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인터뷰①] 클래식 그룹 어썸, 마음 흔들 뜻밖의 성악가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 4. 13. 10:03 수정 2017. 4. 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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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성악.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우아함, 화려함부터 지루하고 따분한, 권위적이고 어려운 등 딱딱한 수식어를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왠지 대중가요와 달리 다가갈 수 없는, 높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는 ‘무서운’ 음악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감한다면 꼭 그룹 어썸(AWESOME)을 만나봐야 한다. 어썸은 한기주, 유채훈, 길병민 세 명의 성악가로 구성된 보컬리스트 그룹이다. 세 사람은 ‘클래식의 대중화’를 목표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인터뷰를 처음 진행해본다던 이들은 블랙 슈트를 입고 나타났다. 조금은 경직된 느낌에 “평소에도 이렇게 입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인터뷰라서...”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처음 대하는 연예부 기자 앞에서 어색할 법도 한데, 멤버들은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중학교 전까지만 해도 클래식을 잘 몰랐어요. 중학생 때 가창시험을 보는데 선생님이 성악을 권유하셨죠. 딱히 진로가 없어서 취미로 시작했다가 예고에 진학하게 됐어요. 성악에 거리감은 없었고, 노래하면서 재밌다고 느꼈어요. 잘 할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고요.”(한기주)

“중학교 때 밴드부를 했어요. 록 음악이요. 저도 가창 시험을 보는데 선생님이 ‘성악해보지 않을래?’라고 하셨어요. 가수가 되고 싶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예고에 가면 가수가 될 수 있다고 하셔서 진학했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웃음) 고2때까지 적응 못하고 방황하다가 3학년 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재미를 붙였어요. 때려친다고 할 때마다 친구들도 많이 도와줬어요. 록 밴드를 해서인지 고음 낼 때 겁이 없기도 했고요.”(유채훈)

“5살 때부터 취미와 장기가 노래였어요. 사람들 모여 있는 곳에서 노래하기를 좋아했고, 친형이 피아노 칠 때마다 노래하고요. 부모님도 하고 싶은 걸 지지해주시는 편이어서 예중에 진학했고, 뮤지컬 배우와 가수가 꿈이었어요. 제가 두근거렸던 꿈은 ‘노래’로 연결되는 것들이라 딱히 국한되어 있지는 않았어요.”(길병민)

한기주와 유채훈은 같은 대학교를 다닌 사이였지만, 당시 왕래는 없었다. 한기주가 군대를 간 사이 유채훈이 입학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뭉치게 된 시초는 무대였다. 햇수로 4년째 같이 지내고 있는 이들은 함께 화음 맞추고 공연을 하다가 2년 전 회사에 함께 들어갔다.

“회사 대표님의 아내 분이 제가 아는 누나인데, 오디션을 권유하셔서 보게 됐어요. 비하인드 스토리인데, 사실 오디션에서 떨어졌었어요. 노래를 못한다고요. 그 뒤로 대표님께서 제가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기특했나봐요. 숙제를 내주시는데 바뀌는 모습이 보이니 가능성을 보셨는지 팀 결성을 권유하셨고, (멤버들을 가리키며) 주위에 이렇게 잘생기고 노래 잘하는 분들이 있어서 같이 하게 됐죠.”(한기주)

한기주는 ‘이렇게 잘생기고’라며 길병민에게, ‘노래 잘하는’이라면서 유채훈에게 손짓했다. 유채훈은 이를 기가 막히게 집어내며 ‘나는 잘생기지 않았냐’의 뉘앙스로 황당해 해 웃음을 자아냈다. 참고로 세 사람은 모두 아이돌 뺨치게 준수한 외모에 훌륭한 실력까지 지녔다.(!)

“아무래도 팀을 하기 전까지는 솔로를 많이 했죠. 멤버들을 만나기 전에는 혼자 무대에 서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모여서 하모니를 맞추고 중창단으로 노래를 해보니 각각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잘 하는 것과 멤버들이 잘 하는 것, 서로 부족한 점들이 보완됐을 때 시너지가 좋은 게 그룹의 장점인 것 같아요. 파트도 다들 다르니 꽉 찬 느낌도 들고요.”(유채훈)

유채훈은 테너, 한기주는 바리톤, 길병민은 베이스를 맡고 있다. 세 사람은 정확히 말해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클래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조화를 꾀한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성악을 했던 사람들이 발라드, 알앤비 등 대중가요를 부르는 개념은 아니에요. 팝을 부를 때는 ‘이 사람이 클래식 전공자야?’라고 놀랄 정도로 카멜레온처럼 확 바뀌는 그룹이 됐으면 해요.”(유채훈)

“크로스오버로 엮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고유 분야를 진중하게 발전시킨 퍼포먼스를 하고 싶어요.”(길병민)

궁극적으로 어썸은 대중들이 쉽게 음악을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내 정식 데뷔 전 해외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음악을 먼저 알린 것 또한 이 일환이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클래식에 미치다’에서는 ‘LAC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LAC 프로젝트’는 ‘런 투 어썸 클래식(Learn to awesome classic)’의 약자로, 클래식의 역사가 담긴 각 지역을 탐방하며 정보와 여행기를 제공하는 스토리텔링 에피소드 영상이다.

“유럽 여행기 겸 클래식 문화기행이죠. 어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해외에 보여드릴 수 있는 계기였어요. 저희를 보여드리는 첫 순간이었죠. 현지 반응은 정말 제대로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어요.”(길병민)

그래서인지 멤버들은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묻자 첫 버스킹 지역이었던 체코 프라하를 만장일치로 꼽았다. 아직 클래식의 벽이 높은 국내와 달리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해외 관객들의 영향도 컸다.

“한국 관객들은 뭐랄까... 점수를 매기는 느낌이에요. ‘어디 한 번 해봐’ 이런? 유럽은 그러지 않고 ‘동양 애들이 어쩜 저렇게 외국어 노래를 능수능란하게 잘 이해시킬까’하고 신기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기특해하는 느낌도 받았고, 따뜻한 마음을 느꼈어요.”(한기주)

“한국의 문화 수준을 비하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나라든, 외국 사람이든 저희가 전달하고 싶은 음악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거죠.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준과 즐길거리에 대한 적극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클래식에 있어서도 ‘언어를 몰라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구나’ 같은 감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길병민)

아무래도 클래식의 뿌리는 유럽인데다 외국어 노래가 잇따르다보니 우리나라 대중의 거부감이 더할 수도 있다. 특히나 대중가요 위주로 노래가 소비되는 가요시장을 보면, 다른 장르의 음악에 도달하기까지 꽤 많은 난관과 마음의 준비를 거쳐야 한다.

민감한 발언일 수도 있기에 어썸은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조심스레, 그러면서도 명확하게 밝혔다.

“클래식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가장 깨고 싶은 편견이에요. 대중이 클래식을 듣는 과정 자체를 간소화하고 싶어요. 처음 듣기가 어려운 음악이라서 저희가 곁에서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며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비주류 음악도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만들면 좋겠어요.”(길병민)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fn★인터뷰①] 클래식 그룹 어썸, 마음 흔들 뜻밖의 성악가들
[fn★인터뷰②] 편견 깨부술 어썸, 음악의 공감을 꿈꾸다

/fnstar@fnnews.com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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