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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히든 피겨스>, 결정적 장면들은 실화와 달랐다

구건우 입력 2017. 03. 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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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역사에 남을 최초가 된 흑인 여성들 <히든 피겨스>

[오마이뉴스구건우 기자]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던 미국의 1960년대, NASA에 근무하며 미국 최초의 우주인을 만드는 데 공을 세운 3명의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히든피겨스>가 지난 23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이번 89회 아카데미에서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작품상 등 3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제작비 2500만 달러가 투여된 이 영화는 2016년 12월에 제한 상영으로 개봉했다가 2017년 1월 6일에 확대 개봉하며 2주연속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 3월 24일까지 북미에서만 1억 6647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뒀다.  

감독은 <세인트 빈센트>로 주목 받았던 데오도르 멜피이다.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옥타비아 스펜서와 <스모킹 에이스>의 타라지 P.헨슨, 그리고 <문라이트>의 자넬 모네가 주연을 맡았다. 조연진도 화려하다. 설명이 필요없는 케빈 코스트너와 <스파이더맨>시리즈의 커스틴 던스트, <에브리바디 와츠 썸>의 글렌 포웰, <문라이트>로 이번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마허샬라 알리 등이다. 

영화는 흑인 여성작가 마고 리 셰털리가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나사의 세 흑인 여성

 영화 <히든 피겨스>의 세 주인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1960년대 초반, 어린 시절부터 수학 영재로 자랐으나 흑인 여성이란 이유로 빛을 보지 못한 캐서린 고블린(타라지 P.헨슨)은 NASA에서 인간 계산기 역할을 하며 세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10년 넘게 NASA에 근무하며 흑인 여성직원들을 이끌고 있는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과 NASA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자넬 모네). 이 세사람은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캐서린은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이 이끄는 스페이스 태스크 그룹에 배정 받고 백인 남성들로 우글거리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은 캐서린 고블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 영화는 지적이고 유쾌한 웃음과 묵직한 감동 그리고 희망적인 메시지들로 중무장하고 있다. 심지어 로맨틱 하기까지 하다. <히든 피겨스>는 미국 최초의 우주인을 탄생시켰던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숨은 뒷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과 그 과정이 주는 지적인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여기에 유머러스한 배우들의 연기와 위트있는 연출이 시너지를 내며 발산하는 유쾌한 매력도 일품이다.

영화는 여성의 권리와 인종차별 문제가 극에 달했던 1960년대 초반의 공기를 놓치지 않고 스크린에 담아낸다. 당시 사회는 화장실마저 백인 전용과 유색인종 전용으로 구분지었고, 캐서린이 일하던 건물엔 유색인종 전용 여자화장실이 없었던 탓에 그녀는 800미터나 떨어진 건물까지 가서 볼일을 봐야 했다. 또한 미 국방부와 회의에 여자가 참석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캐서린의 상사 스탠포드는 그녀의 참석을 거부한다. 심지어 보고서 작성자인 그녀가 일개 전산원이란 이유로 스탠포드는 자신의 이름만 넣게 한다.

10년 동안 일하며 슈퍼바이저에 해당하는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도로시는 승진에서 항상 누락되며, 백인섹션에 가서 책을 고르려 했다는 것만으로 백인 경비원에 의해 도서관에서 ?겨나기도 했다.

여성 엔지니어를 꿈군 메리 잭슨의 경우 수학과 물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갑자기 NASA가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백인들만 입학 가능한 고등학교 수업 이수를 내세워 그녀의 진입을 막아선다.

캐서린이 알 해리슨 팀에 배정받았던 첫 날, 야근을 마친 뒤 건물통로의 대리석 벽에 잠시 기대며 한 숨을 쉬는 장면이 있다.이 장면에서 대리석 벽에 캐서린의 추가적인 실루엣들이 잡히는데, 흑인여성으로서 받아야 했던 삶의 무게가 2~3배에 이르렀음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흑인과 여성으로서 극심한 차별 속에서 세 여성은 단순한 보조원이 아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작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열정과 실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순간은 '메리 잭슨'이 자신의 백인 고등학교 입학을 허가 받기 위해 법원 판사에게 버지니아에서 흑인여성을 백인 고등학교에 입학시킨 최초의 판사가 되라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잘못 설정된 사회 규범 속에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잠재력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전례가 없다면 역사에 남을 최초가 되라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와 부합하는 장면이다.

