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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 진짜 '힘쎈여자' [인터뷰]

조혜진 기자 입력 2017.04.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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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진짜 ‘힘쎈여자’는 여기 있었다. ‘힘쎈여자 도봉순’을 연기한 배우 박보영은 촬영 전 운동을 하다가 발목을 다쳤다. 인대가 끊어졌음에도 촬영에 방해가 될까 5개월 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했다. 부상을 숨기고 작품에 임할 정도로 강한 책임감을 내비쳤던 그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힘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단단한 배우이자 사람임을 증명했다.

최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극본 백미경·연출 이형민, 이하 ‘도봉순’)은 9.6%(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JTBC 역대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큰 사랑을 받은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어마 무시한 괴력을 지닌 사랑스러운 도봉순, 박보영이 존재했다.

2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이자 타이틀롤을 맡아 더 애착이 컸을 박보영은 “시원섭섭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잘 만든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촬영을 5개월 정도 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게 있었다. ‘이제 끝났다’ 했는데 그동안 너무 정이 많이 들어 막상 헤어질 생각을 하니 슬프더라”고 덧붙였다.

사실 ‘도봉순’은 독특한 소재와 B급 코미디, 흥행이 쉽지 않은 여성 타이틀롤 등의 이유로 방송사 편성도, 남자 주인공 캐스팅도 난항을 겪는 등 빛을 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박보영은 “처음에 제가 드라마 초고를 봤을 때 방송사도 정해지지 않았고, 시나리오만 있었을 때였다. 너무 이 작품을 하고 싶은데 방송이 되기까지 과정이 길었다”고 이야기했다.

곱게 포장된 길이 아니었음에도 이 작품이 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박보영은 “일단 초고에 예쁘지 않은 아이로 박혀있었다. 사투리도 쓰고, 캐릭터가 좀 더 셌다. 저는 예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았다. 부담감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은연중에 그런 게 있나 보다.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체구도 작고 키도 작으니 사람들이 뭐라고 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더 ‘제가 할 거예요’ ‘제가 들 거예요’ 한다. 그래서 제가 봉순이처럼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박보영은 “초반엔 봉순이의 성장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여자캐릭터가 수동적이지 않은 것도 좋았다”고 ‘힘쎈여자 도봉순’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는 그다. “하고 싶은 역할을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고른 길만 가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박보영은 “그래서 시청률보다 이런 드라마를 시도하는 것에 의미를 두자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만나는 사람마다 ‘타이틀롤 해가지고 부담감이 크겠어’ ‘잘 나와야 되지 않겠어?’ 하면서 부담을 주더라”고 당시의 복잡한 마음을 전하며 웃어 보였다.

그의 부담을 덜어주듯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공약으로 내세웠던 3%를 훌쩍 넘기며 ‘대박’이 났다. 박보영은 “잘 나오면 좋지만 시청률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드라마의 시청률, 영화의 흥행은 우리 손을 떠난 것이지 않나. 한두 박자 맞는 게 아니라 세 박자 이상이 맞아야 되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그의 답변에 박보영이 생각하는 흥행의 요건을 물으려 하자 박보영은 “그 세 박자 모른다”며 귀엽게 선수 쳤다.

이내 박보영은 시기와 합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시기가 중요한 것 같다. 또 합이 존재하긴 하는 것 같다. 기운이라는 게 있지 않나. 상대배우와도 그렇다. 형식 씨가 이 드라마를 결정해주셔서 고마웠다. 나중에는 ‘형식 씨랑 하려고 이렇게 어렵게 (남자 주인공이) 구해졌구나’ 했다”며 함께 호흡을 맞췄던 남자 주인공 박형식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여기에 감독과의 성향도 잘 맞아야 한다던 그는 삼박자 ‘이상’이 잘 맞아야 한다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한동안 고민하던 그는 결국 “어떻게 해야 흥행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놔 웃음을 자아냈다.

흥행의 또 다른 요건에는 누가 뭐래도 박보영이 있다.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박보영이 도봉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부분은 상당했다. 작품을 위해 단발로 변신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고. 박보영은 “대본을 읽고 봉순이가 길고 치렁치렁한 느낌이면 안 어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님이 봉순이가 누군가를 도와줄 때 모습을 숨겨야 하니까 유니폼처럼 후드를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딱 썼을 때 머리가 길게 늘어지는 것보다 짧은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또 제가 머리가 길다고 해서 청순함이 나오진 않지만 봉순이 자체가 밝은 친구이다 보니 좀 더 발랄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촬영하면서도 (길이 유지를 위해) 몇 번을 잘랐다”며 도봉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지점을 설명했다.

