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 팝 밴드 엠지엠티(MGMT)의 네 번째 마법
[오마이뉴스 윤태호 기자]
미국 대학교에서 만난 앤드루 밴윈가든(Andrew VanWyngarden)과 벤 골드바서(Ben Goldwasser)가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면서 결성된 사이키델릭 팝 밴드 엠지엠티(MGMT)가 2018년 2월 네 번째 앨범 <리틀 다크 에이지(Little Dark Age)>를 발표했다. 세 번째 앨범 <엠지엠티> 이후 휴식기에 들어간 그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반가운 컴백이다.
▲ 엠지엠티 |
ⓒ http://whoismgmt.com |
수록곡 중 절반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만들었다. 하지만 밴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트럼프 당선을 현실로 접한 이후 앨범의 큰 틀을 형성하게 되는 '팝적인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몽환적인 발라드 <핸드 잇 오버(Hand It Over)>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관한 곡이며, <리틀 다크 에이지>라는 타이틀 역시 트럼프 정권이 만들어낸 '사회적 혼란'이 배경이다.
▲ 네 번째 앨범 <리틀 다크 에이지> |
ⓒ Sony Music |
히피적 시각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했던 밴드는 디지털 시대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며 우려를 표한다. 애리얼 핑크의 신서사이저와 대니 마이어(Danny Meyer)의 색소폰이 가미된 매끈한 톱 트랙 <쉬 웍스 아웃 투 머치(She Works Out Too Much)>는 데이팅 앱 중독 및 SNS가 만들어낸 환상과 허구를, 친근한 일렉트로팝을 지향하는 <TSLAMP>는 "Time Spent Looking at My Phone"의 약자로 휴대폰 화면에 대단히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한다.
심플한 80년대 팝송의 모범답안 같은 <미 앤 마이클(Me And Michael)>은 한동안 엠지엠티를 잊고 지낸 팬들도 충분히 열광할 수 있을 만큼 사랑스럽다. 벤 골드바서가 "레이블에서 이 곡을 제일 좋아했으나 그것을 의도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을 정도로 대중 친화적이다. 보컬에 중점을 둔 곡으로 투어 멤버를 노래한 <제임스(James)>,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원 씽 레프트 투 트라이(One Thing Left To Try)>도 특유의 팝적 센스가 돋보인다.
<리틀 다크 에이지>는 현대인의 불안정한 삶과 부조리에 관한 이야기, 80년대 팝의 정취가 멋지게 어우러졌다. 밴드는 과거와 현재를 영리하게 조율하며 대중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앨범을 완성했다. 현재 트위터에서 엠지엠티 팬 계정을 운영 중인 이수빈(@2qnim)씨는 "엠지엠티 신작은 다음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었던 곡들이 포함되어 마치 두 개의 앨범을 듣는 기분이 든다"며 흥미로워했다.
앤드루 밴윈가든은 "새 앨범에는 씁쓸한 농담과 어두운 기운이 존재하지만, 결국 희망을 전달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조금 어두운 시기'는 곧 지나갈 것이라며.
리틀 다크 에이지 이전에 발표한 3장의 앨범
▲ 1집 |
ⓒ Sony Music |
2007년 디지털로 먼저 발매된 이 앨범은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을 얻으며 엠지엠티에게 화려한 데뷔를 경험하게 한다. 사이키델릭, 신스팝을 결합한 사운드는 기괴하면서도 기발하고, 귀엽기까지 했다.
살짝 비틀어진 사이키델릭 팝 <타임 투 프리텐드(Time To Pretend)>, 밴드를 대표하는 히트곡이 된 <키즈(Kids)>가 대중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고, 중기 비틀스(The Beatles)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듯한 <위켄드 워즈(Weekend Wars)>, 소박한 뮤지컬 같은 <유스(The Youth)>도 예사롭지 않았다. 영국 음악 매체 엔엠이(NME)는 이 앨범을 2008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했다.
▲ 2집 |
ⓒ 윤태호 |
두 번째 앨범은 밴드의 입지를 더 공고하게 했다. 킬링 트랙의 부재가 아쉽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으나 특정 곡이 아닌 앨범 전체를 순서대로 감상해줬으면 하는 의도에 부합하는 완성도를 갖췄다. 앨범에는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냈고,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한결 차분하고 진지해졌다.
12분을 훌쩍 넘기는 사이키델릭 록 <시베리안 브레이크스(Siberian Breaks)>, 제목 그대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헌정 곡인 <브라이언 이노>, 감동적인 피날레 <콩그레츄레이션스> 등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대담하기까지 했다. 또한, 이듬해 4월에 열린 첫 내한공연도 기대 이상의 성황을 이뤘다. 밴드는 "이번 투어에서 너희들이 최고"라고 감탄하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 3집 |
ⓒ Sony Music |
앞선 두 장의 앨범으로 성공과 성장을 이룬 밴드는 레이블과의 절충 없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사운드에 몰입했는데, 기대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지 못했다. 팝적인 노선을 취한 전반부는 대체로 무난했으나 실험적인 곡들이 넘치는 후반부에 호불호가 갈렸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아주 좋아한다.
미니멀한 <아스트로-맨시(Astro-Mancy)>, 비틀스의 옐로 섭마린(Yellow Submarine)을 자신들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 같은 <플렌티 오브 걸스 인 더 시(Plenty Of Girls In The Sea)>, 느리고 웅장한 사이키델릭 록 <언 오펀 오브 포츈(An Orphan Of Fortune)> 등은 누구도 실패작으로 단정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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