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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프리선언후 건어물녀 자체, 수입 불규칙적이지만 후회NO"(인터뷰②)

뉴스엔 입력 2016. 11. 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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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쉽지 않았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오정연이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지난해 2월 약 10년간 몸 담았던 KBS 아나운서국을 떠나 프리랜서로서 활동을 시작한 오정연에게 11월 11일 막을 내린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정연은 극 중 차민호(고승보 분)의 어머니이자 차일목(한지상 분)의 아내인 주예은으로 분해 호연을 펼쳤다. 첫 연기 도전인데다 웬만한 내공의 연기자도 소화히기 힘든 표독스러운 악녀 캐릭터라 부담감이 상당했다. 회사 동료 이미소(홍은희 분)를 괴롭히기도 하고 아들에게는 학업적인 압박을 가했으며 다소 철없는 남편에게는 냉정한 아내의 모습을 보이는 등 극 중에서 해내야할 몫도 적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욱 캐릭터 분석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본을 꼼꼼히 숙지하고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부족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탄탄한 내공을 자랑하는 홍은희, 박건형, 신은정, 공정환 등 선배들이 건네는 조언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주예은이라는 캐릭터를 맞춤옷처럼 소화해낸 끝에 방송인 오정연이 아닌 배우 오정연으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오정연은 11월 21일 오전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주예은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사실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캐릭터를 개인적으로 많이 싫어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연기할까 되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더라. 학창시절을 돌아봐도 예를 들어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그런 사람의 마인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기라는 게 내가 맡은 캐릭터를 이해하지 않고선 안 되는 것 같더라. 예은이 같은 경우 처음부터 그랬던 캐릭터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살기 팍팍해서, 남편이 돈을 벌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가정경제를 책임져야했던 상황에 놓인 인물이었다. 친엄마가 없는 것에 대한 결핍도 있었다. 그걸 끌고가야하는 부담감이 좀 비뚤게 작용한 것 같다. 회사 생활에서도 다른 건 다 포기하는 게 사실 쉽지 않은데 밥도 혼자 먹고 그런 걸 감수하며 우리집을 살려야겠다는 그런 예은이의 의지를 많이 찾아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점차 예은이가 불쌍해지고 연민이 느꼈다. 얼마나 상처가 컸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으면 그렇게 됐을까 싶더라"고 덧붙였다.

"제게 있어 자아실현은 굉장히 큰 가치인데 예은이는 어떻게 보면 자아실현을 포기한 인물이기도 했어요. 그저 가정을 이끌어가기 위해 그냥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공감 코드가 있는 악역이라 저도 연기하며 되게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걸 보여줄 수 있어 좋았어요. 후반부에는 결핍에 대한 비뚤어짐이 주변의 건강한 사람들로 인해 점차 바뀌었는데 예은이의 생각이 비뚤어진 것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메시지도 시청자분들에게 전달돼 좋았어요."

물론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오정연은 "연기가 처음이었는데 감정 기복도 크고 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 굉장히 부담이 됐다. 많이 부족했다. 처음에 내가 했던 악역을 다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30여년동안 살며 스스로도 새롭게 느껴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 친구들이 '너한테 이런 표정이 나올 줄 몰랐어'라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줬다"고 지난 6개월을 회상했다.

"평소에는 항상 웃으며 살았어요. 안 웃고 있으면 새침하고 차가워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저도 모르게 웃는 게 습관처럼 돼 있었죠. 아나운서를 하며 더 그랬어요. 새침해보인다는 선입견이 싫어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예은을 연기하며 억지로 웃고 그런 게 없어졌어요. 제 감정에 솔직해지는 시간이었죠. MC를 할 때도 항상 웃으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예쁜 척을 한 건데 그런 걸 안 할 수 있게 됐고 제 감정에 솔직해져 더 진솔하게 방송에 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편해요."

오정연과 함께 KBS 23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최송현, 전현무 등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최근 프리 선언을 한 뒤 각종 예능 혹은 드라마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정연의 경우 프리 선언 후 JTBC '헌집 새집', MBC '라디오스타', SBS '주먹 쥐고 소림사' 등 인기 예능에 출연해 숨겨둔 재치를 뽐냈고, MBN '엄지의 제왕'에서는 탁월한 진행 능력으로 방송을 이끌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활발한 방송 활동을 펼친 가운데 드라마에도 손을 뻗었다. 왜 하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연기였을까.

