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그가 달라졌어요 [인터뷰]

권남영 기자 2018. 4. 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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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소지섭. 피프티원케이 제공


‘배우 소지섭’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농담 한마디를 건네면 그저 덤덤히 어색한 미소만을 되돌려 줄 것 같은 과묵한 냉미남. 나영석 PD의 예능 ‘숲 속의 작은 집’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적잖은 이들이 놀란 건 그래서였을 테다.

허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를 본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소지섭(41)은 유독 친근하고 따뜻했다. 세상을 떠난 아내 수아(손예진)를 열렬히 그리워하며 하나뿐인 아들 지호(김지환)를 살뜰히 키워내는 가장 우진. 그가 지닌 ‘헐렁함’마저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현실의 소지섭도 부쩍 여유로워진 듯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따금 뜻밖의 유머로 상대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실제 수영선수 출신인 그가 극 중 수영선수로 등장해 인상적이었다는 말에 그는 생긋 웃으며 답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유일하게 잘하는 운동이 수영밖에 없어서.”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어요. 사실 어릴 땐 잘 몰랐죠. 워낙 내성적이고 말도 없는 편이라 촬영장에서도 늘 조용히 있었으니까요. 근데 저로 인해 전체 분위기가 좌우되더라고요. ‘분위기가 왜 이러지?’ 싶었죠. 난 화난 게 아닌데 스태프들의 눈엔 그렇게 보였나 봐요. 그걸 알게 된 뒤로는 그러지 않으려 해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독 편안했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 현장은 여전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소지섭은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고 촬영한 게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최근작들을 돌아보면 상황이 힘든 적도, 몸이 힘든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게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완성본을 처음 봤을 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초반 아이의 감정이 몰입이 많이 되더라고요. 저 역시 그다지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 못해 더 그랬나 봐요. 부족한 아빠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먹먹한 느낌이 좋았어요.”

실제 소지섭에겐 우진과 닮은 구석이 적지 않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모습이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전 그리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부족하고 엉성하죠. 연애할 때도 우진처럼 누군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편이에요. 한참 고민하고 뜸들이다 결국 놓치고…(웃음).”

하지만 아빠 역할이 부담스러워 출연 제안을 거절했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이미지가 상상이 안 되더라. 내가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놓치기엔 아까운 작품이었다”면서 “전작이 워낙 힘들었기에 내가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을 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만난 멜로여서 반가웠다. 이 장르만의 분명한 매력이 있어서다. “액션은 몸으로 표현하는 게 많다면 멜로는 눈빛이 중요하거든요.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보다 이렇게 디테일이 중요한 연기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내가 즐겁고, 보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게 로맨스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멜로 퀸’ 손예진과의 호흡은 두말할 나위 없었다. 소지섭은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손)예진씨가 멜로 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 그렇더라. 덕분에 나도 ‘킹’이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이어 “(손예진은) 상대방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배우인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보통 ‘오케이’ 사인이 나면 한 번 정도 더 가거나 거기서 끝내는데 예진씨는 그러지 않더라고요. 여러 번 다양하게 갔어요. 자기만의 느낌이 있나 봐요. 철저하게 계산된 게 있는 거죠. 나중에 보니 뭘 생각했는지 알겠더라고요. 연기를 받는 입장에서 그런 기운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국내 영화계에서 귀하디귀한 멜로 한 편을 내놨다는 데 대한 만족감이 크다. 그는 “멜로 영화를 찍을 때마다 늘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여건상 또 제작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기작은 이미 정해졌다. 오는 9월 편성 예정인 ‘내 뒤에 테리우스’(MBC)로 시청자를 만난다. 적어도 2년에 한번은 꼭 안방극장을 찾는데, 이유가 있단다. “해외에서도 우리 드라마를 많이 보시잖아요.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작품을 계속 해야 좋은 기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 거죠. 능력이 되는 한 계속 하고 싶어요.”

어느덧 연기 경력 22년차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배우의 정의는 잘 모르겠다”는 그다. “좋은 배우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으면 아마 그때 배우를 그만 두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지금으로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뭘까. 재차 캐물으니 “주변에 좋은 기운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란 해석을 돌려줬다. 소지섭은 “더 이상 내가 돋보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건 없다”며 “그저 나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다 잘 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끝으로 배우로서의 개인적인 바람은 무엇이냐 물었다. 그의 대답은 역시나 소박했다. “제가 나오는 작품을 굳이 외면하지 않을 정도의 호감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꼭 봐야지’까지는 너무 큰 바람인 것 같고요, ‘저 사람 나오면 안 볼 거야’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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