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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풍자의 실종과 성추행 논란의 미묘한 연결고리

정덕현 입력 2016. 11. 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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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코미디 전락 ‘SNL', ‘여의도 텔레토비’ 시절이 그립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난 5일 솔비가 호스트로 출연했던 tvN [SNL 코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신랄한 풍자가 화제가 되었다. 오프닝에서부터 행위예술의 한 포즈라며 솔비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자세”로 그 풍자의 포문을 열었고,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코너에서는 켄타우로스 분장을 하고 등장한 유세윤이 최순실로 인해 화제가 됐던 “프라다”를 외치고,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하는 대사로 현 시국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속 시원한 풍자로 풀어냈다. 또 김민교는 최순실 모습으로 분장한 채 등장해 깜짝 웃음을 주었고, ‘나이트 라인’에서 탁재훈과 김준현의 최순실 게이트 풍자 역시 계속 이어졌다.

대중들은 이러한 [SNL 코리아]의 되살아난 풍자정신에 아낌없는 박수를 쳐줬다. 그것이 바로 19금 유머와 시사풍자가 절묘하게 섞어 만들어내는 [SNL 코리아]만의 본래 색깔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들은 초창기 [SNL 코리아]가 보여줬던 ‘여의도 텔레토비’나 장진 감독이 진행했던 ‘위켄드 업데이트’ 같은 풍자 코너들이 다시 되살아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한 주가 지나고 또 한 주가 지나면서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지난 12일 방영된 황우슬혜가 호스트로 나온 [SNL 코리아]에는 아예 풍자 코너 자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호스트 황우슬혜를 내세운 19금 유머 코드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또 지난 19일 방영된 이시언 호스트의 [SNL 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 주 B1A4가 호스트로 출연한 방송에서는 그나마 시국은 아니더라도 현실 풍자가 조금 가미되었다. 이세영이 출연한 ‘흙TV’와 유세윤이 출연한 ‘킹스맨’ 코너는 모두 우리네 흙수저 청춘들의 현실이 반영된 풍자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난 솔비가 출연했던 당시의 그 날선 시국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는 발견하기 어려웠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필이면 이 시기에 민진기 PD가 교체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항간에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풍자 때문에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tvN 측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고 오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을 민진기 PD가 맡게 돼서 교체가 논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tvN 측의 얘기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혹들이 나오고 있는 건 최순실 패러디가 나가고 난 후부터 갑자기 사라져버린 시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다른 [SNL 코리아]의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것처럼 이미경 CJ 전 부회장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 이유로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의혹의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되살아난 시사 풍자에 대한 기대감이 단 한 주 만에 무너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사 풍자가 잘 보이지 않게 된 상황에 호스트로 출연한 B1A4의 비하인드 영상이 성추행 논란으로 이어졌다. B1A4를 죽 세워놓고 고정 크루인 이세영이 민감 부위를 만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던 것. 지금 이 문제는 그간 성추행 하면 남성을 가해자로만 보는 시각을 뒤집어 여성들의 성추행 또한 적지 않다는 식으로 비화되고 있다.

[SNL 코리아]에 시사 풍자적 요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일과 이번 성추행 논란은 각각 다른 차원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SNL 코리아]의 특징이 19금 코미디와 정치 시사 풍자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치 시사 풍자 같은 성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 그건 ‘성인들의 코미디’가 아니라 그저 질 낮은 야한 코미디로 전락할 수 있다.

굳이 공식 페이스북에 남성 호스트를 세워놓고 여성 크루가 성추행을 하는 듯한 장면을 과시하듯 올려놓게 된 건, [SNL 코리아]가 정치 시사 풍자 같은 성인 공감 요소를 다루지 않게 되자 이제 대놓고 야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사건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사과문이라고 올려놓은 것이 그 부적절한 성추행적 장면을 ‘과격한 행동’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수준이니.

시사 풍자는 여전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걸까. 아니면 그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뿐일까. 시사 풍자가 빠져버린 [SNL 코리아]는 스스로를 야한 코미디 정도로 전락시킨다. 이번 논란은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SNL 코리아]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면이 있다. 초창기 ‘여의도 텔레토비’ 같은 코너들이 있었던 본래의 그 [SNL 코리아]로 돌아갈 순 없는 걸까. 요즘처럼 답답한 시국에는 더더욱.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SNL 코리아'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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