이에 대해 오정연은 "프리를 선언할 때 사실 웬만한 각오 없이는 힘들다. 그때 난 어떤 분야든 나한테 기회가 온다면 다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야생에 들어왔다. 연기를 특별히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기회가 주어졌고 드라마 감독님이 크로아티아에 간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끼가 보였다고 하더라. 사실 크로아티아 여행 프로그램이 되게 힘들었다. 날씨가 42도였던 데다가 여러 가지로 힘이 많이 든 프로그램이었는데 나중에 그렇게 좋은 인연을 만들어줘 감사하더라. 그때부터 내가 연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끌렸다. 그래서 운명적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막상 해보니 MC랑 연기는 완전히 다른 분야였어요.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만 비슷했죠. 연기할 때는 주변에 스태프 100명이 있지만 정말 저만 생각하고 제 캐릭터만 생각하며 몰입을 해야했어요. MC를 할 때는 게스트, 패널 등 주변의 반응을 시시각각 살피고 거기에 반응을 하고 애드리브를 해야했죠. 그래서 남을 의식하는 게 너무 습관이 돼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며 카메라, 상대 배우, 감독님을 의식한다는 게 아직도 좀 힘든 부분이지만 앞으로 풀어가야할 과제가 아닌가 싶어요. 오로지 스스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아닌 오정연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기도 했다. 소림사로 떠났을 때는 본래의 유쾌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라디오스타'에서는 180도 다리 찢기를 통해 송판을 격파했다. '워킹맘 육아대디' 제작발표회에서는 과감한 노출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등장해 뜨거운 플래시 세례를 받기도. 이쯤 되니 아나운서 시절에는 어떻게 이런 끼를 참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

오정연은 "이제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뗀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여전히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편견과 투쟁하는 느낌이다. 지난 시간도 그런 편견과 계속 투쟁하며 지내온 나날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잘 안 깨지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깨나가는 게 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년이란 세월은 쉽게 무시 못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안에 있는 동안 조직의 일원으로서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았죠.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정말 조심했어요. 늘 표준어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느꼈고, 옷도 단정히 입어야했죠. 인터넷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지도 않아야했어요. 항상 그랬기에 절 드러내고 싶은 갈증이 쌓여 프리 선언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지금부터라도 아나운서 오정연이 아닌 인간 오정연이 먼저 생각날 수 있게끔 열심히 활동하는 게 제 과제라고 생각해요."

2006년 KBS 32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오정연은 지난해 2월 약 10년간 몸 담은 회사를 떠났다. 여전히 프리 선언을 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오정연은 "10년 전에는 프리랜서라는 걸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생각했을 때 여전히 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때가 아니면 조금만 지났어도 못 했을 것이고 용기가 없어졌을 것 같다. 나름대로 가장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때에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후회하지는 않는데 그리울 때는 있다. 일이 사실 불규칙적이고 프리랜서 초반에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굉장히 불안했다. 정말 건어물녀 자체로 살았다. 그럴 때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는데 그런 거는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프리랜서를 하지 않았다면 연기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어떤 일이 저한테 벌어지고 무슨 일을 하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한 번뿐인 인생이잖아요. 그리고 수명도 길어졌고요. 전 정말 어떤 것이든 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제가 가진 한계치가 있다면 새로운 도전을 통해 그 한계치를 점차 넓혀가고 싶어요. 물론 그게 쉽진 않아요. 마음만 그렇죠. 실제로 부딪치는 건 별개더라고요. 프리랜서이기 전에 한 조직의 일원이고 아나운서일 때는 조직이 보호막이 돼줬는데 지금은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돼요. 울타리가 없기에 스스로 더 자기관리를 해야하고 개인적인 책임감도 굉장히 높아졌교. 아나운서 출신 동료들이 그립고 가끔 외롭기도 해요. 수입도 불규칙적이고.(웃음)"

누구보다 바쁘고 뜻깊은 시간을 보낸 오정연에게 2016년은 어떤 한 해였을까. 오정연은 "사실 프리랜서가 된 지 얼마 안 돼 안정적이기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일이 없을 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하지만 올해 자신감을 좀 찾은 것 같다. 올해 초 소림사에도 다녀왔지만 아직 고프다. 점점 일이 좋아지고 좀 더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고 싶다. 아나운서 오정연이 아니라 그냥 나,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그런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스스로가 아닌 외부에 시선이 많이 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절 어떻게 평가하나, 제가 어떻게 보이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던 시간이었는데 이젠 제 안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됐어요. 아마 주예은을 통해 새로운 제 모습을 봤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모습을 좀 많이 관찰하고 끄집어내는 시간이었어요. 사실 예전에는 정말 필요한 일만 했거든요. 방송에 필요한 것들에만 몰두하고 산책이나 명상 같은 것들을 거의 안 하고 살았어요. 효율적으로 사는 것만 추구했는데 이제 진짜 제 모습을 찾고 발견하고 싶어졌어요. 앞으로 그런 것들이 방송에 당연히 반영될 것이라 생각해요."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표명중 12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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