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②] '햄릿:얼라이브' 김선영 "현대적으로 푼 창작뮤지컬, 고전의 힘 있죠"

입력 2018. 1. 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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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MD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햄릿:얼라이브'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푸는 동시에 고전의 힘을 그대로 갖고 간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이기에 이를 창작 뮤지컬로 다시 풀어낸다는 것은 도전일 수 있지만 이같은 도전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극중 햄릿을 지키고자 한 비운의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역을 맡은 김선영에게도 '햄릿:얼라이브'는 도전이었다. 거트루드 역 자체가 분량이 많은 것도 아니고 햄릿의 요동치는 감정 만큼의 표현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절제된 연기 속에서 그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김선영은 "그냥 연기하면 생각없이 나갔다 들어갔다 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 집중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게 힘들다"고 운을 뗐다.

"거트루드는 구조적으로 집중을 놓치면 안돼요. 최대한 극중에서 저의 입지를 많이 생각하죠. 햄릿의 엄마이고 현재 나는 햄릿과 이런 상태에 놓여있고, 클로디어스와의 관계는 이렇고. 끊임없이 되뇌이지 않고 장면을 들어가면 아무래도 힘들어요."

김선영은 고전 클래식의 힘을 믿었다. "무조건 좋은건 아니지만 뭔가 피로감이 있을 때 클래식을 찾게 되지 않나"라며 "사실 사건 사고도 많고 자꾸 생각하게 하는 이슈들이 많다보니 고민이 많은 세상이 됐다. 편리한 세상인 동시에 점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시점에서 고전의 이야기가 더 사랑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햄릿'을 창작 뮤지컬로 만들면서 옛날과 지금의 간극을 줄이고 현재 우리 이야기를 하려 했어요. 결국 인간의 삶은 옜날이나 지금이나 다 똑같으니까 그런 주제의식을 갖고 만들자는게 전면에 있었죠. 근데 결국에는 정말 원작과 고전의 힘은 되게 희한했다. 뮤직 넘버가 이렇게 많음에도 불구 '연극 한 편 보는 느낌이었다'고 평해주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전 긍정적으로 들었어요. 아무리 현대적으로 푼다 하더라도 '햄릿'에서 우리가 배제할 수 없는 고전의 느낌이 있는데 그게 결국 드러난다는 게 신기했죠."

거트루드에게는 어떻게 접근했을까. "사실 얘기가 분분한 인물"이라고 밝힌 김선영은 "그런 분분한 이야기들을 배제하고 싶었다. 굳이 관객들에게 착하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이 여자를 상황만 놓고 이기적인 악녀, 매력적인 여자 등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냥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선왕이 죽고 클로디어스와의 관계 속에서 청혼을 받아들이고 햄릿의 안위를 걱정하고. '그렇다면 우린 어느 길로 갈 것인가'에 대해 단추를 꿰다 보니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선악을 구분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한가지 분명한 건 햄릿, 자식을 향한 엄마 거트루드의 마음이에요. 균형을 잘 갖고 가고 싶었지만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인물인 만큼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더 집중했죠."

사실 김선영도 거트루드의 상황 자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스스로 그런 생각을 묻었다. "연기함에 있어서 열어놓으려고 그랬다"고 강조한 김선영은 "'햄릿'이라는 키워드가 되게 중요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이 오로지 햄릿만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햄릿이 굉장히 컸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선택을 이해했다"고 털어놨다.

"햄릿을 보면서 갖게 되는 불안감 때문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처한 것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디테일에 더 신경 썼죠. 분량이 없음에도 불구 이 여자가 표현을 해줘야 하는 것들은 대본에 명확히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는데 단순히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햄릿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계속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걸 충실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김선영도 현재 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그만큼 거트루드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본인 역시 기대했지만 "아들 온유가 어리기도 하고 아직 너무 갭이 크고 많더라"며 웃었다.

"그게 그렇게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웃음) 순간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확실히 갭이 너무 컸어요. 근데 나도 나중에 커서 저렇게 아들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엄마를 증오하는 모습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무너져요. (홍)광호, (고)은성 씨가 굉장히 증오하는 눈으로 절 쳐다보거든요. 그 눈빛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음악도 쉽지 않다. 넘버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김선영은 단번에 "어렵다"고 답하면서도 "노래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음계를 구성하는 것들을 작곡가님이 굉장히 난이도 있게 썼다. 부르는 사람은 어렵고 숨 쉴 곳도 없어서 '고마워 하면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노래가 어렵지만 그만큼 오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클래식한 느낌도 있으면서 비장하기도 하고, 단순히 쉬운 듯한 느낌의 그런 것이 아니라서 거기서 오는 힘이 있죠. '햄릿:얼라이브'가 그리는 인물들이 허무하게 표현되지 않기를 바라요. 그래서 '햄릿:얼라이브'라는 제목도 붙인 것 같아요. 인생이 참 짧은데 그 안에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봤으면 해요. 나의 삶의 의미요."

뮤지컬 '햄릿:얼라이브'. 공연시간 160분. 2018년 1월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MD인터뷰③]에 계속

[뮤지컬배우 김선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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