴스는 하지 말라'는 비판 글들이 올라온다. KBS 블라인드에서조차 "정부를 비판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글이 올라왔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뉴스 소비가 TV에서 모바일로 바뀐 것이 지상파 뉴스 시청률 하락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뉴스 자체가 지닌 정파성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뉴스가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더 많은 시청자를 감싸 안을 수 있다"며 "사장이 바뀐 뒤 본인들만의 시각을 가져가겠다는 기조가 강화되면서 뉴스 신뢰도는 떨어지고 팟캐스트나 인터넷 1인 방송처럼 한쪽 성향만 지닌 마니아들만 남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1%대가 나왔다는 소식에 큰 자괴감을 느꼈다"며 "앵커만 교체한다고 시청률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새 경영진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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