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죽음 이후의 세상, 저승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가 각광을 받았던 것은 망자가 저승에서 각기 다른 지옥을 경험한다는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뛰어난' 상상력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게 하는 통찰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신과함께'가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과연 엉성하지 않게 지옥을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염려였다.
소문만 무성했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제작 리얼라이즈픽쳐스 덱스터스튜디오, 신과함께)이 지난 11일 언론시사회를 갖고 베일을 벗었다. 누구나 가지만, 아무도 본 적 없던 저승 세계를 구현한 CG는 합격점이다.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내용 전개는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만큼 큰 울림을 안긴다. 다만 '신파'로 귀결되는 마지막 지점은 호불호가 나뉠 것으로 보인다.
◆ 원작과 바뀐 설정.. 감동 극대화 vs 억지 감동
'신과함께'는 저승에 온 망자인 김자홍(차태현)이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인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과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작 팬들이 가장 아쉬움을 표한 건 주인공 김자홍의 직업과 인기 캐릭터였던 진기한 변호사가 사라진 것이었다. 원작에서는 김자홍이 과로와 음주에 시달리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영화는 어린 생명을 구한 소방관이자 19년 만에 나타난 귀인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김자홍의 변호를 맡았던 진기한을 강림과 합쳤다. 강림이 삼차사의 리더와 변호사 역할까지 수행한다. 다행히 이러한 설정 자체가 영화 관람을 크게 해치지는 않는다. 김자홍을 귀인으로 한 건 '영화적 장치'였다. 그가 별 문제 없이 7개의 지옥을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모에게만큼은 죄를 지었다는 '반전'을 꾀하면서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어머니와 죄책감과 후회로 눈물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지만 다소 신파적인 느낌이 강하다.
◆ 7개의 지옥, '그뤠잇' 외치고픈 CG(컴퓨터 그래픽)
김자홍은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불의지옥, 배신지옥, 폭력지옥, 천륜지옥에서 7개의 재판을 받는다. 재판을 잘 넘겨야지 어머니에게 현몽(죽은 사람이나 신령 따위가 나타나는 꿈)으로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환생까지 할 수 있다. '신과함께'가 준비기간 5년, 촬영기간 10개월, 장장 6년의 시간을 쏟아 부은 데에는 저승과 지옥의 비주얼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한 작업이 만만치 않았음을 뜻한다.

김용화 감독은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까지 7개의 자연 물성을 차용하고 대자연의 풍광을 더하는 것으로 저승세계를 표현했다. 살인을 행한 자를 심판하는 살인지옥은 화산 분화구와 용암의 이미지를 녹였다. 진종현 VFX(시각 특수효과) 수퍼바이저는 천륜지옥에 사막의 이미지를 차용하기 위해 실제 몽골에 위치한 사막에 다녀오기도. 그 결과 7개의 지옥 비주얼은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영상미로 눈을 사로잡는다. 영화 '미스터고'를 통해 화려한 CG 기술을 자랑했던 김 감독의 장기가 제대로 녹아들었다. 강림과 해원맥이 지옥귀, 원귀 등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 역시 이물감이 없이 격렬하고 역동적이다. 실제 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VFX를 다했다"고 자신했다.
◆ 하정우부터 김동욱까지. 배우들의 열연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차태현 이정재 김동욱 도경수 오달수 임원희 김해숙 이준혁 등 '멀티 캐스팅'의 정점을 이루는 배우들의 열연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삼차사 리더 역의 하정우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멋짐'을 뽐낸다. 변신술부터 스피디한 발걸음, 묵중한 칼로 악귀들과 싸우는 모습이 진중하다. 주지훈은 특유의 너스레와 개구쟁이 같은 모습으로 해원맥의 매력을 살렸다. 김향기는 원작 속 덕춘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선한 면모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는 차태현 역시 김자홍과 잘 어울린다. 이정재는 염라 역으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김동욱의 열연이 돋보였다. 김자홍의 동생이자 제대를 2주 앞두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육군 병장 김수홍 역을 맡은 그는 원귀가 되어 형의 재판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김동욱의 다이나믹한 변신이 기대 이상이다. 수홍의 군대 후임이자 관심사병 원일병 역의 도경수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극 중 인물에 완전히 몰입, 놀라움을 자아낸다.
러닝타임 139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0일 개봉.
YTN Star 조현주 기자 (jhjdhe@ytnplus.co.kr)
[사진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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