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무엇이 우리를 '혼술'의 세계로 끌어당겼나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2016. 10. 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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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예상을 뛰어넘은 새로운 콘텐츠의 성공은 언제나 반갑다. 올 가을에는 케이블TV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극본 명수현 연출 최규식)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낯선 제목에 톱스타급 캐스팅이나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하지도 않았지만 이 작품은 9월초 첫방송한 이래 매 방송이 끝날 때마다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짠한 공감대’를 자아내고 있다. 마지막까지 단 2회만을 앞둔 ‘혼술남녀’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 변화한 사회상을 적극적으로 반영 “난 혼술이 좋다”라는 남자주인공 진정석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혼자 마시는 술’(혼술)을 테마로 노량진 학원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인 가구 수가 무려 520만, 전체의 27.2%를 차지(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통계)한다는 수치가 보여주듯, ‘혼밥’(혼자 먹는 밥)에 이어 ‘혼술’은 이 시대를 반영하는 트렌드다.

또, 갈수록 경쟁구도가 심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혼술은 현대인들에게 작은 위안의 시간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혼술을 위해 등장인물들은 편의점에서 홀로 캔맥주와 안주를 구입하거나 술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술을 음미한다.

이제는 혼술이 낯설지 않은 현 시대의 모습이다. ‘노량진’이라는 상징적인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제 ‘고시생’은 옛말, 공무원 시험 준비생을 일컫는 ‘공시생’이 노량진을 점령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학원 교사들도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놓여 있다.

작품은 대학 졸업 후 노량진으로 몰려든 청춘들의 이야기를 웃프게(웃기고 슬프게) 담아낸다. 별다른 목적 없이 집안의 성화에 공시생이 된 공명(공명), 학창시절 과 수석이었지만 취업시험에 번번이 미끄러져 이를 악물고 9급 공무원에 도전중인 채연(정채연) 시험 준비를 하면서 연인과 헤어진 동영(김동영) 등 각각의 캐릭터들은 2016년 현재 공무원 시험 합격이 큰 희망이 된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 주연부터 조연까지, ‘감칠맛 나는 연기’ 주, 조연을 가릴 것 없이 캐릭터에 딱 들어맞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혼술남녀’만의 감칠맛이다. 시종일관 ‘퀄리티’를 찾으며 오만한 독불장군다운 면모를 보이는 진정석은 실은 대학에서 교수임용 실패에 이은 선배 학원강사의 배신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은 인물이다.

그가 혼술을 즐기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런 그가 자신보다 ‘퀄리티’가 한참 떨어진다고 믿었던 박하나(박하선)을 사랑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본래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의 이미지를 지닌 하석진은 얄밉지만 때로는 마음 약한 진정석의 모습을 실제 자신의 모습인 듯 연기하고 있다. 노량진 초보 강사인 박하나로 분한 박하선은 특유의 선한 눈빛과 순수한 표정 연기로 귀엽고 씩씩한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조연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영어 강사 황진희 역의 황우슬혜는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혀 짧은 발음이 오히려 캐릭터와 어우러지면서 푼수끼있는 순정파 연기의 새 장을 보여주고 있다. 몸 사리지 않는 댄스와 음주가무 장면도 작품에서 눈뗄 수 없게 하는 요소다. 여기에 베테랑 배우 김원해는 속물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학원장으로 등장, 돈 많은 처가의 눈치를 보여 사는 인물로 분했다. 튀지 않게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내는 그의 내공은 곳곳에서 빛난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힘?…소소함의 저력 ‘혼술남녀’는 시즌 15를 앞둔 장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명수현 작가가 집필중이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특별할 것 없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일상을 코믹 터치로 그려내 각광받았듯, ‘혼술남녀’에서도 그 저력이 묻어난다. 학생을 모집하러 길거리에서 직접 전단지를 나눠주는 강사나 대학시절 입던 동아리 단체 티셔츠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공시생, 먼저 취업한 대학동기 앞에서 작아지는 왕년의 과 수석의 모습은 하루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내려 애쓰는 현대인들에게 소소한 위로를 전해준다.

아들 민진웅(민진웅)이 힘들까봐 죽기 전 미리 유품을 정리해 놓은 어머니의 모정이나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짝사랑에 빠진 청춘들의 모습에는 잔잔한 감동 코드도 실려 있다. 이처럼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작은 웃음과 재미, 눈물은 ‘혼술남녀’만이 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해내고 있다. ‘혼술남녀’의 한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살면서 한번쯤을 겪었을 법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작품에 큰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라며 “일상의 작은 부분을 놓치지 않은 섬세한 대본의 힘”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 ciel@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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