뛰어난 연기와 메시지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들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사실상 영화를 리드하고 있는 타라지 P.헨슨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세 딸의 엄마이자 사랑받고 싶은 여인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인 캐서린 역을 맡아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문라이트>에서 샤일론과 대체부자관계를 형성하며 부성애의 매력을 선보인 마허샬라 알리는 <히든 피겨스>에서 로맨티스트 변신하여 타라지 헨슨과 밀당을 주고 받으며 영화에 로맨틱한 매력을 추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도로시 역을 맡았던 옥타비아 스펜서는 흑인차별 문제를 다뤘던 <헬프>에 이어 같은 주제를 다룬 <히든 피겨스>를 통해 또 다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시켰다.

<문라이트>를 통해 영화에 데뷔했던 자넬 모네는 한층 안정된 연기는 물론 가수답게 영화에 흥을 불어 넣기도 한다. 시대가 요구했던 리더 알 해리슨역을 맡은 케빈 코스트너는 자신의 연기 경력에 걸맞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으며, 밉상 상사역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 변신도 눈에 들어온다.

퍼렌 윌리엄스와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의 음악도 장면 장면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있다.

이 영화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지금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좀 더 일찍 만들어졌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것도 1960년대 말이다. 아마도 그 때 개봉되었다면 이 영화는 작품성을 넘어 사회 문화적 여파가 상당했을 작품이다.  

 그녀들이 춤추고 놀았던 이 집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랠프 데이비드 애버내시가 만났던 집이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실화와 다른점

존 글렌이 실제로 캐서린 존슨에게 프렌드십7에 대한 검토를 요청한 것은 맞지만, 영화에서처럼 로켓 발사 직전에 요청했던 것은 아니다. 임무 시작 수주일 전에 그녀에게 검토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선 도로시가 10년 넘게 슈퍼바이저로 승진하지 못한 것에 불만을 드러내지만, 실제로 그녀는 1949년에 이미 흑인여성 최초의 슈퍼바이저가 되어 있었다. 영화 속 유색인종 여자화장실 문제는 캐서린 존슨이 겪은 일이 아니라 메리 잭슨이 겪은 일이다. 짐 존슨과 캐서린 존슨이 결혼할 당시 그녀의 아이들은 사실 모두 10대였다고 한다.

짐 파슨스가 연기한 캐서린의 상사 폴 스태포드와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한 비비안 미첼은 실존인물이 아니다. 

영화 뒷이야기

원작자 마고 리 셰털리의 아버지는 나사 랭글리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캐서린 존슨을 비롯한 영화속 주인공들과 실제 나사에서 함께 일했다고 한다. 또한 원작을 각색한 작가 앨리슨 슈뢰더는 미 우주로켓기지있는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자랐으며 그녀의 조부모는 모두 NASA에서 근무했다. 또한 그녀는 NASA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장 완벽한 각색가라고 볼 수 있다.

세 주인공이 카드게임을 하고 술마시고 춤을 췄던 도로시 본의 집은 실제로 아틀랜타의 역사적인 집이라고 한다. 바로 흑인 시민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랠프 데이비드 애버내시가 만났던 집이다.

폴 스태포드가 NASA의 엔지니어들과 대기권 재진입에 대한 수학적 접근을 이야기할 때 최초로 달에 갔던 닐 암스트롱의 아들 마크 암스트롱이 카메오로 출연했다.

감독 데오도르 멜피는 이 영화의 연출을 위해 개봉예정인 <스파이더맨 홈 커밍>의 연출을 포기했다. <히든 피겨스>를 선택한 이유는 두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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