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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라"

박상현 기자 입력 2017. 02. 15. 03:01 수정 2017. 02. 1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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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 간신役 김병철
데뷔 17년 차.. 악역은 처음 "열등감 가진 배역에 매력 느껴"

"대본을 펼쳐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붉어야 할 곳이 모두 검다.'"

배우 김병철(43)이 혀로 아랫입술을 훔쳤다. 지난달 종영한 tvN '도깨비'에서 그는 악인(惡人)으로 살다가 악귀(惡鬼)로 생을 마감한 박중헌 역을 맡았다. 백미는 망령으로 900년을 떠돌다 도깨비 신부(김고은)에게 나타난 박중헌이 검푸른 혓바닥을 내보이며 악한 기운을 발산하는 장면. "세 치 혀로 사람 목숨 좌지우지한 사람이잖아요. 그 죗값으로 혀가 썩어버렸다는 의미 아닐까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병철은 "나쁜 놈 잘 연기해서 이만큼 사랑받을 줄 몰랐다"며 웃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국립극단 연극 '세 자매'(2001)로 데뷔했다. 영화 30편, 드라마 8편, 연극 6편에 출연하면서 주로 코믹한 역할을 소화했다. 이응복 PD가 연출하고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에 잇따라 캐스팅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악역을 맡은 건 '도깨비'가 처음이다.

"사극 장면을 촬영했던 9월 중순만 해도 '악귀'로 환생할 줄 몰랐습니다. 악귀는 김은숙 작가님이 여러 선택지 중 골라든 카드였지요."

극 중 박중헌은 세도정치를 편다. 간언(諫言)으로 왕을 쥐락펴락하면서 권세를 누리는 지능적 악인이다. 그는 왕비(김소현)와 독대하는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다. "왕비가 '네 이놈!' 소리치자 '네 이년!'이라고 맞받아칩니다. 집착과 절제력 모두가 강해 무서운 인물이죠."

망령은 도깨비(공유)가 가슴에서 뽑아낸 검에 베여 최후를 맞는다.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파국이다"였다. "검을 뽑는 순간 사라져버릴 도깨비에게 '파국'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파국은 박중헌도 마찬가지예요.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최후가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스러져가는 박중헌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죠."

김병철은 "열등감 가진 인물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맡고 싶은 배역도 희곡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 같은 역할이다. "열등감을 느꼈을 때 인간은 무엇이든 행하잖아요. 살리에르는 노력만으론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걸 알고서 괴로워하고, 악행도 저지르고, 후회도 하죠."

스무 살 연극영화과 대학생으로 연기에 입문한 후 그는 연기만 해왔다. 박중헌은 20여년간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쌓아왔던 내공을 꽃피운 배역이었다. "제 이름이 기억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습니다. 연기는 결국 대본에 쓰인 한 인간을 제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작업이잖아요. 관객들이 제 해석에 공감해주신다면 그 소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혀로 마른 입술을 훔치며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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