박보영이 생각한 도봉순 캐릭터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 힘이 센 독특한 인물이라서가 아닌, 약자한테 강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는 “주눅 들지 않고 강한 사람에게 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밝혔다. 박보영이 뽑은 도봉순에게 힘이 있어 속이 시원했던 장면들 역시 일상 속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이었다. 그는 소방차를 위해 길을 터주고, 리어카 끄는 할머니를 도와주고, 바바리맨으로부터 학생들을 구해주는 소소한 장면들을 꼽으며 “봉순이로 이룬 게 많다”고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박보영은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코믹, 액션, 멜로, 로맨틱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야 했다. 그는 “이 드라마 안에서는 모든 걸 다 해봤다. 너무 재밌었지만 다음엔 욕심부리지 말고 좀 쉬운 걸 하자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재밌었던 게 코미디랑 액션 신은 대부분의 상대가 선배님이었다. 많은 부분들을 선배님들과 같이 했기 때문에 제가 따로 뭘 준비하지 않아도 됐다. 선배님이 하는 걸 따라가기만 해도 배우는 게 많더라. 팁을 많이 얻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박형식과 선보인 ‘커플 케미’는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얻으며 사랑받았다. 그는 상대역 안민혁 역을 맡았던 박형식에 대해 “성격이 구김살이 없고 친화력이 진짜 좋다. 스태프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오늘 너무 힘들었죠’ ‘진짜 추웠죠’하면서 잘 다가가는 스타일이더라. 어떻게 보면 제가 했어야 하는 부분을 형식 씨가 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케미’ 비결은 연습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박보영은 “현장에서 ‘쟤네 왜 이렇게 붙어있어?’ 의심을 하다가도 가까이 와보면 다 대사 연습인 걸 안다”며 “대사를 진짜 대사로 안 하거나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다. 촬영이 아닐 때도 ‘민혁아’ ‘대표님’이라고 부르면서 존댓말을 쓰고, 형식 씨는 반말을 많이 섞으면서 민혁이가 돼 농담을 많이 하더라”고 ‘케미’의 비결을 밝혔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박보영은 박형식, 지수(인국두 역)와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두 연하남들과 연기를 한 그는 “그전까지는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엔 둘다 동생이다 보니 내가 누나로서 뭔가를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스태프 분들도 ‘네가 누나니까. 잘 끌고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감독님 저 제 앞가림이 힘든 사람인지라, 제가 무엇이라고 쟤들을 끌고 갈 수 있을까요’하면서 노력해보겠다고 했었다”고 일화를 전했다.

덧붙여 박보영은 “노력한다고 한 후로 자신 있는 척을 많이 했다. 한 번은 지수와 현장에서 맞춰보다가 동선을 이쪽으로 하고 싶은데 카메라가 다르게 위치한 경우가 있었다. 바꾸고 싶다고 말을 하기 그렇지 않나. 그래서 앞에서는 ‘괜찮아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내가 가서 얘기할게’ 해놓고서 촬영 감독님께 가서는 ‘연습을 하다 보니까 약간 좀 그러면 안 될까요?’ 하면서 빌었다”고 당시 상황을 재연해 보이기도 했다.

대화 내내 솔직하고 단단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로 전하는 박보영은 작지만 용기 있는 도봉순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도봉순이 밖으로 표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박보영은 깊은 고민에서 나온 대답들과 미소를 자아내는 특유의 사랑스러운 말투로 내면의 힘을 보여줬다.

그런 그의 강단 있는 생각은 작품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하게 나타났다. 박보영이 작품을 선택할 때 항상 고집하는 1번은 대본, 2번은 안 해봤던 것이라고. 그는 “그래서 작품 선택의 폭이 좁아져 작품 간의 텀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다음 작품의 텀은 저도 좀 줄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드라마 들어가기 전 운동을 하다가 발을 다쳤어요.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하고 있는데, 일단은 모든 스케줄 끝나고 나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상태가 많이 안 좋아 치료를 하고, 재활하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차기작으로 바로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컨디션은 아닌 것 같아요. 또 드라마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서 드라마 계속하시는 선배님들이 존경스러워요(웃음).”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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